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할로(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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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하와이안 클럽 회원들에게 태권도 시범을 보인 뒤 상필이 안내 된 곳은 1,000명이 함께 식사 할 수 있다는 엄청난 식당이었다.
이태리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을 연상케 하는 식당벽화는 카메하메하 1세와 그의 부인 자녀들이 함께 식사하는 장면이었다. 벽화의 크기가 ‘최후의 만찬’의 크기와 같은 가로 880cm, 세로460cm였다.
왕의 식당벽화 바로 앞에 차려진 뷰폐는 온통 하와이안 음식이었다. 식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이 벽화의 주인공 카메하메하 1세를 향해 “Mahalo”를 외쳤다. ‘마할로’는 원주민 말로 ‘감사’를 뜻한다.
타로, 포케 구운 돼지고기 그리고 왠걸, 된장국이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여기 있지. 레이가 웃었다. 마하리가 큰눈을 더 크게 뜨면서 상필의 눈치를 살폈다. 식탁에 된장국이 필요하다고 하면 누군가에 의해 당장 시행되었다. 그들은 마치 점조직 처럼 움직였다.
파파야,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포도, 딸기 그 외 하와이의 과일들이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땅을 파고 불을 지핀 후에 돼지를 바나나 파인애플 잎으로 둘둘 말아서 통째로 땅속에서 구워낸 돼지고기는 흙 냄새까지 배어 그 구수한 맛은 형용하기 어려웠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해양족이었다. 그들은 바다에서 나는 것은 무엇이든 먹는다. 상어, 도미, 새우, 조개요리에 그들만의 소스가 곁들어진다.
하와이안 식탁의 작은 그릇에 담겨진 된장국을 식성 좋은 젊은이들이 후룩후룩 마시는걸 보니 웃음이 나왔다. 식전 타로 토속 술과 식후 하와이안 그린 티 ‘마마키(Mamaki)’까지 뭐든 하와이 산이었다. 그들, 올드 하와이안 클럽 회원들은 왕처럼 식사를 했다. 식후, 레이는 상필을 휴게실로 데리고 가더니 그곳의 사물함에서 비행사들이 입는 옷을 챙겨주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헬리콥터로 다른 섬으로 이동할거야. 한 시간 정도 비행해.”
사납게 몰려오는 바람을 막고 있는 큰 유리문을 힘껏 밀어내고 옥외로 나오자 그곳에는 빨간 헬리콥터가 거짓말처럼 앉아있었다.
“어, 이 헬리콥터?
“맞아요. 이 헬기는 우리 클럽 전용기예요. 얼마 전 독도에서 추락했던 그 헬기와 같은 기종이야. 프랑스제 슈퍼 퓨마 EC-225. 독도 헬기 추락 사고 이후 우리도 이 헬기 정비를 단단히 했어. 겁낼 것 없어요.”
“그런데 어딜 가는 거지?” / “니하우(Niihau) 섬” / “거기가 어딘데?”
“인사부터 해요. 여긴 제임스 조종사. 우리가 가려는 곳은 호놀룰루가 있는 오하우 섬에서 서북쪽에 위치한 니하우 섬이야. 하와이 섬 중에 7번째로 큰 섬인데 188 제곱 킬로미터, 가로 17마일, 세로 5마일 밖에 안돼. 니크네임이 ‘훠비든 아일랜드(Forbidden Island) 금지된 섬’으로 알려져있지. 인구가 170명 정도, 섬은 하와이 주에 속하면서 땅 주인은 따로 있어. 1864년 영국 스코트랜드 출신 엘리자베스 싱클레아(Elizabeth Sinclair) 부인이 당시 왕이었던 카메하메하 5세로부터 1만 달러에 구입한 이후 지금껏 사유지로 남게 되었는데 그들 후손들이 대를 이어 주인노릇을 하고 있어.”
“뭐라구? 1만달러에 섬을 사들였다구?”
“현재 로빈슨 형제가 이 섬의 주인이고 이 섬에 가려면 보통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되는데 우리 클럽은 특별 계약이 되어있어서 헬리콥터를 띄울 수 있어.”
헬리콥터에서 내려다보니 하와이의 섬들이 푸른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듯했다. 헬기는 니하우 섬으로 직행하지 않고 가든 시티라는 가우아이(Kauai)섬을 한 바퀴 돌았다. 영화 아바타를 촬영한 곳이란다. 산들은 노인들의 얼굴처럼 깊이 주름져있었다.
“니하우 섬 주민들 대부분은 푸와이(Puuwai) 마을에 살고 있는데 수돗물이 없고 지하수를 이용하고 발전설비가 없어서 태양열이나 자가 발전기를 이용하고 있어. 자동차도 몇 대 밖에 없고. 이곳의 주민들은 사냥이나 낚시, 과일과 채소를 기르며 원시의 생활을 즐기고 있지. 부업으로 조개 껍질 레이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이곳 주민들은 일요일에는 교회를 가고 음주나 흡연은 삼가는 청교도적인 삶을 살고 있어.”
“그런데 이런 곳에서 뭘 하려는 건데.”
“응, 이곳 주민들이 우리를 필요로 해. 그들은 오랫동안 고립되어 있어서 영어를 못하거든. 하와이 토착어만 해. 얼마 전 법정 소송에서 토착어를 사용하게 해 달라는 청원을 냈는데 하와이 법정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어. 그래서 계속 투쟁 중이야. 이곳 어린이들에게 영어와 컴푸터 교육을 우리가 담당하고 있어. 한편 하와이 토착언어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고.”
헬기가 니하우 섬의 푸우아이(Puuwai) 헬기 정착장에 멈췄다. 텍사스의 시골 어느 곳에 와 있는 듯 했다. 이 섬의 매입자이며 농부였던 싱클레어 부인이 처음 니하우를 방문했을 때는 호수에 물이 넘치고 숲이 우거져있어서 농사하기에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는데 매입 후 계속 가믐이 들어 호수는 바닥을 들어내고 땅은 메말라갔다고 했다.
“그럼 싱클레어 부인이 카메하메하 5세에게 땅 사기 당한거야?”
“사기는 무슨, 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이 어떻게 알아.” / “레이는 도사 같은 말을 하네.”
“그런데 이 섬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어. 소위 ‘니하우 사건’이야“
말인즉, 1941년 12월 일본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미태평양 함대와 해군기지 시설이 큰 피해를 입고 있을 때 니하우섬에 일본 비행기 조종사가 불시착하게 된다.
이때 일본 교민들은 일본 조종사를 숨겨주고 도왔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하와이 원주민들이 들고일어나 결국 숨어있던 조종사는 죽게 된다.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계 일본인이 미국을 위해 싸운 게 아니라 일본을 위해 싸웠다는 사실이 온 미국에 알려지면서 미국 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여기에 전쟁의 공포와 적국에 대한 증오가 더해지면서 “미국에 사는 일본계 미국인을 격리 수용하라”는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10만이 넘는 일본계 미국인들이 2년 반이나 캠프에 억류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니, 그렇다면 미국계 일본인들은 독일의 유태인 같은 대접을 받았네.”
“그런 편이지.” / “그런데 여기서 뭘 하겠다는 거야?”
“상필씨, 잘 봐둬. 여기서 올 여름 캠프를 하려고 해. 한 300명 정도가 올거야. 기한은 3주. 상필씨가 대장이야.” / “뭐라구? 왜 내가?” / “모두들 매스터 필을 원하고 있으니까.”
“어, 전화다. 엄마네.”
“야, 야, 필이가? 아이구 웬일이냐? 하와이에서 ‘우리된장’을 모리해갔다 아이가. 필이 니 하와이에 자빠져 놀고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된장’ 대박 터뜨렸구나. 아버지가 바꾸란다.”
“아, 이 자슥, 뭔가 잘하고 있제? 암튼 건강해라. 잘 먹고 잘자고 잘 싸고다. 우리집 건강법, 알제? 끊는다.“ / “레이, 이게 어떻게된거야?”
“우리가 경영하는 식당에서 된장국을 곁들이기로 했어. 알라모아나 식당에서 상필씨 처음 만났잖아? 그 식당은 우리가 운영하는 10개의 체인 중에 하나야.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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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칼럼
영화 칼럼니스트 박재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세계 클리오 광고제/칸느 광고영화제 수상
-오리콤 광고대행사 부서장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임
-알라바마 주립대학/캔사스 주립대학 교환교수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과 교수 및 부총장 역임

푸드 칼럼니스트 달맘 (송민경)

한•중•양식 조리기능사 / 식품영양학 학사
영양사 면허 / 영양교육 석사 /
초•중•고 영양교사 자격

수필 칼럼니스트

소설가 김수자

미주 작가 박혜자

시인,수필가 김미희

사모 시인/ 달라스 문학회원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