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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에 뿌리 뽑자" 드라마도 폐지해버린 반중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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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대응한 국내 반중 정서가 드라마도 폐지해버리는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대해 퇴출운동을 벌여 성공한 최초의 사례로, 디지털 시대 시청자의 더욱 강력해진 힘과 훨씬 엄격해진 눈높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여론몰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방송 콘텐츠 시장에 중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침투하기 전 시청자의 힘으로 싹부터 잘라버린 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자본에 불쾌감 누적된 시청자의 '철퇴'
26일 전해진 SBS TV 월화극 '조선구마사'의 폐지 결정은 그동안 누적된 반중 정서를 고려하면 급작스럽고 뜻밖의 일은 아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미 tvN 드라마 '여신강림'과 '빈센조' 속 중국 브랜드 PPL(간접광고), '철인왕후' 원작 작가의 혐한 발언 등으로 이미 반중 감정이 거세진 상황이었다.
특히 이런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중국은 김치와 한복을 자국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놔 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만들었다.
'조선구마사'의 경우 중국식 소품과 의상을 사용한 사례만 놓고 보면 폐지는 과한 처사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고, 터질 게 터진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중국계 자본이 들어온 것은 최근 일은 아니다. 아직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이 풀리지 않은데다, 국내 소비자의 반중 정서도 있기 때문에 본격화되지는 않았을 뿐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지분을 차지하는 등 움직임은 이전부터 있었다. 최근 들어 PPL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시청자도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플랫폼 확대로 콘텐츠 수요는 급증했지만, 콘텐츠를 제작할 자본 조달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제작자로서는 중국 자본의 유혹을 거절하기는 어렵기도 해 조금씩 직·간접적인 협력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단호했다. 앞서 몇몇 드라마의 사례로 누적된 공분은 '조선구마사'에서 터지고 말았다. 소품과 의상은 물론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해외 홍보 문구, 대본 집필을 맡은 박계옥 작가의 전작과 근황까지 하나하나 검증하는 것으로 확산했다.
정작 '조선구마사'는 중국 자본과는 관계가 없었지만, 쌓인 불쾌함과 높아진 잣대 속에 이 작품은 '중국향'을 내비친 것만으로 본보기로 철퇴를 맞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조선구마사'가 폐지까지 이른 상황은 일단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향후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에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문화 동북공정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그런 상황에서 제작진이 알아서 중국향을 의식했다는 느낌이 드는 드라마가 나왔으니, 시청자가 굉장히 세게 예방주사를 놓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 플랫폼 업고 힘 세진 시청자…일각서 '여론몰이' 지적도
'조선구마사'가 처음 방송된 후 중국향 논란이 불거지자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동시다발적으로 비판 여론을 쏟아내며 콘텐츠 존폐를 결정할 힘을 쥐었음을 증명했다.
시청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청와대 국민청원 등 수많은 창구를 통해 제작진을 비판했고 드라마 수정이나 폐지는 물론 이를 방송한 SBS의 지상파 재허가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가에서 소비자 퇴출운동이 성공한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제작진이 잘못 선택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소비자가 굉장히 세게 저지할 힘이 생겼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은 드라마가 만들어질 때 관련 정보가 나오면 여러 의견이 개진되고, 제작진은 그걸 분석하는 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듣고 해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소비자 의견을 모니터링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이 없다.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이번처럼 막대한 비용을 날리지 않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조선구마사'에 한해서 보자면 지나친 여론몰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일고 있다.
김 평론가는 "'조선구마사' 자체를 동북공정으로 몰아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은 동북공정과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관계자도 "검증 없이 무차별적으로 올라오는 비난은 문제가 있다. 한 프로젝트를 론칭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처럼 과도한 마녀사냥은 가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작 무산에 따른 피해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공방도 남았다. '조선구마사'에는 320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었다. SBS는 방영권료 대부분을 선지급했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쳤다.
그러나 '조선구마사'는 논란 직후 모든 광고주와 지방자치단체가 제작 지원을 철회하면서 애초에 재정비가 불가능했다.
정 평론가는 "방송 유지에 따른 손실이 이미 투입된 비용보다도 많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김 평론가도 "일주일 쉬어서 재정비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달이 뜨는 강'이나 '날아라 개천용'처럼 배우 한 명이 문제면 바꾸면 되지만 이 작품은 역사 해석부터 표현하는 방법까지 기본이 다 어긋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공감했다.
그는 "광고가 철회된 게 가장 문제였을 텐데, 방영권료를 지급했다고는 하지만 방송사가 소비자의 분노를 등에 업고 제작사를 죽이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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