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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액션·통쾌함 삼박자…김혜수·염정아 워맨스 빛난 '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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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NET
연예 댓글 0건 작성일 23-07-18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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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신수 좋아졌네?"(진숙), "많이 독해졌다?"(춘자)

 

가난한 해녀 진숙(염정아 분)과 전직 해녀 춘자(김혜수)가 따귀를 두 차례씩 주고받더니 서로를 향해 말한다.

 

한때 피붙이 같던 두 사람은 수년 전 밀수를 하다 세관에 적발되면서 원수로 돌아선 사이다.

 

둘은 어촌 도시 군천에 화학공장이 들어선 뒤 먹고살 길이 없게 되자 바다에 던져진 밀수품을 건지며 돈을 벌었다. 하지만 갑자기 세관이 들이닥쳐 해녀들이 체포되고, 우왕좌왕하던 사이 진숙의 아버지와 동생이 사고로 죽으면서 이들의 '한탕'은 막을 내린다.

 

춘자는 유유히 바다를 헤엄쳐 빠져나가 옥살이를 피한다. 반면 진숙은 교도소에 갇힌 채 춘자를 원망한다.

 

시간이 흘러 서울 명동. 춘자는 시골 아낙의 티를 벗고 화려한 도시 여자가 됐다. 그는 대변신한 모습으로 군천으로 향한다. '밀수 오야붕'으로 불리는 권 상사(조인성)의 협박 때문에 다시 한번 밀수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돈이 필요한 진숙과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춘자는 해묵은 감정을 뒤로 하고 다시 범죄 파트너가 된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1970년대 가상의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양 범죄 활극이다. 점차 전사가 되어 가는 해녀들의 모습과 뚜렷한 권선징악의 스토리는 웃음과 액션, 통쾌함까지 삼박자를 갖췄다. '베테랑', '부당거래', '모가디슈' 등 류 감독의 대표작처럼 세 요소를 고루 분배해 관람 후에도 개운한 뒷맛을 준다.

 

'밀수'는 올여름 극장가에 걸리는 한국 대작 영화 4편 중 가장 먼저 개봉하는 영화이면서 유일하게 여자들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다음 달 2일 나오는 하정우·주지훈 주연의 '비공식작전'이 브로맨스를 내세웠다면 '밀수'는 김혜수와 염정아를 필두로 한 워맨스를 선보인다.

 

춘자와 진숙은 처음엔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오해를 풀고 예전처럼 물질 짝패가 된다. 

 

다방 사장 옥분(고민시)과 양금네(박준면), 돼지엄마(김재화), 똑순이(박경혜), 억척이(주보비) 등 해녀까지 가세하며 여자들만의 드림팀이 완성된다. 이들의 목적은 곧 바다에 던져진다는 3억원짜리 다이아몬드와 과거 일에 대한 복수다.

 

군천의 밀수 판을 꽉 쥐고 있는 장도리(박정민)와 세관 직원 장춘(김종수)을 상대로 본격적인 사기극이 펼쳐지는 중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과 재미는 더해진다. 

 

여기에는 캐릭터 각각의 매력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힘이 크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 "그동안 맡은 배역 중 가장 상스러운 연기"를 했다고 말한 김혜수는 '타짜' 속 정 마담과 '관상' 속 연홍 사이를 오가며 해녀 출신 사기꾼 역할을 훌륭히 소화한다.

 

웃음은 장도리 역의 박정민과 옥분 역의 고민시가 담당한다. 박정민은 악독한 역할을 맡았지만, 어딘가 모자라고 찌질해 대사 한 마디에도 웃음이 난다. 단아하거나 반항적인 인물을 주로 연기해온 고민시는 '밀수'에선 빵빵 터지는 '웃음 벨' 역할을 한다. 

 

류 감독 영화에 액션신이 없는 건가 섭섭해질 때쯤 권 상사 패거리와 장도리 패거리 간 전쟁이 벌어진다. 칼과 도끼, 쇠사슬을 들고 인정사정 봐줄 것 없이 서로를 향해 휘두른다. 예상보다 높은 수위에 잠시 눈이 질끈 감기기는 하지만, 화려한 손놀림과 발놀림이 눈길을 재차 잡아끈다.

 

해녀들 역시 화려한 수중 액션을 보여준다. 장정 여럿이 칼을 들고 해녀들에게 달려들어 보지만, 평생을 물에서 살다시피 한 이들을 당할 재간이 없다. 자유롭게 바닷속을 헤엄치는 이들은 힘을 합쳐 적을 하나씩 제거해나간다. 이들의 무대인 바닷속도 보기만 해도 시원함을 줄 만큼 실감 나게 표현됐다.

 

김혜수와 염정아는 원래 수영조차 하지 못했고, 물에 들어가면 공황 증세까지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밀수' 촬영을 앞두고 3개월간 수중 훈련을 거친 끝에 깊이 6m에 달하는 수조에서 연기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아티스틱 수영 국가대표 출신 김희진 코치가 이들의 물속 동작을 더 유려하게 만들어줬다.

 

1970년대 군천의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제작진은 전국의 어촌 마을을 유랑하다시피 하면서 로케이션 장소를 물색했고 삼척과 거제 등지에서 촬영했다. 그때 그 감성이 물씬 나는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는 음악감독을 맡은 가수 장기하의 작품이다. 당시 유행가와 새롭게 만든 곡을 적절히 나눠 삽입했다.

 

류 감독은 1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전 "제가 그간 갈고닦은 모든 재주를 부려 만든 작품"이라고 '밀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최근 한국 영화의 위기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영화계에 몸담은 이래 (한국 영화가) 어렵지 않은 순간이 없었다"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더 잘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밀수'는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원'과 19일 개봉하는 마고 로비·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바비'와 경쟁할 전망이다.

 

'밀수' 개봉 한 주 뒤에는 '비공식작전'과 김용화 감독의 SF물 '더 문'이, 2주 뒤에는 엄태화 감독이 연출하고 이병헌이 주연한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잇따라 개봉한다.

 

얼마 전 천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 '범죄도시 3'의 흥행을 '밀수'가 이어받을지 주목된다.

 

26일 개봉. 129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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