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말고 거북선' 정승기 "갈 길 멀지만 방향은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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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세계선수권 동메달 따낸 정승기 (사진 출처: 연합뉴스)
스켈레톤 세계선수권 동메달 따낸 정승기 (사진 출처: 연합뉴스)

 "올림픽까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방향은 잡은 것 같습니다."

한국 남자 스켈레톤의 '간판'으로 나선 첫 시즌, 생애 최고 성적을 낸 정승기(24·강원도청)의 말이다.

정승기는 2022-2023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시리즈에서 8차례 대회 중 4차례(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나 입상권 성적을 냈다.

지난달 26~27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그의 세계선수권 첫 입상이었다.

긴 시즌을 마치고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온 정승기는 귀국에 앞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감보다는 아쉬운 마음을 먼저 드러냈다.

정승기는 "지난 시즌에 비해 발전된 것은 확실하지만, 내 목표는 1등이었다. 시즌을 다 마치고 나니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정승기가 올 시즌 보여준 성장세는 '장족의 발전'이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다.

가장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트랙 적응력'이다.

지난 시즌까지 정승기의 약점은 기복이 크다는 점이었다. 5위 안에 들다가도 바로 다음 대회에서 20위권 밖으로 밀려나곤 했다.

월드컵 시리즈는 북미와 유럽의 트랙을 돌며 치르는데, 정승기는 트랙에 따라 경기력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정승기가 한 단계 올라서려면 대회마다 트랙에 빠르게 적응하며 안정적으로 주행 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했는데, 올 시즌 마침내 이것을 해냈다.

올 시즌 4차 대회(13위)를 제외하면 줄곧 10위권 성적을 유지했고, 시즌 누적 성적으로 매기는 종합 순위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악셀 융크(독일)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4위에 자리했다.

정승기는 "이번 시즌에 기복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그간 경험도 많이 쌓였고, 대회마다 트랙 특징을 파악하려고 집요하게 노력한 게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차 대회는 원래 좋아하던 휘슬러 트랙이어서 은메달을 따고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2차(파크시티·은메달), 3차(레이크플래시드·동메달)에서도 계속 입상하니까 자신감이 붙었다. 유럽으로 건너가서도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며 웃었다.

업그레이드된 트랙 적응력은 세계선수권 동메달 획득에도 큰 영향을 줬다.

세계선수권이 열린 스위스 생모리츠 트랙은 정승기가 앞서 딱 두 차례 경기를 치러 본 곳이었다.

그중 첫 경기에서는 1차 시기 25위에 그쳐 2차 시기를 뛰지도 못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1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달랐다.

빠르게 생모리츠 트랙에 적응해 나갔고, 3·4차 시기가 열린 둘째 날 짜릿한 역전극을 펼치며 0.01초 차로 동메달을 따냈다.

정승기는 "솔직히 나도, 코치님들도 기대 안 한 대회였다"고 털어놓으면서 "입상권과 계속 격차를 좁혀나가다가 막판에 역전해 기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정승기가 올 시즌에 낸 좋은 성과는 한국 스켈레톤에 매우 의미가 크다.

이번 시즌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아이언맨' 윤성빈이 2022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사실상 은퇴한 뒤 한국 스켈레톤이 맞은 첫 시즌이었다.

큰 우려 속에서 시작한 시즌이었지만 정승기가 좋은 성적을 내 한국 스켈레톤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메달을 향한 새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정승기는 "베이징 올림픽 전까지는 성빈이 형만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올림픽 뒤 '내가 되자'고 다짐했다. 다른 건 신경 안 썼다"고 말했다.

이어 "성빈이 형은 말이 필요 없는 대단한 선수다. 늘 따라 하려고 했고 배우려고 했다"면서 "올 시즌에는 모든 걸 나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혼자서도 풀어나갈 수 있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성빈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 선 정승기는 썰매를 브롬리에서 슈나이더 제품으로 바꾸고 훈련 방식에도 변화를 주는 등 중요한 선택을 코치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해 나갔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정승기는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방향은 어느 정도 잡은 것 같다. 부상 조심하고 이 방향으로 잘 준비하면 다음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정승기는 거북선 문양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트랙을 달린다.

헬멧 그림을 정할 때 주변에서는 '스파이더맨'을 추천했다고 한다. 윤성빈이 '아이언맨' 헬멧을 쓰는 점을 고려한 조언이었다.

마블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은 아이언맨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존재로 그려진다. 어벤져스에 스파이더맨을 데려온 것도 아이언맨이다.

하지만 한국사에 관심이 많은 정승기는 이순신 장군의 '불멸의 정신'이 깃든 거북선을 선택했다.

정승기는 "딱히 스파이더맨을 좋아하지도 않고, 거북선이 얼음 트랙을 질주하는 모습이 멋질 것 같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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