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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 "욕심 비우고 막 던져보는 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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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을 콘텐츠로 유입시킨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우리가 시청자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죠."
도전적이고 신선한 기획력으로 인정받으며 '스타 PD'로 불려온 김태호 PD는 좋은 예능 프로그램은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요즘 예능에서 중요한 건 당장의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아닌, 트렌드에 발맞춰 변화하는 유연성이라는 점에서다.
지난 5일 ENA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2'(이하 '지구마불') 종영을 앞두고 서울 상암동 ENA 본사에서 만난 김 PD는 "'영점 조정'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렵더라도 대중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져보는 게 중요하다"며 "명중시키겠다는 욕심과 기대는 유연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큰 기대 없이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 영점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무한도전'도 사랑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놀면 뭐하니?'도 시행착오로 5주를 썼어요. 저는 후배 PD들에게 초반 성적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자고 거듭 말해요. 영점을 제대로 맞춰야 오래 갈 수 있고, 영점을 빨리 찾으려면 도전에 너무 큰 기대를 걸면 안 되거든요."
'지구마불'은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와 비슷하게 초반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시즌1 첫 회 시청률은 0.6%로 출발했는데 차차 1%대로 진입했고, 시즌2에서는 안정적으로 2%대로 접어들어 자체 최고 시청률 2.3%를 기록하기도 했다. ENA가 비교적 신생 케이블 채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부루마불'은 김 PD가 직접 설계한 부루마불 게임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 등 세 명의 여행 유튜버는 보드게임 주사위를 굴려 보드게임 판 위에 있는 도시 중 어디로 여행할지 정하고, 곧장 여행을 떠난다.
김 PD는 "여행 유튜버들과 재미난 콘텐츠를 해보자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해 여기까지(시즌2까지) 오게 됐다"고 돌아봤다.
후속 시즌이 욕심 난다면서도 "시즌이 거듭되면서 변화가 없다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올여름, 가을에 후배들과 충분한 고민을 거치며 변화를 줄만 한 부분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즌2는 이전 시즌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여행지를 대거 추가하고 각 출연자의 여행에 깜짝 동행하는 '여행 파트너'를 투입하는 등 볼거리를 늘리며 차별화를 꾀했다.
김 PD는 "시즌1에서는 유튜브 예능의 제작 방식을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세 크리에이터분들의 콘텐츠 결을 따라가려고 했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방송과 유튜브의 특징을 합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했다.
'지구마불'은 김 PD가 설립한 제작사 테오의 공식 유튜브 채널과 ENA에서 동시에 공개 및 방송됐는데, 유튜브와 TV 채널의 특징을 고려해 다른 것들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김 PD는 말했다.
그는 "유튜브는 시청자들이 근거리에서 보게 되지만, TV는 보통 여러 명이 있는 공간에서 큰 화면으로 보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서 유튜브 콘텐츠를 편집하는 PD들과 방송분을 편집하는 PD들을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는 두 사람만의 사적인 이야기부터 잡담 등을 많이 담았다면, 방송에는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시각적인 자료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유튜브에서는 재미있는데 방송에서는 별로인 내용이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많거든요. 아예 구분해서 만들었죠."
13년간 인기 예능 '무한도전'을 만들고, 2019년 '놀면 뭐하니?'로 성공리에 복귀했던 김 PD는 21년간 몸담은 MBC를 퇴사해 개인 제작사 테오를 설립했다.
김 PD는 "보통 예능 PD들이 독립해서 차린 제작사들은 같은 조직에서 합을 맞췄던 사람들이 함께하지만, 우리 회사는 다양한 조직에서 일하던 PD들이 모인 일종의 다문화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제 함께 한 지 2∼3년 정도 지나면서 각자의 장점이 뭔지 파악하고 활용하는 단계까지 오게 된 것 같다"며 "'지구마불'은 후배 PD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많이 성장했지만,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기자간담회에서 ENA와 함께 갈 수 있는 색깔 있는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적어도 그 약속만큼은 지킨 것 같아서 뿌듯해요. 앞으로도 더 기다려지는 콘텐츠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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