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또 하나의 황당스토리 ‘대통령에 감사’ 강요한 배구감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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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제32회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났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개최를 당초보다 1년 여를 미뤘다가 지난 7월21일 마지못해 치러졌다. 그러나 하계 올림픽의 개최 시기가 세계적 전염병 유행을 이유로 1년 연기된 것은 근대 올림픽 124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또한 동계와 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역사상 최초로 홀수 년도에 개최된 올림픽이었다. 

 

이번의 올림픽은 그 운영의 적자 폭도 36억조 원이 넘는다는 천문학적 숫자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은 지금 초상집이다. 그 와중에도 한국은 금 6개, 은 2개, 동 4개의 성적으로 세계 16등을 했다. 성적이야 어쨌든 대한민국은 지난 30년 이래 종합성적 10위권에서 밀려났고 대회 운영이나 출전 선수들의 정신 자세마저도 또한 흐트러지고 해이해져서 대회 전후해 큰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그보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것은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 환영식에서의 사회자가 저지른 아주 해괴한 망발이다. 

 

얘긴즉, 우리나라 배구 여제 김연경(33)에게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현재 프로배구 경기 감독관인 유애자가 한 행동 때문이었다. 국제배구연맹(FIVB) 공식 홈페이지에서 “A ONE IN A BILLION STAR(10억명 중 하나 나올 선수)”라는 호칭까지 받은 김연경은 한국 여자 배구를 9년 만에 다시 올림픽 4강에 올려놓았다. 김연경은 4강전 시합 당일 최다인 28점을 올리며 역전승을 이끌었던 선수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팀이 붕괴 상황에 닥쳤을 때마다 선수들 전원이 콘크리트처럼 똘똘 뭉쳐 위기를 넘게 만들었다. 결국 역부족으로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허벅지에 핏줄이 터질 만큼 잘 싸워준 김연경이었다. 

 

그러나 유애자 감독관은 그는 올림픽에 출전해 나름 최선을 다해 싸우고 돌아온 김연경 등 선수들에게 완전히 오물을 뒤집어 씌웠다. 지난 9일 그날 언론에 소개된 회견 풍경을 잠깐 소환해 돌려보면 이랬다. 기자회견 진행 사회를 맡은 유애자 경기 감독관(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은 김연경 선수에게 대뜸 포상금이 얼마인지를 물었다. 

 

김연경 선수는 “알고 있다”며 넘어가려고 했지만 유 감독관은 재차 “얼마요?”라고 물었다. 김연경 선수가 “6억원 아닌가요?”라고 답하자 유애자 감독관은 포상금을 지원한 한국배구연맹 조원태 총재,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 대한배구협회 오한남 회장 등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압박했다. 김연경 선수는 “많은 포상금을 주셔서 저희가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도와주셔서 지지해 주셔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배구협회, KOVO(한국배구연맹), 신한금융그룹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유 감독관은 “우리 여자배구 선수들 활약상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우리 여자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을 하시면서 격려를 해 주셨고, 특히 김연경 선수에 대해서 따로 또 국민들께 감명을 준 거에 대해서 격려를 해 주셨다”며 “그거에 대해서 답변 주셨나?”라고 물었다. 김연경 선수는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니까 앞으로 더 많은 기대와 관심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 감독관은 “기회가 왔다”며 추가 답변을 요구했다. 김연경 선수는 “했잖아요. 지금”이라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지만 유 감독관은 “네, 한 번 더”라고 재촉했다. 결국 김연경 선수가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라고 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자 유 감독관은 “그렇죠”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네티즌 세계에서는 난리가 났다. 네티즌들은 해당 기자회견에 대해 “왜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라고 강요하는 거냐” “김연경 선수에게 숟가락 올리려고 하시나? “ 등의 반응을 보였다.

 

참명색이 스포츠맨이고 멘탈이 정상이라면 그동안의 선수들에 대한 격려와 위로가 우선이어야 한다. 그에겐 왜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의 포상금 액수가 관심이었을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더구나 그렇게 포상을 많이 받게 해준 기업인들과 더불어 대통령에게까지 억지로 감사 인사까지 하라는, 그 ‘x 같은 발상’은 뭐라고 써줘야 하나? 그것도 한 번이 아니고 두 번 세 번을 일부러 지칭해서 강요를 했다? 온 나라의 카메라가 주시하는 가운데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황당 스토리다. *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손용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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