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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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 연합뉴스
사진제공_ 연합뉴스

사망자 대다수 할로윈 축제 나온 20대 청년들

수수 방관한 관계당국, 책임규명 절실 … 달라스 한인 사회 함께 애도


서울 도심 한복판인 이태원에서 장래가 유망한 청년들 150여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가 발생했다.
AI와 디지털 세상이 도래한 시대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좁은 골목에 갇혀 ‘압사’라는 믿지 못할 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5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한 상태이다.

◈ 이태원 참사, 미리 막을 수 없었나?
이태원 참사의 속 내용이 속속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먼저 안전책임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비극적인 사태에 대해 전혀 책임이 없는 것 같은 반응을 보여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장관은 사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가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결국 정치권에서는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이 장관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 장관은 사태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하지 않은 채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애매한 사과를 내놨다. 
특히 이 장관의 유감 표명은 사고 책임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에 그쳤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경찰의 대응은 더 큰 논란이 됐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벌어지기 약 4시간 전부터 경찰은 총 11건의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는 긴급 신고를 받고도 손을 놓고 있었다.
경찰은 이 가운데 4번만 현장에 출동해 신고 지점의 사람들만 해산하고 말았다. 6번은 ‘이미 현장에 경찰이 출동했다’는 이유로 아예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이들 신고 중 1건은 경찰의 112 신고 대응 체계상 최단 시간 내 출동하라는 ‘코드 0’ 지령이, 7건은 우선 출동하라는 ‘코드1’ 지령이 떨어졌지만 경찰은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참사 초기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대해서는 경찰의 대응매뉴얼이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참사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만 보였다.
서울시와 해당 관청인 용산구 역시 마찬가지다. 보도에 따르면 참사가 일어나지 불과 보름 전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는 할로윈 축제보다 몇 배 많은 약 백만 명의 인파가 몰려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별한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각 관계 당국이 적절한 역할 분배를 했기 때문이다.
한편 3일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이태원 압사 참사 당일 저녁, 참사 현장 인근에서 서울청 소속 기동대 1개 부대가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발생 전 시민들의 112 신고가 이어지는 동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용 가능한 경찰 병력이 있었지만, 현장에 투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태원 참사 관련해 당시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점도 대응이 늦어진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서울경찰청 류미진 인사교육과장(총경)과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을 확인해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류 총경은 참사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112 치안종합상황실장을 대리해 서울경찰청장에게 치안 상황을 보고하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경찰청 상황실에도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류 총경은 치안 상황을 총괄 관리·보고할 의무를 게을리해 참사를 뒤늦게 파악하고 늑장 보고를 한 사실이 감찰에서 확인됐다. 이 총경은 사고 발생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장으로서 현장을 총괄할 의무가 있는데도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도 지연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결국 류 총경과 이 총경의 늑장보고 탓에 김 청장은 물론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이어지는 경찰 수뇌부가 2시간 가까이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수사인력 475명으로 즉각 특별수사본부를 차려 압사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한국 정치권도 대대적인 국정 감사 및 관련 조사를 예고했다.

◈ 언제나 참사 후에는 ‘사후약방문’, 달라스 한인사회 애도 전해
고국에서 들려온 참사 소식에 달라스 한인 동포 사회도 큰 충격을 표하며 슬퍼했다.
달라스한인회의 유성주 회장은 “정말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늘 고국 생각을 하는 동포로서 고국의 갑작스런 참변 소식에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비통함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 회장은 “다 큰 자식들을 잃은 부모와 그 가족들의 고통과 상심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라며 “다만 먼 곳에서나마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또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들도 빠른 회복을 바라며 모든 조치가 안전하고 조식히 진행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정명훈 회장도 “안타깝게 영면한 아름답고 젊은 영혼들이 하늘 나라에서 평안히 쉴 수 있도록 기도한다. 소중한 가족을 잃어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캐롤튼에 거주하는 한인동포 데이빗 최씨는 “어른들이 조금 더 살펴보고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꽃다운 청춘들이 너무 황망하게 사망해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고 애도했다.
한편 한국 정부와 정치권, 한국의 검찰과 경찰들이 앞으로 마련할 조치들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같이 슬픔을 나누고 있지만 다음 참사를 막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가깝게는 세월호가 그랬고, 가습기 세정제 참사가 그랬다. 
매번 초대형 참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온 사회가 아파한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텍사스에서는 지난 5월 유밸디 롭 초등학교에서 총기 참사가 발생해 무고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이 사망한 바 있다. 유밸디 롭 초교 총기 참사나 한국의 이태원 참사는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참사를 조기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정부와 관계 당국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롭초교 총기 참사 후 많은 텍사스 주민들은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주 경찰(DPS)에게 큰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
이태원 참사소식을 들으며 머나먼 달라스에서 “조금만 더 대처가 빨랐더라면…”이라는 분노가 생기는 이유와 같다.
매번 참사 발생 후 우리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에 대한 배신감을 크게 느낀다.
한국 정부는 대형 참사를 여러 번 겪었지만 제대로 된 사회안전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고, 이번에는 150여명 사망이라는 이태원 참사로 나타났다. 참사 현장에서는 여전히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았다.
수만명의 인파가 몰린 자리에서 어떻게 질서를 지키겠는가? 때문에 이럴 때 공권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날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던 공권력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무감했다.
할로윈을 잘 모르는 구세대의 탓일까? 아니면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애들이 즐기는 서양 축제를 왜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노는 문화로 변질시켰냐고 비난을 해야 할까?
결국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 규명을 포함하는 진상규명은 반드시, 또 조속히 이뤄져야 하며 분명한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만 한다는 뻔한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아픔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참사를 대하는 방법에서 정답은 없겠지만 다시 한번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마련하면 좋겠다.                                   
  
박은영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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