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웃지 못한 벤투호…너무 늦은 '스리백 테스트'

0
실수에 아쉬워하는 벤투 감독 (사진 출처: 연합뉴스)
실수에 아쉬워하는 벤투 감독 (사진 출처: 연합뉴스)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평가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상대가 '수준 미달'이어서 '실전 테스트'로서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1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서 전반 33분에 터진 송민규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벤투 감독은 이날 '스리백 수비라인'이라는 의외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센터백으로 왼쪽부터 권경원(감바 오사카), 김영권(울산), 박지수(김천 상무)를 세웠고, 좌우 윙백으로는 홍철(대구)과 윤종규(서울)를 배치했다.

2018년 8월 대표팀에 부임한 벤투 감독은 2019년 9월 조지아와 평가전 등 부임 초기 경기에서 스리백을 몇 차례 가동한 적이 있을 뿐 대부분 실전에서 포백으로 경기에 임했다.

2020년 11월 유럽에서 치른 멕시코와 평가전(2-3 패)에서 스리백을 쓴 적이 있으나, 당시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이 수비 시에는 센터백의 가운데에 위치하다가 공격 시 중원으로 전진하는 '변형 스리백'이었다.

이날 아이슬란드전이 월드컵 본선 전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벤투 감독의 스리백 선택은 다소 '뜬금없는' 선택으로 비쳐질만 했다.

그런데도 벤투 감독의 스리백 전술을 가동하는 결단을 내린 것은 그간 포백 전술에서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활용됐던 김진수(전북)의 공백 가능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김진수는 소속팀 전북에서 시즌 막판 K리그1 경기와 대한축구협회 FA컵 1, 2차전을 연달아 소화하다가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을 입은 상태다.

벤투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진수 몸 상태는 물론 안 좋다"면서 "난 지금 김진수가 언제부터 훈련 가능한지도 모른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김진수는 이날 아예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김진수를 본선에서 활용하지 못할 경우 센터백 숫자를 하나 늘린 스리백 전술로 수비의 안정감을 유지하겠다는 게 벤투 감독의 '수비 플랜 B'로 보인다.

조심스럽게 새 전술을 실험했지만, 제대로 테스트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제대로 된 '스파링 파트너'라 하기에는 상대가 약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2010년대 후반 북유럽의 '다크호스'로 꼽혔으나 지금은 전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28위, 아이슬란드는 63위다.

게다가 이번에 한국을 찾은 아이슬란드는 해외파 없이 자국 리그 선수들이나 다른 유럽 리그의 후보급 선수들 위주로 꾸려졌다.

아이슬란드 선발 출전 선수들의 이날 경기 전까지 A매치 출전 기록을 모두 더하면 34경기다. 김영권 한 명 출전 기록(95경기)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수비 플랜 B'를 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조금 더 일찍 시험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수 테스트로서 거둔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K리그1 득점왕에 오른 조규성(전북)이 결승골을 돕는 등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조규성은 후반 32분 권창훈(김천 상무)으로부터 침투 패스를 받아 골대 오른쪽으로 파고든 뒤 수비 한 명을 제치고 크로스를 올려 송민규(전북)의 득점을 도왔다.

조규성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한 권창훈의 활약도 이날 빛났다.

권창훈은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나 부상에 본선 무대에 오르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부상을 이겨내고 꾸준히 대표팀에 뽑혀온 그이지만, 경기력이 예전만큼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번뜩이는 플레이를 여러 번 보여줘 카타르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예기치 않게 한 명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경험을 한 점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교체 카드를 모두 쓴 뒤인 후반 38분께 정우영이 부상 예방 차원에서 벤치로 불려 나왔다. 정우영은 앞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발목에 통증을 느끼는 듯했다.

아이슬란드가 이후 의욕적으로 공격에 나섰지만, 벤투호는 수적 열세를 딛고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Copyright ⓒ 달라스 코리안 라디오 www.dalkor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9시즌 연속 우승 두산 윤경신 감독 "10연패까지는 하고 싶다"

남자 핸드볼 '최강' 두산 윤경신 감독이 "10연패까지는 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윤경신 감독이 지휘하는 두산은 30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신한 SOL페이… 더보기

부산으로 가는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흥행 대박 예감?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이 오는 5월 1일과 3일 부산사직체육관으로 경기 장소를 옮겨 3, 4차전을 치른다.29일 2차전에서 수원 kt가 부산 KCC를 꺾고… 더보기

'뉴진스님' 윤성호 "대만서 아이돌 대접…출가는 부모님께 여쭤봐야"

"아! 죄송한데…엄마 아빠한테 한번 물어볼 것 같아요, 쌍둥이 동생이." (웃음)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디제잉으로 힙한 불교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는 '뉴진스님' 개그맨 … 더보기

'벤허' 상영했던 추억의 대한극장 6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서울 충무로에서 한국 영화 역사와 함께해온 대한극장이 66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대한극장을 운영하는 세기상사는 30일 전자 공시를 통해 극장사업부(대한극장) 영업을 오는 9월 3… 더보기

이강인의 PSG, 프랑스 리그1 3연패 달성…통산 12번째 우승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 이강인이 활약하는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이 프랑스 리그1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PSG는 29일(한국시간) 프랑스 리옹의 파르크 올랭피크… 더보기

'눈물의 여왕' 24.8%로 유종의 미…tvN 역대 시청률 1위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마지막 방송에서 역대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29일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10분 tvN이 방송한 '… 더보기

'골때녀' 출연 김진경, 국대 수문장 김승규와 6월 결혼

모델 겸 배우 김진경(27)이 오는 6월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33)와 결혼한다고 소속사 써브라임이 29일 밝혔다.김진경은 2012년 온스타일이 방송한 '도전! 수퍼모델 코… 더보기

SK, 삼척시청 물리치고 핸드볼 H리그 여자부 초대 챔피언 등극

SK 슈가글라이더즈가 핸드볼 H리그 여자부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김경진 감독이 이끄는 SK는 29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신한 SOL페이 2023-2024 핸드볼 H리그 … 더보기

정몽규 체제가 낳은 한국 축구 대재앙…40년 공든 탑 무너졌다

26일(한국시간) 황선홍호가 인도네시아에 패하면서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은 한국 축구에 '대재앙'이라 할 만한 결과다.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21… 더보기

태권도 강미르, 올림픽 출전권 추가 획득 행운…총 5명 파리행

태권도 여자 49㎏급 간판 강미르(영천시청)가 운 좋게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대한태권도협회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오세아니아 파리 올림픽 쿼터 대회 여… 더보기


 

FreeCurrencyRat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