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 한인작가 ‘짧은 글’] 릴레이백조의 노래(Swan Song)

페이지 정보

작성자 DKNET
문화 댓글 0건 조회 1,320회 작성일 23-06-02 10:47

본문

우리 손녀 별하 달하의 아빠 김지형 하와이대학 교수가 올 해 연구년(Sabbatical Leave)이라 강의를 쉬는 해라고 한다. 그 대신 한국에 몇 개월 머물며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다고 한다.

“별하 달하도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지낼 겁니다. 한국말 많이 배울 거예요. 몇 개월 살 아파트를 빌렸어요. 아버지 어머니도 함께 가시는 거예요. 모처럼 고국산천을 돌아보세요.”

“아, 잘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한국 한번 다녀 오려고 했다.” 

남편이 오래 살던 곳을 떠나 하와이에 이주를 단행했던 것은 아들의 초대가 기뻤고 또 한국과 가까이 살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터져 한국 방문이 무한 연기되어 답답한 시절을 보내다가 이제서야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여행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스완 송 트립((Swan Song Trip)이 될 것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별하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즈이 아빠에게 얼굴을 묻었다.

“아니, 별하야, 웬일이냐? 어디 아프니?”

 “어머니가 스완 송(Swan Song )이라고 하니까 슬픈거예요.” 

“별하가 그 뜻을 아는구나!” 

내가 ‘스완 송 트립’이라고 한 것은 ‘마지막 여행’이라고 하는 것보다 간접화법으로 좀 여유로울 것 같아서 한 소리였다.  

‘스완 송(Swan Song), 백조의 노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백조는 평소에 울지 않는무음(Mute Swan)으로 지내다가 죽기 전에 한 번 아름다운 소리로  운다고 한다. 

백조가 죽을 때 한번 운다고 해서 ‘마지막’이나 ‘최후’를 뜻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예술가들의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말할 때 은유(Metaphor)로 쓰기도 한다. 백조는 한번 파트너로 인연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는 금슬 좋은 새다.  백조가 진짜 소리를 내지 않는 묵음(mute)이거나 침묵(Silence)을 지키는 새 일까. 

조류학자들은 백조가 다른 새들처럼 잘 울지는 않지만 먹이 다툼을 하고 서로 싸우며 괴음을 낸다고 한다.  호수에 우아하게 떠 있어 새의 여왕처럼 보이지만 실은 물에 뜨기 위해 헤엄을 쳐야 하고 알을 보호하기 위해 적들과 치열하게 싸우며 울부짖는다고. 모든 생명이 갖는 생존법칙에 백조라고 다르지 않지만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를 부른다’는 백조의 메타포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부부의 이번 한국 여행이 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는 것은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다. 

우리의 기력이 다 해가기 때문이다. 한국은 나에게 삶을 준 땅이다. 노모가 계실 때는 이 삼 년에 한 번씩은 다녀왔는데 지금은 누구를 찾아봬야 하는 그런 의무 같은 것은 없다. 

깊은 산사에 홀로 계시던 고승도 사라지고, 산사는 사뿐히 내리는 눈조차 이지지 못하고 꺾어지는 솔가지 소리의 기억만 남아있다. 어느 틈에 노모의 나이가 된 나, 남은 여생을 가늠하며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 가면 친지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것이다. 

주치의는 ‘건강 괜찮습니다. 걷기 운동 계속하세요’라고 하지만 실지로 느끼는 건강은 심각하다. 

허리도 아프고  어지럽고 무기력해져 나들이를 삼가하게 된다. ‘삭신이 아파요’라는 말을 미국 의사들은 이해 못 한다. 이번 한국 여행에서는 기력을 회복하는 데 최고의 조언자라는 어느 한의사를 찾아 침을 좀 맞고, 막히고 무디어진 혈을 뚫는 기 치료를 받아 볼 생각이다.

한국의 AI에는 관심이 없다. 올드가 따라 살 수 없는 첨단에 박수나 보내야 할까. 

도시의 아파트 속에 서면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갇힐 것 같아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산천 아무 데나 가서  한국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실 것이다. 어머니 탯줄에서 떨어져 나와 처음으로 들이마신 그 공기, 생명을 불어 넣어준 한국의 공기를 깊이 마실 것이다.  

한국의 바람을 만져볼 것이다. 성령처럼 내 몸을 감싸는 그 바람에 나를 맡길 것이다. 

졸졸 흐르는 냇물에 발을 담가 볼 것이다.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 순한 누렁이를 만나 쓰다듬어 줄 생각이다. 

우리가 떠나도 남아있을 한국의 산, 믿음직한 산에서 그 영원성을 확인할 것이다.  

나의 이번 여행은 스완 송(Swan Song)트립이 될 것이 분명하다. 

별하야, 마지막은 슬픈 게 아니란다. 마지막은 다른 세계와 악수하는 거란다.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문가칼럼 목록
    박혜자 미주작가 / 칼럼리스트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야기>를 얼마전 네플렉스에서 본 적이 있다. 제목부터 심상찮은 이 드라마는 김부장이라는 대한민국중년 남성의 성공 키워드를 서울 자가 아파트와 대기업 부장으로 꼽는다…
    문화 2025-12-12 
    크리스틴 손, 의료인 양성 직업학교, DMS Care Training Center 원장(www.dmscaretraining.com / 469-605-6035)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한해동안 DMS Care Training Center에서 공부하신 많은 학생…
    교육상담 2025-12-12 
    에밀리 홍 원장결과가 말해주는 명문대 입시 전문 버클리 아카데미 원장 www.Berkeley2Academy.com 문의 : [email protected]상위권 대학 입시에서는 단순히 높은 내신이나 시험 점수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 대학들은 뛰어…
    교육상담 2025-12-12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년은 트럼프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관세나 이민법등 다른분야도 크게 달라졌고 미국 세법또한 크게 변곡점을 맞는 시기다.  2025년 말로 T…
    세무회계 2025-12-12 
    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딜러에서 자동차를 구입하면 자동차 보험 증서 제시를 요청받는다.따라서 새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은 대부분 개인용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게 된다.그렇다면 비즈니스용 자동차를 구입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개인용 자동차 보험으로…
    보험 2025-12-12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항상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눈이 수북이 쌓여 있지도 않고, 화려한 고급 쇼핑몰이 가득한 거리도 아니지만,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가장 따뜻하게 빛나는 고향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20여년동안 매년 찾아가서 힘든 이민생활의 애환을 노트에…
    문화 2025-12-12 
    박운서 CPA는 회계 / 세무전문가이고 관련한 질의는 214-366-3413으로 가능하다.Email : [email protected] Old Denton Rd. #508Carrollton, TX 75007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2026년에 예정된 2,…
    세무회계 2025-12-05 
     김미희 시인 / 수필가 세월이 흐르면 시간은 더 빠르게 달아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을 기다리던 그 세 달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전날처럼 더디고 길었다. 달력을 넘길 때마다 종이 한 장이 아니라 설렘 한 겹이 벗겨져 나가는 듯했고, 비행기표를 예약…
    문화 2025-12-05 
    SANG KIM REALTORREALTOR® |  Licensed in Texas -Century 21 Judge Fite #0713470Home Loan Mortgage Specialist - Still Waters Lending #2426734            …
    부동산 2025-12-05 
    오종찬(작곡가, 달라스 한국문화원장)11월이 지나면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년 보다 따스한 날씨가 계속 되어서 그런지 텍사스의 단풍은 아직도 찬란한 그 빛을 세상에 내어놓지 못한 듯 합니다. 그렇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는 듯 잠시 잠시 오…
    문화 2025-12-05 
    공학박사 박우람 서울대 기계공학 학사, 석사미국 Johns Hopkins 대학 기계공학 박사UT Dallas 기계공학과 교수재미한인과학기술다 협회 북텍사스 지부장약 2주 전인 11월 14일을 전후로 세계 곳곳에서 오로라가 관측되었다. 오로라는 주로 북극과 남극 가까이에…
    문화 2025-11-28 
     박인애 (시인, 수필가)교수님과 안국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바로 옆이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운현궁인데, 규모가 작으니 둘러보고 가라고 권해주셨다. 서울에 있는 궁궐은 다 가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운현궁이 빠져있었다. 한국에 살 때 그 앞을 수없이 지나갔음에도 비껴갔던 거…
    문화 2025-11-28 
    서윤교 CPA미국공인회계사 / 텍사스주 공인 / 한인 비즈니스 및 해외소득 전문 세무컨설팅이메일: [email protected]최근 미국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큰 변화를 알리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의…
    세무회계 2025-11-28 
    ​자동차 사고로 인한 불이익 이광익 (Kevin Lee Company 대표)                                                        자동차 충돌 사고의 경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을 경험하…
    보험 2025-11-28 
    조나단 김(Johnathan Kim) -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졸업- 現 핀테크 기업 실리콘밸리   전략운영 이사숫자가 바뀌자, 오래된 질문들이 풀리기 시작했다하버드대가 발표한 2029학번 신입생 구성에서 가장 크게 눈에 띄는 변화는 아시아계 학생 비율의 급…
    교육상담 2025-11-2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