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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유재선 감독 "칸 초청에 캐스팅까지…기적 쏟아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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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모든 기적과 운이 이 영화에 다 쏟아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은 일이 많았죠."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재선 감독은 데뷔작인 '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감독의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올해 5월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뷔작에 정유미와 이선균이라는 비중 있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기적적인 일'이라는 게 유 감독의 말이다.
유 감독은 제작사 측과 캐스팅을 두고 고민하던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제작사 대표가 '주연에 어울릴 배우 1순위를 한번 대보라'고 하길래 유 감독은 정유미와 이선균을 꼽았다고 한다. 나중에 두 배우가 캐스팅 제안을 받아줘 뛸 듯이 기뻤지만 한편으론 신인 감독으로서 부담감도 컸다고.
유 감독은 "(두 배우가 저를) '진지한 감독으로 안 봐주면 어쩌지'라는 기우 같은 걱정도 했다"며 웃었다.
이어 "너무나도 다행히 두 분은 엄청난 협력자였다"며 "저를 감독으로서 존중해주고, 캐릭터에 관한 아이디어도 많이 내줬다"고 회고했다.
'잠'은 신혼부부인 수진(정유미 분)과 현수(이선균)의 이야기로, 현수가 몽유병에 걸린 듯 한밤중에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공포에 질린 수진은 점점 광기에 빠져든다.
유 감독이 두 배우를 캐스팅한 데는 봉준호 감독의 지원도 있었다. 봉 감독은 정유미에게 '잠'의 시나리오를 추천하기도 했다. 유 감독은 봉 감독의 '옥자'(2017) 연출부 출신이다.
그는 "관객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봉 감독님의 영화고, 영화인으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도 봉 감독님"이라고 말했다.
이어 "'잠'을 연출하면서 알게 모르게 봉 감독님이 '옥자'를 연출할 때 보인 모습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털어놨다.
유 감독은 봉 감독과 작업하던 시절 '잠'의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봉 감독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은 봉 감독님이 '너무 좋다. 지금 당장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넌 이걸로 데뷔해야겠다'고 했다"며 "그때 용기를 얻어 '이 영화로 데뷔해야겠구나'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유 감독은 '잠'의 시나리오를 쓰던 무렵 결혼을 준비 중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신혼부부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유 감독은 "그땐 '문제가 닥치면 부부는 어떻게 극복할까', '좋은 부부관계란 어떤 걸까' 이런 질문이 제게 화두였다"며 "그래서 주인공을 신혼부부로 설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우선 목적은 재미있는 장르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관객들이 '일분일초가 정말 재밌었다', '시간도 돈도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고 생각만 해줘도 성공 이상을 거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몽유병을 소재로 한 데 대해선 "누구나 인터넷에서든,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든 몽유병에 관한 괴담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며 "저도 그것이 주는 자극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몽유병 환자의 일상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더 중요하게는 '그런 사람 옆을 지키는 가족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기작으로 미스터리 범죄물이나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 중이라는 유 감독은 "저를 아는 사람들은 첫 번째 것(범죄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할 것이고, 아마 그걸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그는 '잠'의 개봉을 앞둔 심경에 대해선 이렇게 털어놨다.
"칸 영화제 때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감사했지만, 이 영화는 한국의 관객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거라 그분들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죠. 잘 봐주시면 좋을 텐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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