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1만발과 한국 현대사로 완성한 첩보액션 '헌트'

0
영화 헌트 (사진 출처: 연합뉴스)
영화 헌트 (사진 출처: 연합뉴스)

국가안전기획부 13년 차 베테랑인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 분)는 상대적으로 냉철한 인물이다. 국내팀 차장 김정도(정우성)는 군 출신이라는 경력에 걸맞게 거침이 없다. '헌트'의 주인공이자 라이벌인 두 인물은 경력과 성정을 제외하면 극 중에서 완벽한 대칭 구도를 이룬다. 이들은 선악으로 구분되지 않고 관객에게 불러일으키는 의심의 정도 역시 차이가 없다.

영화는 1983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서 시작한다. 각각 팀원들을 이끌고 작전에 참여한 두 사람의 대립이 이때부터 시작한다. 공작이 번번이 실패하자 새로 취임한 안기부장은 조직 내부 스파이를 색출하라고 지시한다.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를 암호명인 동림으로 불리는 간첩으로 점찍는다.

양쪽은 형식적인 증거수집에 나서지만, 과거 한국 정보기관이 벌인 여러 공작에서 보듯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중화기와 쇠파이프를 동원한 이들의 권력투쟁 방식은 폭력조직을 방불케 한다. 모두 사냥개이자 동시에 사냥감인 양쪽의 충성경쟁은 말 그대로 '도그파이트' 양상을 띤다.

영화는 박평호와 김정도를 각각 간첩으로 볼 만한 정황들을 하나씩 내놓는다. 각각 군납업자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출신 유학생이라는 의심스러운 인물이 곁에 있다. 각종 문건 등 객관적 자료도 공평하게 제시하며 증거를 쌓아간다. 그러나 관객은 누가 진짜 간첩인지 추리하는 데 별다른 의미가 없음을 초반에 깨달을 듯하다. 예상대로 결론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두 사람의 심리전과 대규모 물량공세를 퍼부은 액션 시퀀스가 러닝타임 내내 교차한다. 이 때문에 영화의 전개가 상당히 빠르게 느껴진다. 서울과 워싱턴·도쿄·방콕을 무대로 총격전과 차량 추격전, 대규모 폭파 장면이 펼쳐진다. 총탄 1만발과 차량 520대를 동원해 시각적 자극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액션 장면들은 개연성과 호불호를 떠나 과도하다 싶을 정도다.

영화는 외관상 첩보액션을 표방하지만 바탕에는 한국 현대사의 여러 사건이 깔려 있다. 동백림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핵심 타깃 '동림'부터 그렇다. 현대사에서 가져온 영화 속 사건들은 단발적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동기와 결말에 이르기까지 핵심 역할을 한다. 아웅산 폭탄 테러와 미그기 귀순 사건이 발생한 1983년을 주무대로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1980년을 오가는 설정은 우연이 아니다. 혁명·독재·국가폭력을 둘러싼 메시지 역시 현대사가 깊숙이 개입한 덕분에 설득력을 얻는다.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인 이 영화에는 황정민·이성민·유재명·조우진·김남길·주지훈 등이 불쑥불쑥 카메오로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이정재는 27일 시사회에 이은 간담회에서 "동료 배우들이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을 먼저 해와 친분이 두터운 분들이 많이 참여하게 됐다"며 "어떻게 하면 연기자가 돋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달라스 코리안 라디오 www.dalkor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코미디 영화 '육사오', '한산' 제치고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

국산 코미디 '육사오'와 할리우드 액션 코미디 '불릿 트레인'이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2위와 4위에 올랐다.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육사오'는 개봉일… 더보기

수비로 MLB 홀린 김하성, 한국인 첫 골드글러브 보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한 김하성(27)은 지난 22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몸을 던진 수비로 미국 전체에 이름을 알… 더보기

오리온 인수한 고양 캐롯 창단…"프로농구에 새바람 일으키겠다"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를 인수한 데이원스포츠가 운영할 프로농구단 '고양 캐롯 점퍼스'가 베일을 벗었다.데이원스포츠는 2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단 창단식에서 손해보험 회사인 … 더보기

주현영 "주기자에서 동그라미가 됐듯 또다른 성장 기대하세요"

"우 투 더(to the) 영 투 더(to the) 우!", "동 투 더(to the) 그 투 더(to the) 라미!"'SNL코리아'에서 인턴 기자 주기자로 맹활약한 배우 주현영… 더보기

'기러기, 토마토' 대신 'Kayak, deed'…우영우 영어 더빙은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한국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명대사를 영어로 번역해 더빙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드라마 우영우를 … 더보기

U-18 농구대표팀, 이란에 1점 차 역전승…아시아선수권 4강행

한국 18세 이하(U-18) 남자 농구 대표팀이 이란에 한 점 차 승리를 거두고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에 진출했다.이세범 용산고 코치가 이끄는 한국 U-18 … 더보기

이강인, 축구 통계 사이트 선정 유럽 5대리그 주간 베스트 11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라리가) 마요르카에서 뛰는 이강인(21)이 유럽 프로축구 주간 베스트 11에 선정됐다.축구 전문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이 24일(한국시간) 발표한 … 더보기

'42세' 푸홀스, 10년 만에 MLB 이주의 선수 수상

앨버트 푸홀스(4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10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이주의 선수'에 뽑혔다.MLB 사무국은 23일(한국시간) 아메리칸리그(AL)와 내셔널리그… 더보기

전쟁에 취소된 우크라이나 프로축구리그 개막

러시아의 침공으로 취소된 우크라이나 프로축구리그가 23일(현지시간) 개막한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보도에 따르면 23일 우크라이나 프로축구리그는 수도 키이우의 올림픽스타디움… 더보기

MBC '강변가요제' 21년 만에 부활…내달 3일 원주서 개최

1980∼1990년대 신인가수 등용문 역할을 한 MBC '강변가요제'가 21년 만에 부활한다.MBC는 다음 달 3일 강원도 원주시 간현유원지에서 '강변가요제 뉴챌린지'를 개최한다고… 더보기


 

FreeCurrencyRat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