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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쇼

발렌타인데이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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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여행의시작
댓글 3건 조회 3,568회 작성일 17-02-1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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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7년 2월 14일이네? 바쁘게 살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나는지도 몰랐다. 회사에서 초콜릿을 나누는 사람들 덕에 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저녁 퇴근하는 길, 어김없이 길가 모퉁이에 피켓을 들고 서서 구걸하는 홈리스 사람을 보니 마음이 찡했다. 주섬주섬 지갑에서 돈을 꺼내 창문을 열고 해피 발렌타인스 데이를 말하며 돈을 건내니 그 사람이 내 눈을 맞추고 고맙다고 God bless you 라는 말을 건네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 홈리스에게 돈을 건내줬다라는 뿌듯함보다는 발렌타인스 데이에 사랑을 전한 것 같아 왠지 마음이 차분하고 따듯해진 것 같았다. 그때까지도 그 날 밤 나에게 다가올 신의 축복의 메세지, 저녁에 마주쳤던 그 홈리스 친구의 한 마디, God bless you 의 의미를 모른체 말이다.
잠을 청하려 침대 위에 누우려는 찰나, 핸드폰에서 반짝 알림이 울린다. 노란색 메세지, 이 밤에 누가 카톡을 보냈지? 하며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데, 생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이게 뭐지 하며 클릭하는 순간, 난 이 메세지가 하늘에서 온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 단체 이름…예전에 한국에 건강검진차 나갔을 때 좋은 일이다 생각하며 가입했던 기억이 난다. 흔히 말하는 골수이식기증자 등록이다. 메세지를 읽어보니 혈액암으로 투병중인 한 여성과 나의 유전자형이 일치하며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매번 친구와 가족과 나누고 받던 노란색 메세지가 이렇게 큰 의미와 무게가 있을 수 있었을까? 그 메세지를 읽어 내려가는 순간, 나와 아주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생각났다. 혈액암으로 투병하시던 어머니를 일찍 보낸 친구다. 나는 한시 지체함도 없이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협회에 일하는 코디네이터와 통화가 성사 되었다. 기증에 대한 의미와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기를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그 날 밤은 어떻게 잠을 잤는지 모르겠다.
다음 날 일어나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암투병 하는 환자가 있고,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사람이 현재 나밖에 없다더라…그 말을 들은 가족은 잠시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도해보자 라며 말을 이었다.
출근을 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병상에 누워있을 이름모를 그 환자뿐이었다.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 환자에게는 정말 코디네이커 말처럼 나의 존재가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을까? 그 가족들은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기증자가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했을까? 사랑하는 나의 가족중 이런 똑같은 상황에 놓인 환자가 만약에 있었다면 기증자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결국 마음에 결심이 섰다. 2월 14일, 사랑을 전하는 날, 퇴근 길 이름 모를 홈리스에게 건넨 해피 발렌타인스 데이라는 말의 의미가 그 날 밤 나에게 또 다른 사랑을 전해준 신의 말씀처럼 들렸으니 거부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비록 지금 미국에 있기에 기증을 위해서는 수개월 한국에 들어가야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나, 사람 목숨보다 더 귀중한 것이 있으랴…그 모든 것은 사람을 살린 후에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한국에 전화를 넣어야겠다.

댓글목록

쮸니오빠님의 댓글

쮸니오빠 작성일

여행의시작님 감동적인 사연 감사합니다.
님의 착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글을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 했습니다.
부디 님의 뜻대로 소중한 한 생명을 구할수 있도록 기도 하겠습니다.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쭈희언냐님의 댓글

쭈희언냐 작성일

여행님....발렌타인데이..모두가 조금은 들떠있던 그 날,
우리 여행님께 이런 일이 있었군요.
우리 몸의 일부를 절실한 누군가에게 기증하는 것은 정말 엄청난 일입니다.
결심을 하신 여행시작님....힘이 되어드리고 싶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여행의시작님의 댓글

여행의시작 작성일

감사합니다.....힘이 납니다. 방송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두분 모두 행복하시고 오래오래 방송 해주세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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