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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사나이' 레슬링 이승찬 "파리 올림픽, 죽기살기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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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한국 레슬링계에 깜짝 사건이 벌어졌다.
남자 그레코로만형 최중량급 간판 김민석(수원시청)이 2024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이다.
김민석은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2022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 등 출전하는 메이저 국제대회마다 굵직한 성과를 냈던 선수다.
김민석을 꺾고 2024 파리 올림픽 쿼터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이는 이승찬(28·강원도체육회)이었다.
이승찬은 2014년에 열린 아시아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유망주였으나 시니어 데뷔 이후엔 잇따른 부상 여파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무명 선수였다.
레슬링계가 받은 충격파는 컸다. 한국 레슬링의 '마지막 남은 희망'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이승찬은 주변의 우려를 딛고 보란 듯이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쟁취했다.
그는 지난 4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아시아쿼터 대회 그레코로만형 130㎏급 경기에서 나빈 나빈(인도)과 오쿠무라 소타(일본)를 차례로 격파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승찬의 경기력을 확인한 국내 레슬링계는 조심스럽게 올림픽 메달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 관계자는 "현재 이승찬의 페이스를 보면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삼을 만하다"고 전했다.
이승찬은 비교적 늦게 운동을 시작했다. 과천중학교 2학년 재학 당시 학교 레슬링부 감독이었던 체육 교사의 권유로 운동을 배웠다.
그는 지난 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학교 1학년 때 신장 186㎝, 체중 95㎏이 나가는 등 또래 친구들보다 체격 조건이 좋았다"며 "처음엔 흥미로 시작했지만, 운동을 하면서 레슬링이 좋아지더라"라고 말했다.
이승찬은 저변이 좁은 국내 레슬링 최중량급에서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워낙 선수층이 얇다 보니 곧바로 성과가 나왔다.
국내 주니어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이승찬은 2014년 아시아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러나 시니어에선 좀처럼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이승찬은 한국체대 재학 시절 왼쪽 어깨 탈구 증세와 오른쪽 무릎 부상 여파로 2년 가까이 재활에만 전념했다.
2021년엔 오른쪽 어깨마저 다쳤다. 지금도 양쪽 어깨가 정상은 아니다.
오랜 재활에 지친 이승찬은 파리 올림픽을 인생 마지막 도전의 장으로 여기고 모험을 택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레슬링 최고 명문 팀인 삼성생명에서 강원도체육회로 소속 팀을 옮기고 맞춤형 훈련을 시작했다.
이승찬은 "강원도체육회는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중시하는 팀"이라며 "내게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곳에 있다 보면 같은 훈련 파트너와 계속 운동하게 돼 훈련 성과가 떨어진다"며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체급과 관계없이 많은 선수를 만나 기술 훈련에 전념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찬은 부상 관리와 맞춤형 훈련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같은 체급 최강자 김민석을 꺾은 데 이어 아시아 쿼터 대회에서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낸 배경이다.
이승찬은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 무대에서 선수 생명을 걸고 모든 힘을 쏟아내겠다는 각오다.
그는 "2020년생 첫딸 채안이와 2022년생 아들 도후, 두 자녀를 홀로 양육하는 아내가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남은 기간 죽기 살기로 준비해 후회 없이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주특기인 옆굴리기는 물론, 스탠드 기술인 맞잡기가 자신 있다"며 "그동안 한국 레슬링이 국제무대에서 부진한 성적을 냈는데, 이번 대회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끌어내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 레슬링은 파리 올림픽에 단 두 장의 출전권을 땄다.
이승찬과 남자 그레코로만형 97㎏급 김승준(성신양회)만 출전한다.
한때 '효자종목'으로 꼽혔던 한국 레슬링은 오랜 침체기를 겪었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1972 뮌헨 대회 이후 처음으로 '노메달'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냈다.
이승찬은 "큰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파리에서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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