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와 작별한 베테랑 한채진 "누구보다 행복하게 은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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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 치른 소감 밝히는 한채진 (사진 출처: 연합뉴스)
마지막 경기 치른 소감 밝히는 한채진 (사진 출처: 연합뉴스)

"솔직히 이야기하면, 아직은 휴가 기간인 것 같아요."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의 '맏언니' 한채진(39)은 아직 은퇴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했다.

현역 여자농구 최고령 선수로 코트를 누빈 한채진은 자신의 생일이던 이달 13일 아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신한은행은 1, 2차전에서 우리은행에 모두 패해 PO에서 탈락했고, 팀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 한채진의 '선수 인생 마지막 경기'가 됐다.

한채진은 15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사실 경기를 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벤치에 있을 때 강계리와 유승희가 '언니, 들어가야죠'라고 이야기하더라. 경기 종료 20초 전 감독님이 교체로 투입해주셨는데, 들어가라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는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의 은퇴 소식에 경기 막바지엔 양 팀 모두가 한마음이 됐다. 신한은행에서 올 시즌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김단비까지 그에게 패스를 건넸다.

한채진은 "우승하고 멋지게 은퇴하는 것도 좋지만, 나처럼 생일에 은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잊을 수 없는 날인 것 같다"고 했다.

당시를 생각하며 다시 울컥하기도 한 그는 "첫 팀이었던 신한은행에서 은퇴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 또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어려서부터 알던 사이고, 김단비와 박혜진, 김정은 등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선수들이다. 이들을 상대로 마지막 경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했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은퇴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돌아봤다.

1984년생인 한채진은 200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현대 하이페리온(현 신한은행)에 지명된 뒤 줄곧 프로에서 뛰어온 베테랑이다.

처음 농구를 시작한 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으니, 30년을 코트에서 보냈다.

'꾸준함'이 장점인 그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경기 중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올해 1월 27일 부산 BNK전에선 여자농구 역대 최고령 출전 신기록(만 38세 319일)을 썼고, 이달 11일 PO 1차전에서도 38세 363일의 나이로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38세293일)의 역대 최고령 PO 출전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위에선 그가 앞으로도 몇 년은 더 뛸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한채진은 이번 시즌 남몰래 마지막을 준비했다. 정규리그를 마치고는 구단에도 뜻을 전했다.

"체력적으론 문제가 없다"며 웃은 한채진은 "솔직하게 1년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령 등 여러 기록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또 다른 인생을 찾아가려고 한다.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털어놨다.

30년 농구 인생을 되돌아본 한채진은 자신이 가장 빛난 순간으로 은퇴할 때를 꼽았다.

"내가 최고의 선수라거나, 에이스는 아니었다"고 자평한 그는 "하지만 항상 열심히 달려왔고, 매 경기 팀에 도움이 되려고 했다. 비시즌에도 어린 선수들과 똑같이 운동하며 꾸준히 해왔다. 은퇴한 순간은 그간의 세월을 모두 말해주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려하지는 않았어도 '코트에 꼭 있어야 할 선수'였다고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긴 질주를 멈춘 한채진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인생의 다음 장을 열어갈 계획이다.

5월 결혼을 앞둔 그는 "결혼 때문에 은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퇴해도 돌아갈 가정이 있다는 점에선 마음의 안정이 생기기도 한다. 너무 많은 시간을 달려온 만큼, 일단은 휴식을 취하고 가정에도 충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도자 계획을 묻는 말엔 "물론 좋은 경험이다. 제안이 오면 고민하겠지만, 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쉬면서 나중에 생각해 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한채진은 가족과 동료 등 고마운 이들을 떠올리며 "선수로서는 정말 행복하게 잘 마무리했다"고 재차 말했다.

그러면서 "(이)경은이 등 오랜 시간 함께 한 선수들이 있는데, 언니가 해줄 수 있는 부분들을 다 못 해준 것 같아 고맙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내가 없어도 경은이가 잘 버텨주고, 다른 선수들도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길 바란다"며 남은 동료들에게 응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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