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보증금 빼 전 교인들에게 재난 지원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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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신학적 성찰 “교회는 건물이 아닌 관계”


특별 인터뷰 | 일산 씨앗교회 이규원 목사

 

지난 4일(금) 오후 조국 전 장관은 “예배당 보증금 빼 전 교인 ‘기본소득’ 주는 일산 씨앗교회”라는 트윗을 남겼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말 그대로 교회가 3,000만원 가량 되는 예배당 건물 보증금을 빼서 6-10개월 동안 전 교인들에게 10만원에서 30만원 씩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그 소식이 알려져 국민일보, 뉴스앤조이를 비롯한 각종 신문과 잡지, MBC 라디오, JTBC 뉴스 같은 지상파 매체에서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씨앗교회는 7년 전 기독교 대한 하나님의 성회 소속 이규원 목사가 개척했다. 제도권 교회에서 보기 드물게 씨앗교회는 담임목사 없이, 후에 합류한 송명수, 이인호, 임인철 목사와 공동목회를 하고 있다.
목사들은 돌아가면서 설교하고 주중에는 따로 일을 한다. 교회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제외한 나머지 수입을 내·외부 구제비로 흘려보내고 있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이규원 목사를 통해 들어봤다.

 

교회 건물 보증금을 빼서 성도들 에게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인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나?
시작은 작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교회가 성장하고 안정되는 시기였고, 건물도 쾌적하고 꽤 좋았다. 그런데 건물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용이 매달 300만원 정도 들어갔다. 그 순간 매우 단순한 질문이 들었다. “300만원을 구제하는 데 사용하면 몇 명이나 도울 수 있을까?” 우리 교회는 목회자가 4명인데 목회자들 사례비도 없고, 내부구제와 외부구제 아니면 별다른 재정원칙이 없다. 그래서 교회 리더들에게 이야기했다. ‘건물 유지비용이 유익하긴 하지만 없애면 더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당시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고민과 공론의 장이 시작됐다. 성경의 내러티브가 뭐라고 이야기하는지, 기독교 전통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말이다. 그러고나서 6개월이 흐른 다음 이 고민이 성경적이고 교회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라는 결론이 내려져, 작은 공간으로 교회를 옮기기로 하고 작년 12월 현재 예배당으로 옮겼다. 고정비용이 200만원 정도 줄었고 그만큼을 외부 구제헌금으로 사용했다. 이런 과정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비대면 상황에서 이 공간마저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성도들이 하나 둘 나왔다. 목사들은 8월 9일 회의 도중, 몇 달 전 정부가 지급한 재난 지원금을 떠올렸다. 정부도 하는데 교회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지원 가능할 때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가 집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포기하진 않는다. 집보다 식구가 소중하지 않은가? 단순하게 생각했고, 그 단순한 상식을 성도들이 동의해 결의가 됐다. 보증금을 빼서 가정당 30만원, 개인은 20만원을 6-10개월 정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코로나 19가 종식될 때까지 ‘비대면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9월부터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새 입주자가 일찍 나타나면서 8월 말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사양은 사양한다’고 했지만 형편을 따라 재헌금 하는 성도들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10개월 정도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 결정이 왜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게 됐을까?
이 점은 나 역시 의아하다. 일단 이 소식을 개 교회에 집중해 하나의 이벤트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선 우리 성도들의 신앙, 살아온 과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연일 교회와 기독교 관련해서 부정적인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상반된 대척점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도 사양하고 했지만, 이 상황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뜻을 드러내야 한다면 이 또한 겸손히 받아들여야 겠다 싶어 이야기를 꺼내게 됐다.
최근 일반 매체에서 부산 샘터교회 안중덕 목사님과 씨앗교회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안 목사님 같은 경우 방역지침에 대한 교회의 해석을 카드뉴스처럼 만들어 게시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인용하면서 화재가 됐다.
안 목사님의 메시지가 교인들의 미안한 마음, 본심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교인들이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씨앗교회 이야기가 언론에 드러났을 땐 교회 밖 사람들이 반응했다. 교회 밖 사람들, 교회를 떠난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컸다.
연락하고 댓글 다시는 분들을 보면 교회 다니지 않는 분들의 비율이 월등히 많았다. 안중덕 목사님 이야기나 씨앗교회 이야기가 합쳐진다면 교회의 반성이 균형있게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새 성전 건축’이나 ‘확장이전’이 더 익숙하지, 점점 더 작은 공간으로 옮긴다는 것이 상당히 낯선데?
컨텍스트가 이미 바뀌었다. 교회 성장학에서도 ‘지역사회의 필요를 읽어라’를 핵심으로 잡고 있다. 건물을 유지하는 것이 교회 성장에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있다.
한국 교회는 현재 코로나 19 대유행 8개월을 맞이하면서 보증금을 까먹는 시점이 왔다. 지금까지는 선교단체, 교단, 지인들을 통해 버텨왔는데 여름을 지나면서 여력이 없어졌다고 본다.
건물을 중심으로 신앙생활 해온 것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그 때는 맞았다. 하지만 오늘이라는 사회는 상황이 바뀐 것이다.
굳이 우리 교회를 따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상상해 보는 것이다. 만약에 지금 있는 건물과 자산을 매각하고 성도들과 지역사회에 나눠준다면 지금은 모임이 힘들어지고 어렵겠지만 코로나 19가 종식됐을 때 새로운 교회 형태로 변화되어 존재하지 않을까?
변화되는 교회의 한 형태로 ‘모자이크 처치’가 있다. 자기 건물을 가진 교회가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교회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어느 정도 익숙한 개념일 것이다.
또 공간을 시간대별로 쉐어하는 시도들도 있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재정운영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주는 공간에 대한 신학적 성찰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가지고 있는 그간의 소유의식, 왜곡된 교회의 주인의식을 포기하고 교회됨을 위해 함께 연합하고 모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고 본다.  

 

김지혜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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