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힐' 한수연 "섬뜩한 악역, 맛깔나게 연기하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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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수연 (사진 출처: 연합뉴스)
배우 한수연 (사진 출처: 연합뉴스)

생글생글 웃으면서 상대방에게 비수를 꽂는 폭언을 날리고,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가다가 갑자기 돌변해 소리를 빽 지른다.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킬힐'에서 부잣집 사모님 신애 역을 맡은 배우 한수연은 흡입력 있는 악역 연기로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2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수연은 극과 극을 오가는 드라마 속 신애의 모습이 연기자로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한수연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신애가 나오는 장면은 회당 한두신 정도밖에 없는데,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며 "사람을 살살 약 올리면서 신경을 긁는 얄밉고 섬뜩한 연기를 맛깔나게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애는 많은 걸 가진 인물이고, 차분하고 아름다운데 하는 행동들은 하나도 우아하지 않다"며 "어떻게 보면 미성숙한 아이같아서 자신의 것을 절대 뺏기고 싶지 않아 하고, 잘 지내다가도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있으면 한순간 눈이 휙 뒤집힌다"고 설명했다.

신애는 드라마의 세 주인공 우현(김하늘), 옥선(김성령), 모란(이혜영) 못지않게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세 사람이 욕망을 감추고 목표 달성을 위해 치밀한 심리 싸움을 한다면 신애는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상식을 벗어난 언행에 '사이코패스 사모'라는 별명도 붙었다.

한수연은 "신애에게 가장 큰 욕망은 (남편인) 현욱에 대한 지독한 사랑이자 광기 어린 집착"이라며 "투명인간 취급을 당해도 집에서 강아지처럼 현욱을 기다리고, 혹시나 현욱이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될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면 짠하고 안쓰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제가 맡은 캐릭터다 보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해도, 정이 들더라고요. 제 눈에는 부족하고 어리숙해 보여 연민도 있었요. 나쁘고 모질게 표현해야 할 때가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신애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잘 표현해주고 싶었어요."

캐릭터를 이해해도 악역 연기는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선배인 김하늘의 뺨을 세차게 때리고 이혜영의 머리채를 붙잡기도 해야 했다.

한수연은 "감정이 평온한 상태에서 갑자기 소리를 지를 수는 없으니 부글부글하는 분노를 항상 갖고 있어야해서 예민했던 것 같다"며 "화를 내는 연기를 할 때는 뒷골이 당기고, 온몸이 욱신욱신 아팠다. 그런데 이 정도로 해야 시청자들에게도 감정이 꽂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신애 입장에서 가장 분통이 터졌던 장면은 현욱과의 관계가 의심되는 우현의 전화를 받았을 때라고 꼽았다.

술에 취한 현욱과 함께 있다는 우현에게 "주소 불러!"라고 비명에 가깝게 소리를 내지르는 연기를 할 때는 현장에 있던 제작진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원래 이 장면은 전화를 받는 우현의 모습만 카메라로 비춘 채 신애의 목소리만 들어가는 설정이었는데, 한수연의 감정 연기 덕에 신애의 모습까지 함께 카메라에 담겼다.

사실 한수연이 악역 연기로 호평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BS 사극 로맨스 '구르미 그린 달빛'(2016)에서 세자를 내치는 계략을 세우는 악독한 중전 김씨로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을 받았다.

그는 "솔직하게 말하면 악역 연기를 잘하는 노하우는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내 악역 연기를 좋아해 주는지에 대한 생각은 해봤다"며 "내 이미지가 밋밋하고 말투도 친절한 편인데, 이런 모습이 악해졌을 때 보여주는 모습과의 갭(차이)이 커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악역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사실 아직 작품 수가 많거나 유명 배우는 아니어서 그런 걱정까지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2006년 영화 '조용한 세상'으로 데뷔한 한수연은 올해로 17년 차 배우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일거리가 없을 때는 불안감이 커졌고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다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초반에 일이 없을 때는 '내가 매력이 없나', '실력이 없나' 온갖 생각이 들면서 불안했어요. 일이 없다는 게 배우란 직업의 가장 힘든 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희한한 게 별별 생각을 다 할 때쯤 작품이 하나씩 들어와요. 그러면 또 최선을 다하고, 다시 재미를 느껴요. 그렇게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덕에 이제는 찾는 이들이 많다. 최근에는 티빙 '돼지의 왕'도 출연했고, 개봉을 기다리는 영화만 4편에 달한다. 차기 드라마 출연도 조율 중이다.

한수연은 "어릴 때 작품이 없다고 마냥 불안해했다면, 지금은 나에 대한 믿음이 조금 생겼다"며 "지금까지는 주로 사랑을 많이 못 받는 역할들을 했었는데, 앞으로는 행복 호르몬이 마구 나오는 사랑받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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