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주민 이송 논란 애봇 주지사, 바이든 이민정책에 ‘정면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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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매사추세츠주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서 주민들과 포옹하는 불법이민자들
미국 매사추세츠주 휴양지 마서스비니어드에서 주민들과 포옹하는 불법이민자들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 /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 /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

연방·주정부, 이민정책 정면 충돌 … 공화당 vs. 민주당 갈등 고조

 

미 남부의 공화당 주지사들이 불법 이민자들을 북부 민주당 지역으로 이송하는 것을 두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에 이어 유력 대권주자 중 하나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최근 매사추세츠주의 부유층 휴양지인 마서스비니어드에 주로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 약 50명을 전세기로 실어나른 것이 논쟁의 기폭제가 됐다.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워싱턴DC 관저 앞에 지난 15일(목) 불법이민자를 태운 버스 2대가 예고도 없이 도착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해온 애봇 주지사가 국경 지대에서 체포한 불법이민자들을 부통령 집 앞으로 실어나른 것이다.

애봇 주지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해리스 부통령은 국경이 안전하다면서 위기를 부인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안전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이민자들을 해리스 뒷마당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텍사스주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책 없는 온건한 이민 정책이 불법이민자 급증 등 국경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정부의 이민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수도인 워싱턴 D.C로 밀입국자들을 보냈고, 최근에는 친(親)이민을 표방한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도시인 뉴욕과 시카고로도 불법 이민자들을 실어 날랐다.

CNN 방송 등은 애봇 주지사가 이민정책을 둘러싸고 바이든 행정부와 치열한 정치적 싸움을 벌이면서 부통령 관저 앞에 의도적으로 불법 이민자들을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100명에 가까운 밀입국자들은 이날 소지품을 넣은 투명한 비닐봉지와 서류를 들고 부통령 관저 앞에 내렸고 인근 교회에 수용됐다. 이들 중 70∼80%는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 이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같은 날 불법이민자 옹호를 강조해온 매사추세츠주의 부유층 거주지 마서스비니어드에 불법이민자를 태운 비행기 2대를 보냈다. 이에 대해 AP 통신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이민 친화적인 도시들을 조롱하는 조치라고 전했다.

여름철 섬 휴양지로 잘 알려진 마서스비니어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강경한 이민정책에 반대하며 ‘이민자 피난처’를 자처했던 곳이다.

디샌티스 주지사 측은 이번 조치에 대해 “불법 이민자들을 보호소로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마서스비니어드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소속 딜런 페르난데스 주하원의원은 “우리는 이민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라며 “우리 섬은 (이민자들에게) 좋은 식사와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등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8일(일)에는 뉴욕에 9대의 버스가 도착했는데, 이는 하루 수송 기준 가장 많은 규모였다.

텍사스주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뉴욕시로 이송된 불법 이민자는 지금까지 2천500명이 넘는다. 

이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국경 정책에 항의하고 불법 이민자 문제를 부각하기 위한 조치라는 공화당 주지사들의 입장에 대해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소속인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18일(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도주의적 위기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모두 손을 모아 함께 도와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애덤스 시장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면서 “연방 정부도, 텍사스 주지사도, 플로리다 주지사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애덤스 시장은 애벗 주지사와 드샌티스 주지사가 “사람을 비인간적 방식으로 다룸으로써 기본적인 인권 침해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애덤스 시장은 “텍사스주가 코로나19 확진자를 다른 이민자들과 같은 버스에 태워 보낸 것은 물론 뉴욕에 도착한 일부 이민자들은 탈수 증세를 보이거나 적절한 식료품을 제공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이민자들에는 마치 동물에 붙이는 것과 같은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고 덧붙였다.

애덤스 시장은 불법 이주민들을 태워 보낸 텍사스 발 9대의 버스가 뉴욕에 도착한 후 텍사스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애봇 주지사에게 이주민 버스 수송 계획을 협의하고 조정할 수 있기를 요청했지만 애봇 주지사가 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았고 이주민 버스를 계속 보내 왔다고 밝혔다.

애덤스 시장은 NBC의 더 선데이 쇼(The Sunday Show)를 통해 “이것은 애봇과 드센티드 두 주지사가 관여해 온 인권 침해를 은폐하는 것이고 이들은 새 이주민들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다른 방법들을 보여 주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딕 더빈(일리노이) 의원도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주지사들을 비판했다.

더빈 의원은 “(공화당) 주지사들이 무력한 사람들을 이용한 것은 한심한 일”이라며 이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불법 이민자들에게 고통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법 이민자 문제의 쟁점화로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에 “정치적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5일 디샌티스와 애벗 주지사를 향해 “그들이 하는 것은 잘못된 일로 미국적이지 않다”면서 “사람을 갖고 정치하지 말고 해법 마련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한편 공화당은 디샌티스와 애벗 주지사를 옹호하며 불법 이민자 문제는 연방정부가 초래한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이크 라운즈(공화·사우스다코타)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이들 주지사가 “남쪽 국경에서 넘어오는 사람들의 고난에 대해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340만 명이 국경을 넘었다. 주지사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주(州) 차원에서 다룰 수 없는 문제라는 사실을 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606일이 지났지만 이주민 문제는 더 심화될 뿐 개선되는 면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정리=박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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