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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 잡은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류은환…"몸이 반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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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가 잡아야겠다' 싶었죠.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전동 휠체어를 치고 달아난 음주 뺑소니 운전자 검거를 도운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류은환(롯데지주)의 말투는 담담했다.
지난 1월 31일 오전 전북 익산에서 차량을 운전해 훈련장으로 향하던 류은환은 앞에 가던 차가 전동 휠체어를 치고 그대로 달아나는 것을 보고 추격을 시작했다.
신고를 하고 20분가량 뒤를 쫓은 끝에 음주 상태였던 뺑소니 차량 운전자는 경찰에 붙잡혔다.
류은환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앞 차량이 옆에서 전동 휠체어가 달리는데도 그쪽으로 차선을 변경하더니 충돌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달리길래 '도망가는구나' 싶어 경찰에 신고하고 위치를 설명하며 쫓아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뒤 다시 훈련장으로 향했다는 그는 그저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평소에 불의를 못 참는 성격은 아니다"라며 웃은 류은환은 "다만 옳은 일을 해야 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가 바로 뒤에 있었고, 사람을 치고 도망가는 건 잘못된 일이니 쫓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은환은 대학 재학 중이던 2014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특수교육을 전공하며 축구, 농구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기던 그의 인생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사고 후 활동량이 줄어들면서 답답함을 느끼던 때 휠체어펜싱을 접하게 됐다.
그는 "직접 전북 장애인체육회를 찾아가 할 수 있는 운동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사격도 해보고, 양궁도 해봤는데, 펜싱이 잘 맞았다"고 했다.
취미처럼 펜싱을 즐기던 그는 대학 졸업 후엔 회사에 들어가 사무직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긴 어려웠다.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14층에서 1층으로 이동해야 했다.
결국 퇴사를 결심한 류은환은 약 6년 전 본격적으로 휠체어펜싱 선수의 길에 접어들었다.
국내 대회에서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내며 태극마크를 달았고, 지난해 국제휠체어및절단장애인스포츠연맹(IWAS) 상파울루 월드컵 사브르 개인전과 태국 월드컵 플뢰레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말 팔꿈치 힘줄이 찢어져 재활에 집중하고 있지만, 류은환은 10월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과 2024 파리 패럴림픽을 위해 다시 달릴 준비를 한다.
그는 "아시안게임과 패럴림픽 출전을 위해선 일단 세계 랭킹을 높여야 한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다가오는 월드컵 등에서 랭킹을 관리할 계획"이라며 "어느 대회에 나가든 목표는 항상 금메달"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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