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서 생긴 일 (36) 동과 서를 아우르다

0

“이승만 한국 초대 대통령께서 하와이에서 활동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는 잘 모릅니다. 제 전공이 아니라서요.”

“하하하, 상필은 참 유쾌한 친구야. 그럼 손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 / “고등학교 때 삼민주의 - 손문, 줄긋기 식 공부는 했지만 내용은 잘 모릅니다.”

“전공이 아니라서 모르겠지. 하하하.  손문은 중국발음으로 쑨원이라고 하는데 여기 호놀룰루의 프렙 스쿨인 ‘이올라니 고등학교’를 졸업했지.”

이올라니 하이스쿨은 1862년 당시 하와이 왕 카메하메하 4세와 그의 부인 퀸 엠마가 영국의 성공회 도움으로 설림한 학교다. 

푸나오후 고등학교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나온 학교라고 자랑한다면 이올라니는 ‘중국혁명의 아버지’인 쑨원이 나온 학교라고 자랑하고 있다. 두 학교 다 하와이가 자랑하는 명문이다.

“쑨원 이야기 좀 할까.”

잠깐, 여기서 쑨원 이야기가 왜 나오지? 레이 아빠 로버트 카메하메하 교수는 한국말로 교수가 가능하다고 레이가 자랑을 하더니 진짜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말을 잘 하는 분이었다. 한국 어느 대학 교환 교수로 한국에 3년이나 머물렀다고 했다.

“쑨원이 청소년 시절 하와이에서 학교에 다니며 그의 지성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아우르는 계기가 되었지. 어릴 때의 교육이 한 나라를 변화시키는 굉장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 하와이가 참 묘하지 않아. 태평양 한 가운데 있으면서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고 있으니…”

 

쑨원은 빈곤한 농가에서 1866년 5남 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쑨원은 6세 때부터 소작농이던 부친을 도우며 동네 서당에 들어가 중국 전통교육을 받다가 13세 되던 해 1879년 큰형 쑨메이가 거주하던 하와이로 이주하여 이올라니 학교(‘Iolani School)에 들어갔다.  

1882년 졸업할 때는 2등으로 졸업을 해서 하와이 왕으로부터 상장과 기념품을 받았다. 그가 기독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이를 반대하는 형이 쑨원을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쑨원은 고향에 머물다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1886년 광저우에서 동양 의술을 공부한  후에, 서양인이 운영하는 의과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1892년에는 의사 면허까지 취득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의학보다는 정치에 있었다.  

당시 청나라는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을 겪으며 나라의 권위가 무너지고 관리들은 부패하였고 국민들은 궁핍에 허덕였다. 쑨원은 ‘오직 혁명만이 위기에 놓인 중국을 구하는 길’이라는 신념이 쌓였다.

쑨원의 구국운동은 청나라 관원들의 감시를 받아 쫒기는 몸이 되었다. 그는 생명에 위협을 느끼자 일본으로 갔다가 다시 영국으로 가서 런던의 대영박물관 도서실에서 다양한 독서를 한다. 

이 기간 쑨원은 국가 삼권분립의 권력분립을 주장한 로크(Locke, J.)와 몽테뉴(Montesquieu, C. S.) 등의 저술과 마르크스의 저술을 탐독했다. 이 시기에 그의 혁명이념인 ‘삼민주의’의 윤곽이 형성됐다. 

삼민주의는 첫째 민족주의-만주족인 청나라를 몰아내고 중국을 건설한다. 둘째, 민권주의-국민의 권리보호를 위해 전제 군주국에서 벗어나 공화국을 건설한다, 셋째, 민생주의-국민들이 복지를 누리게하며 국민생활을 안정시킨다는 3가지를 말한다.

이 삼민주의가 바로 중국 근대 혁명의 기본이념이 되어 1911년 신해혁명을 유발하여 300년간 내려오던 청 왕조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레이 아버지 로버트 씨는 한 손에 포도주 잔을 들고 다른 한 손은 오키스트러의 지휘자 모양 허공을콕콕 찔러대면서 이야기를 했다. 쑨원 스토리는 상필이 경청할만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상필의 머리 속에는 ‘된장’과 ‘춘장’이 떠오르며 춘장보다는 된장이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세계는 정말 알아야 할 것도 많았다. 

레이가 곁에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 따라 얌전을 떨면서 어머니와 음식을 하고 있었다. 상필이 슬쩍 자리를 떠서 레이가 일하는 곳으로 갔다.

“내가 도와 줄 일 없어요?.”

“아니, 없어. 삼겹살에 쌈인데 레이가 선수야. 오늘은 레이 아빠하고 얘기 많이 해요.”

“상필 씨, 소주도 있어. 된장국도.”

상추, 깻잎, 오이, 풋고추, 마늘 거기에 쌈장은 완전히 명품이었다. 지글지글 구워진 삼겹살을 쌈과 함께 입이 터지게 먹는 꼴을 레이가 웃지도 못하고 보고 있었다. ‘처음처럼’이란 술이 이렇게 상큼 할 수가 없다.

“상필은 좀 더 하와이에 대해서 알아아 돼. 하와이를 그리 쉽게 이해 해서는 안되네.”

레이 아빠 로버트 씨는 상필을 세뇌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 먹은 듯 하다. 상필이 술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지금부터는 내 말 좀 들어 보라는듯 떠들기 시작했다.

“하와이요? 가능성이 없어요. 도대체 전동차 건설을 시작한지가 몇 년이 됐어요? 왜 진척이 안 되는 거죠? 히타치가 하니까 그렇죠. 한국의 현대에 맡겼어야죠. 여긴 미국인데 일본 색이 너무 강해요. 아니, 힐로에 있는 마우나 카아에 30미터 망원경(TMT, Thirty-meter Telescope)설치하는 것을 왜 반대 합니까? 공사하는 측에서 매년 1백만 달러의 세금을 내겠다고 하고 3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데, 왜 반대합니까? 성산이라구요? 성산이 그리 대단합니까? 하와이 섬 8개의 섬으로 떨어져 사는 게 뭐가 좋습니까? 다리를 놓던지 해저 터널을 뚫던지 해서 8개 섬을 연결 시키고 사람들이 차를 타고 자유로 하와이 섬 어디든 갈 수 있게 해야 도시가 고르게 발전하잖아요. 오하우섬 3시간이면 한 바퀴 돌잖아요. 이렇게 좁은 섬에 하와이 주민 대다수가 모여 사니 얼마나 답답합니까. 어디 놀러 갈 데도 없잖아요. 매일 바다만 봐야 합니까?”

 

“어마, 레이야, 상필이 취했나 보다. 침실로 데려가아겠다.” 레이 어머니가 불안한 듯 말했다.

“저 안 취했습니다. 그래, 하와이가 그렇게 잘났습니까? 오바마 대통령도 하와이 출신이고 중국의 손문도 하와이 출신이고 이승만 한국 초대 대통령도 하와이에서 활동을 했다 이거지요. 그분들을 하와이가 도와준 게 뭐 있어요?  로버트 선생님, 하와이가 뭐가 좋다는 겁니까?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고 바다 좋고 자연환경이 좋다고요? 미국 메인랜드 49주가 다 좋더라구요. 하와이 만 못한 곳이 어디 있는 줄 아세요?” / “상필, 술 그만 해요.”

레이가 술잔을 빼앗았다. 상필은 이제 거칠 것 없다는 듯 술병 채로 마셨다. 

“하와이는요, 레이 빼고 좋은 것 없어요. 레이 때문에 내가 하와이를 봐주는 거예요. ”

레이 부모가 기가 막히다는 듯 상필을 쳐다보았다. 상필은 그들의 눈총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와이가 뭐가 좋다는 거예요? 도대체 파 한 단에 2달러나 하는 곳이 미국에 있느냐구요? 도로는 보수를 안 해서 울퉁불퉁하고 패여서 운전을 제대로 할 수가 있습니까. 음식값은 얼마나 비싼지요.  개스값은요. 재료가 바다 건너 오기 때문이라고요? 파도 배 타고 옵니까? 집 값은? 콘도 오션뷰 2베드룸 100만달러? 어이가 없어요. 텍사스에서 1백만짜리 집은 고래등 같아요.” 레이 아버지 로버트 씨가 갑자기 들고 있던 포도주 잔을 벽난로에 확 던지자 쨍 소리가나면서 유리잔이 자글자글 부서졌다.

“어디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기가 어딘 줄 아나? 여기가 하와이야. 하와이에 대한 비난은 곧 우리 집안에 대한 비난이고. 레이에 대한 비난이야. 레이와 결혼은 생각지도 마라.”

레이 아버지가 화난 얼굴로 상필 앞에 우뚝 섰다. <계속>

 

김수자

하와이 거주 / 소설가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문화 칼럼
영화 칼럼니스트 박재관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세계 클리오 광고제/칸느 광고영화제 수상
-오리콤 광고대행사 부서장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임
-알라바마 주립대학/캔사스 주립대학 교환교수
-경주대학교 방송언론광고학과 교수 및 부총장 역임

푸드 칼럼니스트 달맘 (송민경)

한•중•양식 조리기능사 / 식품영양학 학사
영양사 면허 / 영양교육 석사 /
초•중•고 영양교사 자격

수필 칼럼니스트

소설가 김수자

미주 작가 박혜자

시인,수필가 김미희

사모 시인/ 달라스 문학회원 김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