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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타고 온 이문세 명곡 퍼레이드…"가수 하길 참 잘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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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해서 하는 일인데, 이렇게들 환호해 주시니 가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기 참 잘했어요."
편안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아늑한 장내를 은은하게 감싸는 가운데, 눈부신 조명이 아래로 혹은 위로 빛을 뿜어냈다. 라이브 밴드의 반주와 시선을 사로잡는 댄서의 퍼포먼스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무대 전체를 가린 막에는 소복소복 쌓이는 추억 같은 눈발이 영상 효과로 구현됐다.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하던 '옛사랑' 가사 그대로였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4 시어터 이문세' 서울 콘서트에서다. 이날과 5·6일 총 3일간 열리는 서울 콘서트는 회당 3천석 좌석이 전석 매진됐다.
'시어터 이문세'는 이문세가 지난 2015년부터 2년에 한 번꼴로 새로운 선곡과 콘셉트로 여는 브랜드 공연이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시즌이다.
2년 전 서울 올림픽공원 잔디마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시어터 이문세 인 더 파크'(Theatre LEE MOON SAE in the Park) 때와는 달리 '국내 공연계의 심장'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는 한층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풍겼다.
이문세는 실내 대극장의 장점을 살려 시선을 사로잡는 조명과 퍼포먼스, 귀에 쏙쏙 박히는 능수능란한 보컬로 평일 저녁 시간을 낸 3천명의 관객을 반겼다.
그는 "평일 저녁에 이 많은 관객이 모인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며 1층뿐만이 아니라 2층, 3층 관객도 챙겼다. 특히 3층 가장 먼 자리에 앉은 어느 관객의 이름까지 부르며 그와 직접 소통하는 세심한 무대 매너도 선보였다.
하지만 이문세 콘서트의 가장 큰 '파괴력'은 시대와 세대를 넘나드는 히트곡들이었다. 굳이 팬이 아니라도 첫 소절만 들으면 '아!' 하고 감탄이 튀어나오는 대표곡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이문세는 "이문세 공연을 보면서 많은 관객이 세 번 놀란다고 한다"며 "하나는 '이문세 생각보다 멋있는데?'라고 한다. 두 번째는 관객 중에 20∼30대 관객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서다. 세 번째는 '내가 이문세 노래를 왜 이렇게 많이 알지'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난스레 읊어놓은 자기 자랑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히트곡을 꾸준히 배출한 그의 말은 사실 그대로였다. 몸이 저절로 들썩이는 '조조할인', 교복을 입고 설레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게 해준 '소녀', 광화문 한복판서 다시 듣는 '광화문 연가',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같았던 '빗속에서' 등 잊고 살던 그 노래가 다시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잠시 일상을 잊고 추억에 잠겼다.
이문세는 대표곡이 워낙 많다 보니 듣고 싶던 노래가 세트리스트에서 빠지는 경우도 잦다.
그는 아쉬워하는 팬들을 위해 즉석에서 '그대와 영원히', '그녀의 웃음소리 뿐' 등의 노래를 두어 소절씩 뽑아냈다. 특히 리메이크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사랑은 늘 도망가'도 살짝 들려주고서 "이문세 노래입니다"하고 말해 환호를 끌어냈다.
이문세는 특히 직접 기타를 메고 록 스타처럼 멋들어지게 연주를 선보이거나, 댄서들과 함께 K팝 스타 못지않게 안무를 소화해내는 등 볼거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80∼90년대 명곡들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겠지만, 관객 앞에서만은 늘 새로운 것을 내놓으려는 그의 집념이 엿보였다.
그는 '깊은 밤을 날아서'에서는 태양계와 은하 등 우주를 펼쳐냈고, '난 아직 모르잖아요'에서는 유아기에서 노년까지 누군가의 인생을 먹먹하게 풀어내는 등 영상 효과에도 공을 들였다.
이문세는 이날 새 앨범에 수록될 선공개곡 '웜 이즈 베터 댄 핫'(Warm is better than hot)도 들려줬다. 그는 "이번에 준비 중인 새 앨범에 들어갈 곡 중에 한 곡을 불러봤다. 이 노래의 미래는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다"고 말하며 너털웃음도 지었다.
"우리가 정말 정신 없이 사느라고 까맣게 잊고 지냈던 내 안의 감성들이 공연을 통해서 다시 살아나는 거죠. 오늘 그 놀라운 경험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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