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생긴 일(15) 덤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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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가 느닷없이 상필의 뺌을 때렸다. 이니, 이게 어찌된 일이지. 레이는 상필이 기절한 줄알았는데 멀쩡해서 우선 반가웠고 그 다음은 스모 선수들에게 걸려들면 죽지 않으면 반 병신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미리 손을 쓴 것이다.

“당신이 감히 하와이의 스모 영웅 아케보노를 몰라봐? 그리고 뭐 스모꾼들이 돼지라고?” 하면서 상필에게 큰소리 말했다. 옆에 있던 캐빈 모모아가 “헤이, 씨스, 너무 그러니 마.”하며 말릴 정도로 레이는 화를 크게냈다. ”너희들이 알아서 해.” 레이는 마치 조폭 두목 같았다.
“레이, 어딜가는거야?”
레이는 상필의 물음에 대답도 없이 쌩 나가버렸다.
상필이 스모 친구들이 먹어 제낀 돼지 삼겹살 요리 20인분과 소주 10병 값을 돈돈 식당에 치렀다. 식당 주인이 굽실굽실 허리숙여 인사를 하며
“우리 식당 오픈하고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하와이에 거주 하십니까? 이거 고객 우대증입니다. 스모꾼 고객을 만나면 대박입지요.”
하면서 즉석에서 고객우대증을 주었다. 미국에 세일즈를 하며 거래 파드너들과 만났을 때 1천 달러가 넘는 포도주를 마신 적도 있어서 하와이에서의 음식값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 놀란 것은 그들 한 사람이 평균 5인분을 먹었다는 사실이었다.

“타. 타라구.”
그들이 상필을 데려간 곳은 어딘지 모르는 체육관이었다.
‘Sumo classes every Sunday at 11:00 at the UFC gym’이라고 적힌 베너 밑에 직경 3미터 정도의 둥그런 카펫이 깔려있었다. 스모 경기장은 모래 판인데 여기 하와이 식은 카펫인가보다. 뭐든 현실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니까 그런대로 이해 되었다. 케빈 모모아와 그의 친구들은 어느새 벌거벗은 몸에 훈도시같은 샅바만 걸친 스모꾼이 되어있었다.
네 명이 원형의 카페트 안에서 정사각형의 지점에 섰다. 그리고는 두 발을 벌리고 왼쪽 오른쪽 발을 번갈아 들었다 놓으며 어름짱을 놓고 있었다.
“좋다. 상대 해 주마. 그런데 1대 4냐?”
“아니다. 우린 그렇게 비겁하지 않다. 1대1로 상대한다.”
“나는 스모를 모르니 태권도로 상대하겠다.”
상필이 초등학교까지 한 태권도지만 왠지 이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조금은 터무니 없는 자심감이 들었다.
“하와이 스모를 모욕하는 자는 댓가를 치룬다. 스모를 설명하겠다. 스모는 스모 상대해야 한다.”
갑자기 실내 불이 꺼지더니 입구 맞은편 벽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스크린이 스르륵 내려왔다.
이어서 스모경기에 대한 선수들의 규칙을 설명 했다. 나레이터는 일본식 액센트가 강한 영어를 쓰고 있었다.

“스모는 상대편 선수와 일정거리를 두고 시합이 시작된다. 스모 대전은 몸으로 밀기, 손으로치기, 샅바 잡고 옆으로 넘어뜨리기 3종류고 구분된다. 상대방 허리띠의 손잡이를 사용하여 링 밖으로 밀거나 들어 올리기, 상대가 공격하는 동안 가장자리 돌기, 상대방을 손바닥으로 쳐서 균형감각을 잃게 하기, 상대방을 링 밖으로 던지기 등 70여 가지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스모는 빨리 승부가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 시간은 4분이다.”

나레이션이 이어지는 동안 스크린에서는 일본전통 옷을 입은 사람이 소금을 경기장에 뿌리고있었다. 소금의식은 경기장 내의 나쁜 기운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 경기 하는 동안에 소금을 뿌리는 횟수는 3번까지 가능하다. 스크린이 보여주는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흥미로웠다.
거구의 스모들이 쪼그리고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상대방을 몸으로 밀어 경기장 밖으로 내보낸다. 마치 촌철살인 같은 순발력으로 승부가 결정 되었다. 상대편의 힘에 밀리어 경기장 밖으로 나가면 끝이다. 경기장을 밟고 있는 발바닥 이외의 신체의 일부가 바닥에 닿거나 경기장 밖에 닿으면 진다. 상대편 허리 높이 보다 더 높게 들려도 진다.

반칙 규정도 자세하게 나열되었는데 엄격한 태권도 룰을 알고있는 상필로서는 유치해서 웃음이 나왔다.
상대편 선수를 주먹으로 때리면 안된다, 머리 카락을 쥐어뜯으면 안 된다, 급소공격, 양손으로 귀잡기, 목조르기, 가슴과 배를 발로 차기, 손가락 꺾는 행위 등은 안된다 등 상식적이고 유치한 규칙이었다. 또한 ‘샅바가 풀려도 경기에 지게 된다’ 는 대목에서 상필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심판의 반칙 결정이 내려지면 즉각 경기장에서 퇴장해야한다. 심판의 판정에 대한 항의는 용납되지 않는다. 심판의 판정으로 승 패가 가려지면 어느 누구도 항의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승자가 좋다고 웃어도 안되고 패자가 졌다고 슬픈 내색을 해도 안 된다. 룰 넘버 원은 서로 다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비디오가 끝나고 불이 밝혀졌다. 언제 왔는지 와이드 스크린 옆에 레이가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거만하게 앉아있었다. 레이를 보자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는 아버지 말씀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처음 된장공장을 세우고 직접 콩 자루를 어깨에 메어 날랐다. 상필이에게 힘 자랑을 하면서 “사나이는 쌀 한가마쯤은 번쩍들어 등에 지고 날라야한다.”고 하셨다. 쌀 한자루가 80킬로라고도 하셨다. *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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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
영화 칼럼니스트 박재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세계 클리오 광고제/칸느 광고영화제 수상
-오리콤 광고대행사 부서장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임
-알라바마 주립대학/캔사스 주립대학 교환교수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과 교수 및 부총장 역임

푸드 칼럼니스트 달맘 (송민경)

한•중•양식 조리기능사 / 식품영양학 학사
영양사 면허 / 영양교육 석사 /
초•중•고 영양교사 자격

수필 칼럼니스트

소설가 김수자

미주 작가 박혜자

시인,수필가 김미희

사모 시인/ 달라스 문학회원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