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전문가에게 듣다] 텍사스 정전 대란 후… 정책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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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만에 찾아온 초강력 한파가 지난주 텍사스를 온통 꽁꽁 열려버렸다. 전기가 끊겼고 수도는 얼어붙었다. ‘깜깜이 지옥’이란 말이 실감나는 시간이었다.  아까운 인명마저 앗아간 이번 단전사태의 원인을 전문가 칼럼을 통해 짚어 본다.  <KTN 보도 편집국> 

 

텍사스 날씨는 참 얄밉다. 80년만의 ‘북극한파’가 물러나자 다시 화씨 70도 중반까지 치솟으며 반팔 옷을 꺼내 입게 했다. 

한파 후 연방정부가 피해복구를 위해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20일 텍사스 전역을 재해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FEMA 웹사이트를 들어가 봤다. 한파 피해 주택 소유자들을 돕는 지원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다. 가옥 피해의 경우, FEMA는 보험회사가 커버할 수 있는 직접적인 복구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 당분간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 숙박비용 등을 신청할 수 있다. 또한 피해를 본 가구집기, 가전제품, 학용품, 생계용 장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심지어 출퇴근용 차량도 보상 가능하다. 이 같은 보상기준은 주택 소유자 뿐만 아니라 렌트 입주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한다. 

텍사스 주정부도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안일한 대응을 이유로 텍사스 전력망감독위원회(ERCOT)에 대해 고강도 인사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했다. ERCOT위원 5명과 최고 경영자가 정전사태 후 물러났다. 주정부는 또한 이에 따른 지휘책임도 물었다. 텍사스주 공공 유틸리티 감독기구인 PUCT (Public Utility Commission of Texas)의 드앤 워커 위원장이 지난 1일 사퇴했다.

비난 여론의 뭇매를 흠씬 얻어맞은 ERCOT도 이젠 제정신 차리고 본연의 역할에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ERCOT는 우선 ‘전기료 폭탄의 주범’ 그리디(Griddy) 에너지를 최근 전력거래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하지만 이 모든 초치들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그리디 에너지의 몰상식한 전기료 부과 문제다. 전력시장 관리자인ERCOT의 느슨한 관리가 낳은 결과이다. 다음은 한파에 대한 ERCOT의 안일한 대응 문제다.

이미 강추위가 예고됐음에도 ERCOT가 허술하게 대응한 것은 상급 관리기구인 PUCT의 지휘감독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신통치 않은 PUCT 임원진들이 자리를 꿰찬 이유는 뭘까? 임명기관인 텍사스 주의회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해냈더라면 정전지역을 최소화 시켜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텍사스 전력산업구조가 좀더 효율적인 형태로 탈바꿈해야 한다. 지난번 기고문에서 언급했듯, 현행 텍사스 전력시장 시스템은 각종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역사적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먹이사슬’ 구조 또한 매우 복잡하다. 발전소를 소유하고 있는 사업자들과 고압 송전설비를 갖고 있는 전력배급망 업체들이 별도로 존재한다. 또한 민영화 지역과 비민영화 지역이 혼재되어 있다. 지난 2002년 1월1일 민영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덴튼, 샌안토니오, 어스틴, 갈랜드 등 일부 지역은 아직도 시정부가 직접 전력수급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Coserv와 같은 비영리 전력조합(Co-ops)들이 별도의 전력 수급체계를 갖추고 있어 획일적인 통제가 불가능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민영화된 시장구조를 좀 더 들여다 보자. 먼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민영기업인 발전업자들이 생산해서 도매시장에 내놓는다. 상품으로 나온 전기는 소매 전기회사인 REP(Retail Electricity Provider)들이 구매한다. 현재 텍사스에는 약 650군데의 발전소가 가동 가능하다. 영업중인 REP는 약 300여개이다. 우리 귀에 익숙한 Reliant, TXU, Tara 등이 바로 REP업체들이다. 

이 같은 판매/구매 과정을 민영화의 핵심 축인 ERCOT가 관리해 준다. 일반 소비자인 우리는 보다 값싼 전기료를 찾아 소매상 REP와 구매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구매계약 내용도 만만치 않게 복잡하다. 함정도 많다. 전력사용량이 일정선을 넘거나 못미치면 전기료가 급등한다. 거의 대부분의 REP들이 변동요금제를 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하나 짚어볼 대상이 있다. 전력배급망 업체들이다. 이들은 발전소와 일반가정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ERCOT 관할지역내 전력배급망의 총 연장길이는 약 46,500 마일에 달한다. 모두 4개의 전력배급망 사업자들이 동서남북으로 권역을 나눠 이를 관리하고 있다.  북텍사스 동포들이 잘 알고 있는 Oncore가 이들 중 하나이다.

참담한 정전대란을 겪은 텍사스가 복잡한 전력산업구조를 개편할 지는 현실적으로 미지수이다. 특히 전력 공급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독립적인 텍사스 인터커넥션(Texas Interconnection) 정책을 포기하고 연방정부 관할로 귀속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또한 일부 언론의 주장처럼 이번 사태가 민영화의 결과라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관점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론 동의치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서 먹통이 된 시스템은 과감히 손을 봐야 한다는 주장엔 이견이 없다. 

정전대란 이후 텍사스 전력시장은 매우 불안해 보인다. 조만간 전기료가 폭등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팽배하다. 텍사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전력조합인 브라조스일렉트릭 파워가 파산신청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힘없는 전력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정책적 지혜를 모으는 게 주정부와 관련 당국들의 역할이자 임무이다. 

 

솔라에너지 컨설턴트 김영걸 

(전 신재생에너지소재개발지원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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