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의 본격화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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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9일로 예정되어 있는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 행보가 빨라지고 더불어 유력 대선 후보들에 국민들의 관심도 폭증하고 있다. 유력 대권 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 정치 이슈로 제기되고, 언론에 거의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다. 인터넷 포탈에 보도되는 여야 후보자 관련 언론 기사 역시 너무 많아 다 읽어보지도 못할 정도이다. 필자 역시 아침 저녁으로 시간으로 내어 특별히 관심 가는 기사만 골라서 읽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현재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중이고 10월이면 최종 후보가 선출된다. 국민의힘도 아직 당내에서 유력 후보가 부상하지 않았지만, 후보 경선을 이미 시작한 상황이며 경선일정상 늦어도 11월에는 최종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아직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연일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 역시 민주당에서는 누가 최종적으로 대선 후보로 선출될지, 국민의힘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야권의 대선 후보들과 후보 단일화를 이룰지 많은 관심을 갖고 대선 정국을 지켜보고 있다.
문제는 대선으로 국면이 급속히 전환되면서 국회에서의 입법 활동도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심지어 정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내용도 대선 승리를 위해 쉽게 번복되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상황은 대통령이라는 유일무이한 정치적 직위와 그 직위를 획득하기 위한 대선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다. 한국정치에서 대통령 1인이 갖게 되는 헌법적 권한 뿐만 아니라 정치를 실질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최고 권력자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대선 후보 개인의 정치적 명운 뿐만 아니라 정당과 그에 속한 정치인들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운명까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는 여당과 야당을 결정할 때 국회 의석수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어느 정당이 대통령직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대선을 승리하여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국회 의석수에 상관없이 당연히 여당이 되는 현실이다. 삼권분립이 헌법에서 보장된 정치제도에서 여당과 야당 본래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최고 권력자로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이 막강한 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기에 국민 개개인이 대선에서 누가 이겨 차기 대통령이 되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서 차기 대선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정책 연속성과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44.5%인 반면 현 정권 심판을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48.4%로 나타났다. 대선을 바라보는 시각과 여야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유권자 사이에서 거의 양분되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여야 유력 후보 간의 대선 경쟁이 심화될수록 국민의 선거와 후보에 관심도 점차 올라갈 것이다.

문제는 정당내 그리고 정당 간의 후보들의 경쟁이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신속히 논의하고 합의해야 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문제나 부동산정책 등의 경제 문제마저도 중요 정치 현안에서 뒷자리로 밀리는 양상이다. 후보들도 이러한 중요 현안에 대해서 자신들의 정치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정책적 입장이나 견해를 밝히기 보다는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손익계산을 근거로 임기 웅변식 대처가 눈에 띄고 있다. 심지어는 불과 몇달 전에 소신에 찬 정치적 입장과 정책적 견해도 스스로 뒤집는 경우도 최근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대선 정국이 모든 주요 정치적 이슈를 압도하고 정부와 정당의 모든 정책적 판단과 정치적 결정이 대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형국이다. 후보들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상대 후보에 대한 도덕성 흠집내기나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에 근거한 비방도 횡행하여 벌써부터 많은 국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대로 대선 정국이 계속해서 흘러간다면 선명한 정책을 바탕으로 후보 간의 공정한 경쟁보다는 네거티브 전략 위주로 상대 후보의 일신상의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대선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도 대선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후보 개개인에 대해 면밀히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든 아직 관망하는 입장이든 국민 개개인이 보다 높은 정치적 안목과 비판적 시각을 갖는다면 국민들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후보들 역시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민과의 소통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국민 개개인의 이익을 다각도로 고려한 정책을 각 후보 캠프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공식 후보 선출과정에서 그리고 선출 후에 후보들이 정책과 비전 제시를 위주로 한 국면으로 빠르게 대선 정국이 전환되기를 기대해 본다.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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