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작가 ‘짧은 글’릴레이] 하와이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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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수도꼭지를 틀어 세수를 하려는데 느낌이 차다.  하와이의 물은 늘 미지근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오늘따라 찬 느낌은 뭘까. 하와이에도 가을이 온 것이다. 

11월부터 허리케인 시즌이 되어 거친 비 바람이 몰아친다. 기온도 약간 내려가 2월까지가 겨울인 셈이다.  차가워진  물로 얼굴을 씻으니  온 몸으로 청량감이 전해진다. 산골짜기의 샘물을 만난듯 손으로 한웅큼 받아 마시려다가 ‘아니지’하며 그냥 흘려 보냈다. 

최근 호놀룰루 펄 하버(Pearl Harbor)에 있는 레드 힐(Red Hill)동네의 석유 유출 사건이 연일 보도 되고 있는 때다. 

하와이의 물이 이상하다는 시민들의 고발이 심상치가 않다.  식수가 누렇게 변색 되었고 이상한 화학 냄새가 난다는 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수돗물을 못믿어 마시기는 커녕 생수 병으로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린 아이들의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이상을 보였다고 학부모들이 놀라고있다.  하와이의  ‘물’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미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유류 저장고에서 연료가 누출되어 미군과 민간인 9만3000명의 식수원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주민들이70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하와이의 물은 암반수다. 호놀룰루가 있는 오하후 섬의 1년 평균 강우량은 70인치(178밀리)이고 섬 중심에 위치한 코울라우 산맥에는 연 240인치(609밀리)로 사람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는 숲을 따라간다”는 하와이의 속담이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 산 속의 나무와 풀을 적시고 뿌리로 흘러내려 모래 흙 자갈을 지나 화산석 밑에 고인다. 자연스럽게 필터링 된 깨끗하고 맑은 물이 암반에 저장되고 이 물이 하와이의 상수도 공급원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하와이의 신선한 물이야말로 천혜임을 강조하고  이 물의 제공처는 바로 숲이라고 했다. 하와이인들은 원시림을 갖고 있으면서 매일 나무를 심는다. 나무를 심는 것은 물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레드 힐에는 미해군이 관리하는 군사용 유류저장고(Red Hill Bulk Fuel Storage Facility)는 최대 250억갤런의 연료를 저장한다. 

저장 탱크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20개의 철골 지하 저장 탱크로 구성되어 있고 각 탱크의 저장 용량은 1,250만 갤론이다.  

레드 힐 탱크는 진주만의 부두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터널 내부에서 2.5마일을 달리는 20개의 중력 공급 파이프라인에 연결되어있다. .

레드 힐에 초대형 유류저장고가 만들진 이유가 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하기 전 루즈벨트 행정부는 진주만에 산발적으로 노출 되어있는  연료 저장 탱크의 취약성에 대해 우려하게 되었고, 이에 1940년, 더 많은 연료를 저장하고 적의 공중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새로운 지하 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레드 힐 부지는 지역이 높아 연료저장 탱크를 건축하는데 적합했고, 지질학자들도 래드 힐의 코울라우 산맥 대부분이 균일한 현무암이기 때문에 최선의 장소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용암이 폭발할때 겉으로 흘러나오면 화강암이되고 땅 속에서 서서히 굳어지면 현무암이 된다.  

그 당시 모든 유류 탱크가 그랬던 것처럼 수평으로 하려고했으나  레드 힐은 공사와 굴착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사이므로  기술적인 문제가 생겨  탱크를 수직으로 세우기로 결정하게된다. 

3,900명의 근로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흙을 파 내고, 돔의 면적을 넓히고, 철근 골조를 건설하고, 2피트에서8피트에 이르는 두께의 콘크리트를 바닥에 벽에 계속해서 쏟아부었다. 

이 세기적인 유류탱크저장소는 1995년 미국 토목 학회에서 ‘토목 랜드마크’로 지정했다.

레드힐의 유류누출 사건은 2014년에도 일어나 해군당국에서 대대적인 보수를 한 적이 있으나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마이크 앤드류 해군 대변인은 “레드힐에 저장된 연료는 해군, 공군, 육군, 해병대뿐만 아니라 해안경비대와 하와이 방위군에도 연료를 공급하는 시설로 국가와 하와이에 매우 중요한 곳”임을 강조했다.  

해군은 2024년까지 연료 제거를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연료를 낭비하거나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하와이는 대평양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절대 고도(孤島):이다. 물 문제가 생기면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지만  ‘물은 대체가 안 된다’는 너무도 평범한 진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이 되는 석유, 석탄이 부족하면 태양, 바람, 심지어 파도까지 동원해서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지만  물을 대신 할 수 있는 물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견고한 철옹성을 지어도 쥐나 새나 개미가  넘나든다. 

해군 당국의 ‘물 샐 틈 없는 작전’을 하려고 하는데 ‘바늘구멍’이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자국의 안전과 자국인의 생명을 지킨다는 미국 해병이다. 

그들이 관리하는 유류탱크에서 화학물질이 수돗물에 흘러들어 시민이 마셔야 된다면 해병의 약속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 물을 마셔야된다는 사실 앞에 하와이인들은 저항하는 것이다. 공권력은 시민의 힘을 당하지 못한다. 

하와이인들은 자연이 준 그들의 물을 원하고 있다.  

데이빗 이게 주지사와 하와이 주 의회는 해군이 식수오염 위기 속에서 레드 힐 연료 저장 작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하와이의 시민 단체들도 “수정하거나 폐쇄하라”는 목소리를 높히고있다.  

물 물 물. 무심코 써 온 물이 생명의 원천이었음을 생각한다.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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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
영화 칼럼니스트 박재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세계 클리오 광고제/칸느 광고영화제 수상
-오리콤 광고대행사 부서장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임
-알라바마 주립대학/캔사스 주립대학 교환교수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과 교수 및 부총장 역임

푸드 칼럼니스트 달맘 (송민경)

한•중•양식 조리기능사 / 식품영양학 학사
영양사 면허 / 영양교육 석사 /
초•중•고 영양교사 자격

수필 칼럼니스트

소설가 김수자

미주 작가 박혜자

시인,수필가 김미희

사모 시인/ 달라스 문학회원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