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알칸사주의 아이콘 ‘Petit Jean Stat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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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시작되나 싶더니 벌써 12월 중순 크리스마스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나의 조그만 작업실 창문너머로 부슬 부슬 떨어지는 겨울비에 사뿐히 떨어지는 빨간색 메이플 트리의 나뭇잎을 바라보며 삶이란 지나가는 시간을 세월이란 일기장에 빽빽하게 적어놓고 있습니다.
가을이란 멀쩡한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쓸쓸하게 만들더니 이른 겨울비에 촉촉히 젖은 우리 집 벤치에 내려앉은 노란 나뭇잎 숫자를 헤아리게 합니다.
벌거벗은 나무를 바라보며 우리의 삶이 때로는 고되지만 잎사귀 없는 나무가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그 속이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다시 한 번 삶의 용기를 다져봅니다.
올해의 가을 단풍은 너무나 화려하였습니다. 아마도 일찍 찾아온 쌀쌀한 날씨, 그리고 잦은 비와 이전과는 다른 텍사스 날씨 탓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세상의 어떤 변화가 생기더라도 시간을 거스르지 하고 찾아오는 계절의 신비함은 사방으로 씨를 흩어 뿌리고 새로운 삶을 기다리게 하여 모든 사람에게 희망이 시작하는 계절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을이 되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누군가가 바람이란 이름의 연필로 흔적을 남긴 곳에서 지나간 수많은 시간을 기억하며 새길 것은 새기고 지울 것은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참으로 가을이란 계절은 하늘은 쳐다 보면 마음이 한없이 평화로운데 서늘한 가을바람에는 여지없이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네요.
나만의 계절이 되면 아이폰에 음악을 가득 넣고 찾아가는 곳들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저가 있는 달라스 근교를 찾아 가을빛을 새기고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국의 강원도와 유사하다는 알칸사주를 많이 찾아갑니다.
그곳에 가면 세월의 흔적들이 산과 계곡을 따라 굽이 굽이 펼쳐진 모습이 마치 제 고향을 찾아간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알칸사주의 중앙에 위치한 페티 진 주립공원(Petit Jean State Park)은 알칸사의 아이콘이란 상징적인 표현이 어울리듯 가을을 찾는 이들에게 다양한 계절의 흔적과 추억들을 선사하는 멋진 곳입니다.
알칸소주의 40번 하이웨이 인접도시인 모릴톤(Morrilton)에서 서쪽으로 154번 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페티 진 주립공원은 알칸소 강의 남쪽 페티 진 마운틴(Petit Jean Mountain)에 위치한 3,471에이커 넓이의 알칸사주의 첫 번째 주립공원으로 알칸사주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공원의 역사와 자연환경이 가장 멋진 곳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숙박시설인 마더 랏지(Mother Lodge)나 캐빈(Cabin)을 예약하는 것은 적어도 6개월 전이 아니면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특히 마더 랏지 앞에서 바라보는 시더 크릭 캐년(Cedar Creek Canyon)의 웅장한 모습과 트레일을 따라 캐년 안으로 들어가서 만나는 시더 폭포(Cedar Falls)의 거친 숨소리는 이곳의 자연이 그대로 살아 우리의 호흡 속에 들어와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곳에는 캐년과 시더 크릭(Cedar Creek) 그리고 베일리 호수(Lake Bailey)따라 만들어진 많은 트레일 코스와 아담한 캠핑 장소가 있는데, 그 중에서 마더 랏지에서 출발하여 시더 폭포까지 왕복하는 2마일의 트레일 코스는 계절에 상관없이 이곳이 왜 알칸소 주의 아이콘인가를 설명하는 멋진 트레일 코스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그리고 0.25마일 거리의 락 하우스 케이브 트레일(Rock House Cave Trail)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동굴 속에서 500년 전 이곳에 거주하던 인디언의 락 아트(Rock Art)를 만날 수도 있고, 4.5마일의 세븐 홀스 트레일(Seven Hollows Trail)을 따라 다양한 캐년과 아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정의 끝은 페티 진 오버룩(Petit Jean Overlook)에서 시더 크릭 캐년 너머 가을의 빛을 더 진하게 만들어버린 황혼의 석양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시간의 향기 속에 잠시 머뭇거린 사이 이른 겨울의 석양은 어느새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맙니다. 불빛 하나 찾아보기 힘든 이곳에 적막한 밤이 시작이 됩니다.
하늘을 보기 힘들 정도로 높이 솟은 소나무 사이 가끔씩 그 얼굴을 보여주는 반가운 가을의 둥근 달빛은 오후 늦게 쳐놓은 텐트에 반사되어 주위를 더욱 환하게 비쳐주고 있습니다.
늦은 밤 저 멀리 들려오는 이름 모를 동물들의 애절한 음성을 뒤로하고 바람이란 이름의 연필을 들어 나의 가슴 속에 깊은 사연들을 새겨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맺은 인연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의 결실을 맺는다는 생각을 하며 늦은 밤까지 피워 논 모닥불에 새 생명의 씨앗을 뿌려봅니다.
오종찬
·작곡가
·KCCD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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