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보다 중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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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배우는, 혹은 시작하려는 학생들의 부모님과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음악은 재능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물론 재능은 음악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곤 합니다만 음악 교육자로서 저는 재능이 전부이거나 적어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재능이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한번도 배우지 않은 악기를 천재적으로 연주한다’ 던지 ‘ 배우자마자 초보단계를 뛰어넘어 갑자기 advanced레벨의 곡을 연주하는’ 것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음악에 있어서 재능은 무엇일까요? 많은 잡지와 논설, 박사 논문등에서 우리는 천재성을 뒷바침 하는 재능에 대해서 접합니다. 재능을 정의하는 말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타고난 능력을 말합니다. 음악에서는 좋은 음감, 타고난 박자감, 신체적인 강점( 피아노니스트 에게는 길고 단단한 손가락에 유연성,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에게는 긴 팔과 큰 키 등)도 재능에 속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타고난 능력이나 조건만으로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있을까요?

부모님들이 흔히 하시는 말씀들 중에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한다. 그래서 공부를 못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뛰어난 머리 ( 지능)’ 은 공부 라는 영역에서 좋은 재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력’ 이라는 액션이나 요즘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Grit,’ ‘열정’ 이라는 마음가짐 없이 공부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올린 연주자에게 맞는 음정을 찾는 좋은 귀, 리듬감 등도 중요하지만 작은 손근육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손의 유연성이나 손가락 모양도 종종 중요하게 여겨지곤 합니다. 그래서 어떤 바이올린 선생님들은 처음 악기를 시작하려는 학생들의 손모양을 첵업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런 재능만으로 아이의 미래를 단정 지었던 실패한 예견의 유명한 일화들이 있습니다. 중국의 바이올린 연주자 Ning Feng 은 짧은 새끼 손가락 때문에 처음 바이올린 레슨을 시작할 때 선생님으로 부터 거절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연주실력의 거장이 되었고 세계 유수의 대회에서 입상하여 중국의 대표 바이올리니스트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교수이며 매년 여름 6주간 열리는 Heigetz International Music Institute  의 Artist Director 인 Daniel Heifetz 역시 그가 음악적으로 성공을 이룬 뒤에야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신체적인 결함이 있었음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Amanda Ransom 역시 스즈끼 교수법으로 바이올린을 배운 후 가족과 함께 트리오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재능이 도움이 되기는 합니다. 다만 그 재능에 열정과 노력이 더해졌을 때 가능한 일이죠. 재능은 타고난 것이기는 하지만 부모님께 100% 물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음악적으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학생들은 부모님의 재능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특히 부모님이 음악인들이라면 더욱 그렇죠. 저는 이런 것들은 ‘재능’ 이나 ‘ 열정과 노력’ 외의 요소인 ‘환경’의 중요성 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나 가족중에 음악인이 있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빨리 음악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악기를 빨리 접하게 되고 연주회도 많이 가게 되고 음악도 더 빨리 많이 듣게 되니까요. 하지만 주변의 음악가들 자녀들이 부모님을 따라 음악가가 되는 경우는 흔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환경이라는 기회를 이용해 뛰어난 음악가가 되기도 하지만, 전혀 음악과는 상관없는 길을 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재능’ 에 대해 논할 때 음악가의 자녀나 가족이 아닌 학생들도 더 큰 재능을 가진 경우도 자주 있는 일입니다. 유명한 음악가 중에 음악인 집안에서 태어난 ‘환경’ 과 타고난 ‘재능’ 그리고 ‘열정’ 등 모든 요소를 지닌 모짜르트 같은  인물도 있는가 하면 아무 음악적 배경 없이 훌륭한 음악가가 된 슈만 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요즘 연주자로 예를 들면 성악가 부부인 부모님을 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같은 연주자도 있는 가 하면 선생님 이었던 어머님의 권유로 아주 어린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손열음양이나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 지 알 수 없어 어린시절 운동과 악기 ( 피아노와 바이올린) 이것저것 많이 시키다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열심히 뒷바라지 해준 부모님을 가진 조성진 군 등이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인 집안에서 태어나 뛰어난 음악가가 된 이들을 보며 간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뒷바침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음악적인 배경이 없어도 환경도 또 하나의 재능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얼마든지 바꾸고 개선할 수 있는.

타고난 재능보다 더 중요한 ‘환경’ 그리고 ‘열정과 노력’ 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끈기, 연습, 인내, 꼼꼼한 관심, 정확성, 시간투자, 몰두하기, 가족과 친구들의 후원과 응원, 연주할 수 있는 기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주할 기회, 롤모델 정하기, 예술적 영감, 좋은 악기, 좋은 선생님, 실패할 용기, 성공할 용기…등등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재능있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수 없다. 이것이 제 교육철학입니다.  즐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하면 어려운 연습과 고난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까… 바로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원경
CMIT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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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
영화 칼럼니스트 박재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세계 클리오 광고제/칸느 광고영화제 수상
-오리콤 광고대행사 부서장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임
-알라바마 주립대학/캔사스 주립대학 교환교수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과 교수 및 부총장 역임

푸드 칼럼니스트 달맘 (송민경)

한•중•양식 조리기능사 / 식품영양학 학사
영양사 면허 / 영양교육 석사 /
초•중•고 영양교사 자격

수필 칼럼니스트

소설가 김수자

미주 작가 박혜자

시인,수필가 김미희

사모 시인/ 달라스 문학회원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