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위협시 낙태 예외 허용을” 북텍사스 임산부, 텍사스주 정부 상대로 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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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텍사스의 한 임산부가 태아가 치명적인 질환을 가졌다는 진단을 받은 후 낙태에 대한 접근권을 이유로 텍사스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북텍사스의 한 임산부가 태아가 치명적인 질환을 가졌다는 진단을 받은 후 낙태에 대한 접근권을 이유로 텍사스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예외 조항 불분명해 의사들이 낙태 시술 거부 … 법원에 긴급 명령 요청

 

북텍사스의 한 임산부가 태아가 치명적인 질환을 가졌다는 진단을 받은 후 낙태에 대한 접근권을 이유로 텍사스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로 대 웨이드’로 알려진 연방 낙태 보호법(federal abortion protections)이 뒤집히며 주정부가 거의 모든 경우에 낙태 시술을 금지한 이후 낙태를 원하는 텍사스 임산부가 제기한 첫 소송이다.

31세의 달라스 여성인 케이트 콕스(Kate Cox)는 셋째를 임신한 후 심한 경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체액 누출로 지난 달 세 곳의 응급실을 방문했다. 

검사 후 의사들은 콕스의 아기가 에드워드 증후군(Edwards syndrome)이라고 알려진 18번 삼염색체증(18번 염색체가 정상적으로 2개가 아닌 3개가 존재하는 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신생아 8천명 당 1명 정도의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부분의 환아는 출생 후 수개월 이내에 사망한다.

소장에 따르면 콕스와 함께하는 생식권 센터(Center for Reproductive Rights)는 “현재 임신 20주차인 콕스가 과거 두 차례 제왕절개를 했기 때문에 임신을 계속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콕스 역시 “나는 아기와 내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텍사스주는 우리 둘 모두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기가 고통받는 모습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내 건강과 미래의 임신 가능성을 높이려면 지금 임신을 중단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미국 내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은 임산부가 생명을 위협하는 신체 상태에 있거나 주요 신체 기능에 상당한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낙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일선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생식권 센터는 낙태가 지연되거나 거부됐다고 말하는 여성 20명을 포함해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고소장은 산부인과 전문의인 댐라 카르산(Damla Karsan) 박사가 콕스의 낙태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원에 임시 금지 명령을 발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카르산 박사는 또한 의사로서 자신과 환자를 대신해 다른 낙태 사건의 원고이기도 하다.

콕스의 변호인들은 상황이 시간에 민감한 점을 고려하여 사건이 “신속하게” 결정될 것을 요청했다.

트래비스 카운티 지방법원에 제출된 소장에는 “케이트 콕스는 낙태가 필요하고 지금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반면 주법무장관실은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텍사스주 대법원은 현재 주정부의 낙태 금지가 콕스처럼 태아가 생존 불가능한 임신을 한 여성에게 적용되는지 여부를 묻는 이 사건을 검토하고 있다.

트래비스 카운티 판사는 앞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의학적 합병증이 있거나 치명적인 진단을 받은 태아를 임신한 임신부에게는 낙태 금지가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주 법무부는 이 판결에 불복 항소했다.

주 대법원에서 변론을 진행하는 동안 베스 크루스만(Beth Klusmann) 검사는 “치명적인 태아 기형에 대한 추가 낙태 면제를 추가하는 것은 법원이 아닌 입법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법에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주정부는 또한 이 사건의 원고는 텍사스의 낙태 금지에 대해 명확성을 추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로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미래에 다시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와 같은 가정적인 상황에서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생식권 센터의 변호인인 몰리 두앤(Molly Duane)은 “그러면 법원은 환자가 법정에 출두하기 전에 다리에 혈액이나 양수가 흘러내려야 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분명히 그러한 상황에 처한 환자들은 변호사를 찾아 법원에 오는 것보다 적절한 의료 치료를 받고 자신들의 생명과 가족을 구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고 일갈했다.

주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려면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콕스는 “텍사스에서 낙태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외가 이렇게 제한적인지는 몰랐다”며 “기본적으로 아기에게 심장 박동이 있는 한, 텍사스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두앤은 “지금 케이트 콕스와 똑같은 일을 겪고 있지만 소송을 제기할 처지가 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며 “이번에 법원이 내리는 결정은 낙태 금지법 아래 허용되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하도록 강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내년 대선은 낙태권 찬반투표?

연방 헌법에서 보장하던 낙태권은 지난해 6월 연방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헌법적 권리를 상실하고 주의회의 소관으로 격하되고 말았다.

이후 텍사스를 포함해 20개에 가까운 주가 이전 헌법 보장에 미치지 못하거나 아예 낙태를 불가하는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낙태권이 쟁점이 된 주(州) 주민투표와 주의회 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일제히 승리를 거두면서 낙태권 문제가 내년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1월 치러진 여러 지역 선거의 성격은 모두 달랐지만,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낙태권을 지키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갈 것’이라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요약했다. 

이어 “공화당 지지가 강세인 대도시 주변 교외 지역의 고소득 유권자층에서도 여성을 중심으로 낙태권 문제로 민주당 쪽으로 이탈하는 흐름이 보인다”고 전했다.

낙태권과 관련해 공화당 측 정치 컨설턴트인 마이크 마드리드는 많은 유권자, 특히 여성이 공화당에서 떠나고 있다면서 “대학 교육을 받은 교외 지역의 여성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반대 가능성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정리=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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