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낙태 금지법 후폭풍, 미 전역 부글부글

0
포트워스 지역의 한 낙태 클리닉 앞에 새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제공 AP통신]
포트워스 지역의 한 낙태 클리닉 앞에 새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제공 AP통신]
그렉 애봇 주지사
그렉 애봇 주지사

연방 법무부,  텍사스 주 상대로 민사 소송 제기

“아이는 누가 키우는데?”… 한인 여성들도 반발

 

텍사스 주 의회가 통과시킨 새 낙태 금지법(SB 8)이 지난 1일(수),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뜨겁다.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은 극히 예외적인 응급 상황을 제외하고 성폭행이나 근친 상간을 포함한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주 정부가 불법 낙태 단속에서 손을 떼고, 불법 낙태 시술 병원 등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거는 시민에게 최소 1만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은 신묘(神妙)하기까지 하다.

결국 연방 대법원은 일단 이 법의 시행을 막지 않았다. 이에 SB8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현재 텍사스에서는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태아의 낙태는 불법이 됐다.

 

연방 법무부, 9일(목)

텍사스 상대로 민사 소송 제기

 

지난 9일(목), 연방 법무부는 텍사스의 새 낙태 금지법에 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로 구성된 연방 대법원이 텍사스의 새 낙태 금지법 시행을 저지하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 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극도의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지난 1일 밤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을 맹비난했다.

또한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도 6일, 낙태에 대한 접근성 등 헌법에 나타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연방 법무부는 9일, “텍사스의 주 입법부가 공개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새 낙태 금지법을 제정했다”며 고소를 제기했다. 이날 갈랜드 법무장관은 텍사스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civil lawsuit)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갈랜드 법무 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법은 명백한 위헌이다”라고 말했다.

어스틴 연방 법원에 제출된 30쪽 분량의 고소장에는 “텍사스 주가 낙태를 시도하거나 낙태를 돕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반 시민들의 소송을 가능케 하고, 금전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시민들을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동하도록 허용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이같은 방법은  새 낙태금지법이 법적 도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례없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연방 법무부는 이날 연방 법원에 새 낙태 금지법이 ‘유효가 아닌 무효’라고 선언하고, 텍사스가 어떤 식으로든 이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요청했다. 

현재 텍사스의 새 낙태 금지법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청구하는 피해 금액에 제한이 없다. 승소하면 패소 당사자에게 법적 청구서를 지불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다. 

게다가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재판에서 승소할 경우 정부로부터 변론비용과 함께 최소 1만 달러를 지급받게 된다. 설사 패소한다 해도 피고 측이 변호사 변론 비용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 절차를 밟는데 들어간 비용만 부담하면 그만이다.

또한 이 법은 단일 낙태에 대해 여러 원고가 여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일단 청구인이 손해 배상금을 징수하면 소송을 제기하는 다른 사람들은 동일한 위반에 대해 동일한 피고로부터 더 많은 돈을 징수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한편 갈랜드 법무장관은 이날 “미국의 헌법을 무효화하려는 이런 종류의 계획은 당파적 이해 관계를 떠나 모든 미국인들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텍사스 새 낙태 금지법이 시행된다면, 다른 헌법상의 권리와 판례에 관한 행동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갈랜드 법무 장관은 “주정부가 이런 식으로 헌법상 보호되는 시민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시행하도록 허용한다면 이후 미국 사회에 가해질 피해가 막대하다”고 밝혔다.

 

“아이는 누가 키우는데?”, 

텍사스 새 낙태금지법 한인 여성들도 반발

 

텍사스의 새 낙태금지법 시행에 대해 텍사스내 약 700만 가임기 여성들은 물론 여기에 포함되는 한인 여성들도 크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라스퍼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여성 D씨는 “원치 않는 아이는 낳기만 하면 주정부가 키워줄 것이냐?”며 지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텍사스의 새 낙태금지법은 특히 성범죄 피해 여성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D씨는 “범죄 피해로 생기는 태아를 사랑할 수 있는 여성은 극히 드물다. 도대체 이런 법을 제정한 주의회는 제정신인가?”라고 힐난했다.

또다른 동포 여성 H씨는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강조하면서,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주체인 여성의 선택과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H씨는 “텍사스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 법안은 너무 극우로 갔다. 자유 국가 미국의 정신을 철저하게 짓밟은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가 만나본 대다수의 한인 여성들, 특히 가임기 여성들의 경우 텍사스의 법안은 정말로 말도 안되는 법이라고 성토했다.

낙태 찬반의 쟁점은 “배 안에 있는 태아를 어디까지 생명으로 볼 수 있는가?”에서 시작돼, 원치 않고 키울 능력이 없는 사각 지대에 있는 임산부와 사회 제도, 그리고 도덕적 영역까지 다양한 쟁점을 갖고 있다.

결국 낙태에 대한 논쟁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다. 여성의 뱃속 태아가 행복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서는 필요한 사회적 지원과 제도적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전미 최하위의 복지를 자랑(?)하는 텍사스가 새 낙태금지법으로 인해 태어나는 아이들과 이를 양육하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없어 보인다.

지난 2일(목) 낙태 금지법에 찬성하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젠 사키(Jen Psaki) 백악관 대변인이 한 일침이 회자됐다.

이날 가톨릭 전문방송 EWTN 소속 기자인 오웬 젠슨(Owen Jensen)이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어떻게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를 지지할 수 있는가. 가톨릭에서는 낙태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가르친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사키 대변인은 “대통령은 그것이 여성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의 몸이며, 그에 대해 선택할 권리는 여성에게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젠슨 기자는 “그럼 대통령은 누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재차 질문했다.

사키 대변인은 “대통령은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여성에게 달려 있으며, 여성이 의료진과 함께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답변했다.

이어 사키 대변인은 “당신이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임신을 해 본 적도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런 선택에 직면한 여성들에게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프리스코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K씨는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미성년자, 빈곤계층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K씨는 “여성의 행복 추구권과 신체의 자유는 공화당 백인 남성들이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텍사스 주 의회가 함부로 결정할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낙태권을 둘러싼 전쟁은 이제부터.. 

 

여성의 낙태권에 대한 입장은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중요한 사안이며, 정치적 의제로 계속 부상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의 대법관이 모두 포함된 연방 대법원은 지난 1일 불과 한 단락의 판결문을 통해 낙태권 옹호 단체가 제기한 시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9명의 대법관 중 5명이 가처분 신청 기각에 손을 들었다.

다만 연방 대법원은 “이번 기각 결정은 텍사스 법의 합헌성에 대한 어떠한 결론에도 근거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며, “텍사스 주 법원 등에서의 다른 소송 절차는 진행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텍사스 새 낙태 금지법이 최종적으로 헌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가 결정될 때까지, 텍사스에서의 낙태권을 둘러싼 전쟁과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영 기자 Ⓒ KTN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Hot

인기 코로나 19 백신 부스터 샷 시동?

FDA, 고령층·고위험군에 화이자 부스터샷 승인…일반인은 미정2차례 백신 접종 완료 뒤 최소 6개월이 지난 뒤 접종 가능고령층, 위험군, 감염 노출 위험성 큰 직종부터미 식품의약국… 더보기

텍사스의 새 낙태 금지법(SB8) 수정되나?

강간 및 근친 상간의 경우 낙태 금지 면제를 추가하는 법안 제출 … 통과 주목여전히 뜨거운 논란을 낳고 있는 텍사스의 새 낙태 금지법(SB8)이 시행된 지 근 한달여가 되어가고 있… 더보기
Hot

인기 북텍사스, ‘돌아온 가을 축제’ 향연

애디슨, 캐롤튼, 그렙바인에서 펼쳐진 축제의 향연텍사스 스테이트 페어, 24일(금)부터 시작 … 2년만의 행사재개로 관심 고조캐롤튼 ‘세계 음식 축제’현장에 울려 퍼진 우리 음악파… 더보기
Hot

인기 제38대 달라스 한인회장 선출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가동

제 38대 차기 달라스 한인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가동을 시작했다. 달라스 한인회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오용운)는 지난 9월 10일(금) 오후, 달라스 한인회 사무실에서 … 더보기
Hot

인기 “달라스 한인상공회의 핵심적 가치 추구를 실현한다”

달라스 한인상공회 전·현직 회장단 협의회, 김현겸 회장에 감사장 전달달라스 한인상공회 전·현직 회장단 협의회(회장 박영남, 이하 협의회)가 지난 17일(금) 오후 12시 해리하인즈… 더보기
Hot

인기 ‘제 21회 아시안 안전 및 건강 박람회’ 개최

달라스 경찰국 주최, 다음달 2일 홍콩마켓 주차장​달라스 경찰국이 주최하는 ‘제 21회 아시안 안전 및 건강 박람회’가 오는 10월 2일(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달라스… 더보기
Hot

인기 “한국 추석의 따듯한 정(情)을 함께 나눠요!”

(사) 한국 국악협회 달라스 지부와 함께 한 2021 SMU 추석 행사 성료​DFW 지역 사회에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한국 국악협회 텍사… 더보기
Hot

인기 “청취자로부터 받았던 사랑, 새로운 음악으로 전해드릴께요!”

​AM730 DKnet “음악이 필 무렵”, 강예리 진행자​AM730 DKNET 라디오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최장수 DJ 강예리씨가 오랜 만에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청취자들에게… 더보기
Hot

인기 2021년 DFW지역 한글학교 협의회, 온라인 교사연수회 개최

지난 18일(토), 재미한국학교 남서부 협의회 (회장 박은주)가 주최하고 달라스 포트워스 협의회(회장 길병도)가 주관한 한글학교 교사 연수회가 온라인으로 열렸다.재외 동포 재단과 … 더보기

“지역 경찰국과 한인 사회가 공조할 수 있는 기회 되길”

아시안 혐오 및 증오 범죄 대처에 관한 간담회 개최​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전국적으로 급증한 아시안 혐오 및 증오 범죄가 한인 동포 사회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