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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유용한 식품상식] 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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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뜨거운 햇볕으로 지친 몸을 시원하게 식혀줄 수 있는 음식, 팥빙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빙수라는 음식은 눈을 담거나 얼음을 갈아서 꿀, 음료, 과일 등을 뿌리거나 얹어 먹는 음식으로서 세계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형태로 출현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빙수 관련 기록은 기원전 3000년 경 중국에서 얼음을 잘게 부숴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은 밀사빙(蜜沙氷)이라는음식이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300년경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제국을 점령할 때 만들어 먹었다는 설도 있는데, 병사들이 더위와 피로 때문에 지쳐 쓰러지자 높은 산에 쌓인 눈을 그릇에 담아 꿀과 과일즙 등을 섞어 먹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조선시대 때 서빙고의 얼음을 관원들에게 나누어 주며 이것을 잘게 부수거나, 또는 얼음 쟁반 위에 과일을 얹어 화채 등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만 이는 현대의 빙수와는 형태적인 측면에서 아예 다른 음식이며 화채의 변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전근대에 얼음에 단맛이 나는 식물즙을 뿌려먹는 빙수의 원형에 해당하는 음식이 있었으나, 아무래도 얼음을 활용하는 특성상 상류층에 제한된 소수 식문화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19세기 말 근대화 과정에서 인공얼음과 제빙기의 등장이 겹쳐 빙수문화가 대중화되기에 이르게 되었고, 20세기 초에는 간 얼음에 팥소를 뿌려먹거나 설탕을 시럽화해 뿌려먹는 형태가 대중화됩니다.
이후 현대 한국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빙수는 20세기 초 일본에서 퍼져 있던 빙수가 당시 일제강점기였던 한국에 퍼지면서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후 일본에선 과일향 시럽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현재 일본 빙수의 형태가 지배적이었던 반면 한국에선 시럽을 뿌려먹는 형태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으며 되려 생과일이나 기타 토핑을 푸짐하게 올리는 형태로 변화합니다.
즉, 일본 빙수는 전근대부터 ‘단 간 얼음을 먹는’데 핵심이 있었고 이것이 현대에도 유지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 빙수는 ‘차가운 토핑 덩어리와 얼음을 함께 먹는’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이는 한국의 전통적인 화채 식문화와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일본에서와 같은 빙수 전문점은 없어도 집에서 팥과 얼음에 우유를 부어서 만드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팥빙수가 보편적인 인기를 유지했습니다. 이러한 빙수는 나라별로 여러 가지 형태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쉐산(雪山)이라고 얼음을 매우 얇게 저며서 층층이 쌓아 올려 소스와 여러 가지를 얹어서 먹는 음식이 있다고 합니다. 얼음 입자가 매우 작으며 얼음 자체에도 여러 가지 맛이 있고 보통 팥이나, 한약 젤리, 과일 등을 빙수 따로 옆에다 놓고 먹는 음식입니다.
홍콩에는 훙다우빙(紅豆氷)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광동 지방의 단팥죽인 훙다우사(紅豆沙)에 차용해서 만든 걸 기원으로 합니다. 재료만 보면 팥, 연유, 얼음으로 팥빙수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길쭉한 선데이(sundae) 잔에 담아 주는 것이 기본입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아이스 카창(Ice Kacang)이라는 시럽을 뿌려 먹는 빙수가 있는데, 특징은 시럽에 있습니다. 빨강/분홍색은 딸기 맛, 초록색은 사과 맛, 갈색은 커피 맛의 세 가지 시럽을 뿌려먹는 것이 보편적인 형태.
필리핀에서는 할로할로(Halo-halo)라고 부르는 음식이 있는데, 으깬 얼음 위에 고구마와 식감이 비슷한 ‘우베’라는 식물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코코넛 속, 젤리류 등을 얹어 먹는 음식입니다.
이처럼 나라마다 먹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더울 때 빙수라는 공식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차가운 빙수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 상쾌해지는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Hmart 이주용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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