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출범 1년,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초라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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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회복에도 물가 못 잡아 … ‘트럼프 제외’ 역대 최저 지지율

사회복지·투표권 등 3대 법안 흔들, ‘정치적 리더쉽 위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일(목), 취임 1주년을 맞았다.
1년 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을 선언하며, 코로나 19 팬데믹 극복, 경제 회복, 정치적 분열 극복, 강한 외교력 복원 등을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시련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ABC 뉴스는 지난 19일(수), ‘바이든의 성적표: 1년 후, 성취도와 정체된 우선순위’(Biden’s report card: 1 year in, accomplishments and stalled priorities)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1년간의 바이든 행정부를 평가했다.
ABC 뉴스는 “미국이 1년 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겪었던 것과 같은 많은 위기에 여전히 직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전염병과 싸우고 경제를 재건하는 것에서부터 인종 분쟁과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까지, 엇갈린 성적표에 직면해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가 극복하기 어려웠던 정치적 분열은 여전하며 혼합된 성적표를 받아들고 도전적인 집권 2년차를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1. 변이 바이러스 공격에 휘청거리는 바이든 행정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어조를 보였다. 트럼프 전임 정부의 코로나19 졸속 대응을 맹렬히 비판해온 그는 취임 다음날 200쪽에 달하는 코로나19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취임 첫 달부터 코로나 19 검진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했으며, 비행기 및 기타 대중 교통을 포함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거나 의무화했다. 그리고 연방 대법원이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민간 대기업의 백신 의무 및 검사 의무화를 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많은 회사들은 이에 상관없이 백신 접종 및 검사 요건을 제정했다. 
현재 미국민의 63%가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델타 및 오미크론 변종의 확산으로 확진 사례, 입원 및 사망율이 폭증하고 병원 시스템이 압도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에 실망감을 표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CBS뉴스는 지난 16일(일) 코로나19 문제와 관련해 설문조사(성인 2천94명 대상)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6%만이 바이든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64%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도 4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잦은 지침 변경과 오미크론 급증으로 인한 검사 부족 사태까지 발생하자 행정부를 비판했다. 민주당 상원 의원들도 백악관이 취한 “너무 많은 조치가 선제적이라기보다는 사후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1년 전과 지금이 매우 다르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4억개의 N-95마스크 배포와 코로나 19 진단 키트 배포(가구당 4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같은 조치가 얼마큼의 효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란 분석이다.

2.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40년 만에 최대치 물가 상승
바이든 정부는 집권 초부터 ‘큰 정부’를 추구했다. 
지난해 3월 1조9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고, 11월에는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대적인 재정 투입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하고, 낙후된 인프라를 재건하며, 사회복지 수준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실업률은 3.9%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바이든 정부는 작년에 640만개의 일자리, 임금 인상, 낮은 실업율로 경제 회복을 주도했던 것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회복한 경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 동안 기록적으로 6.8% 증가해 임금 상승률을 앞질렀다.
또한 기업들의 구인난,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난해 초부터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급기야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7%나 상승해 1982년 6월 기록을 갈아치웠다. 
새해 들어 바이든 정부는 위축됐던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올해는 가격 상승이 완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높은 물가 상승을 경험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식료품 매장 매대가 텅 비는 상황까지 연출되자 불만이 치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자리를 새로 찾고, 임금 상승 혜택을 누린 사람은 일부이지만 인플레이션은 미국민 전체가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3. 입법 우선 순위 지연 고질화, 여전한 정치적 분열과 대립
취임 초반 바이든 대통령은 오랜 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극단화된 정치 풍토를 치유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임자에 대한 비판을 자제함으로써 자신을 찍지 않은 시민을 포용하려 했다. 의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여야 정치인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이 하원에서 간신히 다수를 차지하고, 상원은 야당인 공화당과 의석을 정확히 절반씩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협소할 수 밖에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금도 지난 대선에서 거대한 사기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를 열렬히 지지하는 상황도 바이든 대통령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같은 분열상 속에 과감하게 추진했던 사회복지법안, 투표권 법안, 이민개혁법안 등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주요 법안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을 갉아먹고 있다.
특히 반년이 넘도록 두 명의 주요 민주당 상원의원인 조 맨친(Joe Manchin, 웨스트 버지니아)·키어스틴 시네마(Kyrsten Sinema, 애리조나)에게 휘둘리는 모양새다.
CNN방송은 스스로 설정한 법안 통과 시점을 수차례 넘기고, 여당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깎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와 인종 평등을 핵심 우선순위로 삼겠다고 약속했고 두 가지 모두를 목표로 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입법적 추진, 즉 ‘더 나은 건설’(Build Back Better) 법안 속의 기후 행동과 경찰 개혁 조치는 실패했다.
젠 사키(Jen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8일(화), 바이든 대통령이 투표권과 더 나은 건설 법안 모두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첫해에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4.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두 차례 유럽을 순방하면서 동맹국들에게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선언하며 전통적 관계를 재확인하고 전임 정부에서 탈퇴했던 세계보건기구(WHO), 파리기후협약과 같은 국제기구 및 협정에 복귀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개입을 끝내기 위해 9.11 테러 발생 20주년을 맞기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했지만 혼란을 초래했고, 심지어 철수 마지막 날에 테러 공격으로 13명의 미군이 사망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전임 정부가 폐기한 이란 핵합의(포괄적 공동 행동 조약, JCPOA)를 되돌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북한은 새해 들어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무역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립,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의 갈등 고조도 바이든 정부의 외교력을 나날이 시험하고 있는 상태이다.

5. 통합에 대한 희망이 정치적 현실에 부딪치다
지난 6일(목)은 연방 국회 의사당 공격 1년을 맞은 날이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단합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공화당이 ‘출현’(epiphany)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12월 말에 실시된 ABC News/Ipsos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의 71%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의 정당한 승자라는 거짓 주장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선거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과 팬데믹 정치화는 미 전역에서 공화당을 계속 이끌고 있다.
이달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악명 높은 인종 분리주의자와 비교하면서 투표권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6. 위태로운 2022 중간선거 승리
오는 11월 중간 선거가 치뤄진다. 
집권 전반기의 성적표를 들고 중간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 것은 역대 대통령들이 겪어온 일이다. 
특히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이나 상원 한 곳이라도 주도권을 공화당에 내주면 바이든 대통령 집권 후반기는 더욱 험난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지금처럼 여야의 극단적인 대치로 정치적 타협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잃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경제, 그리고 주요 법안 처리라는 3대 과제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다음달 말 바이든 대통령의 신년 연설이 연방 의회에서 열린다.
여기서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보여줄 비전과 성과가 올해 중간 선거의 승패를 가를 시금석이 될 것이란 평가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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