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디의 머그잔 이야기’] 영화 ‘더록’의 알카트레즈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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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빛을 받아서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물결이 아름답고 그 사이를 살포시 뒤덮은 가냘픈 해무가 그리워 샌프란시스코를 찾을 때면 아침 일찍 일어나 샌프란시스코 베이(San Francisco Bay)로 나서곤 합니다. 

오늘도 이곳을 가득 메운 안개는 틈틈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강한 아침 태양을 품고 진한 향기의 카푸치노 한 잔 축이며 긴 터널도 지나고 험한 파도도 만나며 삶을 경주하던 수많은 생각에 잠시 먼 바다를 내다봅니다. 

아무리 겨울이 따스한 캘리포니아라 하지만, 채 가시지 않은 겨울의 해무에 스며든 차가운 공기는 몸을 많이 움츠리게 합니다. 마치 오래전 차가운 아침 공기가 졸음 섞인 눈가에 상큼하게 닿는 강가를 바라보며 청춘의 삶을 기억했던 순간처럼 말입니다.

안개 낀 아침이라 유독 쓸쓸해 보이는 갈매기 소리와 뱃고동 소리에 묻혀 희미한 물결 소리를 뚫고 안개에 잠시 보였다 사라지는 조그만 섬은 스산한 계절의 빛을 안고 샌프란시스코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뒤로한 채 오랜 세월을 숨겨왔던 미국의 역사요, 내가 좋아하는 무비 ‘더록(The Rock)’의 촬영 무대가 되었던 알카트레즈섬(Alcatraz Island)니다. 

그리고 섬 안으로 들어가면 어느 누구도 탈옥할 수 없는 천해의 요새로 이뤄진 아주 특별한 감옥이 있습니다.

알카트레즈섬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입니다. 평소는 몇 주전에 예약을 해야 그곳으로 가는 배편을 구할 수 있지만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예전처럼 붐비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미리 웹사이트(www.alcatrazcitycruises.com)에 가서 미리 티켓을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아침 일찍 많은 커피 한잔하고 싶어 카페와 상점이 즐비한 피어39(Pier39)번에 도착하였습니다. 요즘 오르는 물가를 실감하며 겨우 파킹을 한 후에 좋아하는 카푸치노 한잔 빼 들고 양손으로 컵을 꼭 감싸고 호호거리며 샌프란시스코의 차가운 아침 분위기를 누려봅니다.

알카트레즈섬은 피어39번 옆에 있는 피어33번의 Alcatraz City Cruise에서 출발합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낭만에 너무 빠진 나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더니 벌써 출항시간이 다가왔나 봅니다.  

서둘러 피어33번으로 갔더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속에 들어있던 투어 티켓을 주섬주섬 챙겨 배에 오르고 나니 멀고먼 태평양을 가르고 금문교의 차가운 물살을 헤쳐 흐르는 샌프란시스코의 차가운 바람은 저절로 옷깃을 가다듬게 합니다. 

이전에 배에 오르던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낭만이 아니라 세계 최악의 감옥으로 향하는 비극의 시작이 됨을 알고 있었을 것이며, 다가올 그들의 미래를 어떻게 상상하고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었을까?

피어33번을 떠나 폭포 흐르듯 강한 물살을 가르며 뱃길에 들어서니 저 멀리 금문교가 보이고 뒤로는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이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바람과 바다에 맞서는 싸늘함과, 곳곳에 소용돌이 치며 샌프란시스코 베이를 마치 강처럼 흐르는 강한 물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불과 1.25마일밖에 안 떨어진 조그만 섬이지만 이곳에 왜 1급 범죄자만 모아 놓은 감옥을 만들었는지를 감히 상상해봅니다. 

어느 누구도 감히 탈옥할 수 없는 강한 물살을 가르며 20분 정도 항해를 하니 알카트레즈섬의 흔적들이 눈앞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선착장에 도착할 무렵, 비로소 도착한 섬에서 나의 삶에 일부가 이곳에서 다시 시작됨을 느끼게 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부터 1.25마일(2.01 킬로미터) 떨어진 샌프란시스코만에 위치한 앨커트래즈섬은 1934년부터 29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악명높은 1급 범죄자를 수감했던 악명 높은 섬으로 유명하며, 이전에는 군사시설로 운영이 되기도 하고 한때는 인디언들의 점유지가 되었으며, 지금은 미국 국립공원 관리청으로부터 국립 레크리에이션 지역으로 지정되어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선착장에 도착한 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난 후에 감옥이 있는 곳으로 경사진 길을 오르고 나면 섬의 곳곳을 설명하는 이어셋 하나를 픽업한 후 원하는 곳으로 이동을 하며 셀프 투어를 하여 죄수와 간수의 생생한 음성, 일어났던 사건들, 그리고 탈옥에 관한 이야기까지 상세하게 듣게 됩니다. 

이곳 감옥이 유명해진 것은 재소자의 악명높은 생활과 탈출이 불가능한 감옥이라는 것, 그리고 유명한 마피아 두목인 알카포네가 이곳에 수감되어 더욱 사람들에게 알려졌던 곳입니다. 

또한 최근에 와서는 이곳이 워낙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수많은 영화의 촬영지가 되었는데, 숀 코너리와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한 영화 ‘더록’이 이곳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탈출이 절대 불가능한 교도소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론 총 14번의 탈옥 기록이 있고, 탈옥수 중 5명의 행방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는 5명이 사망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아마도 섬 주위를 흐르는 강한 물살과 낮은 수온에 익사했다고 추정을 할 뿐입니다. 

섬에 있으면 앞에 샌프란시스코가 아주 가깝게 보입니다. 처음에는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은 바로 앞에 이런 무시무시한 감옥의 존재를 몰랐는데, 나중에 감옥의 존재를 알고 너무 놀랐다고 합니다. 

당시 수감자들은 도심에서 들려오는 축제의 소리와 불야성을 이룬 환한 불빛을 바라보며 ‘나는 왜 저기에 있지 못하고 이곳에 있어야만 하는가’ 하며 많은 탄식을 하였다고 하죠. 어쩌면 그러한 상황이 그들로 하여금 탈옥이라는 감성을 자극시켰지만 워낙 천해의 요새처럼 만들어진 감옥이라 감히 탈옥을 하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였기에 그들이 가졌던 고통은 더하였으리라 봅니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전 섬 주위를 걸을 수 있도록 아름답게 조성된 산책로인 아가베 트레일(Agave Trail)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베이의 모습은 너무나 황홀하고 아름답습니다. 

수감자들은 죄수로 칙칙한 감옥을 기대하지만, 그들 또한 신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인간이기에 들어서는 단지는 밝고 햇빛이 비치는 뜰이며 우리와 같이 누리고 싶었던 자유의 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바다를 보며 자유를 꿈꾸었을 것입니다.

 

오종찬

·작곡가

·KCCD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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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
영화 칼럼니스트 박재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세계 클리오 광고제/칸느 광고영화제 수상
-오리콤 광고대행사 부서장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임
-알라바마 주립대학/캔사스 주립대학 교환교수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과 교수 및 부총장 역임

푸드 칼럼니스트 달맘 (송민경)

한•중•양식 조리기능사 / 식품영양학 학사
영양사 면허 / 영양교육 석사 /
초•중•고 영양교사 자격

수필 칼럼니스트

소설가 김수자

미주 작가 박혜자

시인,수필가 김미희

사모 시인/ 달라스 문학회원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