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 광복절에 ‘나라 욕보인’ 광복회장, 청와대 그리고 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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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제76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서울의 옛 서울역사에서 열렸다. 이날 광복회장인 김원웅의 발언이 현재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의 초대 내각은 독립운동가를 하나씩 제거해서 만든 친일파 내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국민은 독립운동의 연장 선상에서 친일 정권과 맞서 싸웠다, 4ㆍ19로 이승만 친일 정권을 무너뜨렸고 박정희 반민족 군사정권은 자체 붕괴됐다. 전두환 정권은 6월 항쟁에 무릎 꿇었고, 박근혜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핵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6·25전쟁 영웅인 고 백선엽 장군에 대해선 일본 육군 대신을 흠모했다면서 “그런 그가 국군의 아버지면 윤봉길 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망언을 내질렀다.    

김원웅은 원래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정당 간부로 공채 되어 3선의 국회의원까지 지낸, 반공 보수 계열에 앞장 섰던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친일 반역자’로 내몰고, 문재인 좌파 세력에 붙어 소위 총대를 거꾸로 맨 것이다. 

권력 따라 옷을 갈아입는 레밍(lemming)이 따로 없었다. 그는 “민족 배반의 대가로 형성된 친일 자산을 국고 귀속시키는 법 제정에 반대한 세력, 광복절을 폐지하고 ‘건국절’을 제정하자는 세력, 친일 교과서 만들어 자라나는 세대에 가르치자는 세력들은 대한민국 법통이 임시정부가 아니라 조선총독부에 있다고 믿는다”고 황당한 주장을 했다. 

광복절 행사는 대통령이 참석해 국민을 상대로 연설하는 정부의 공식적인 자리다. 이런 장소에서 광복회장이 70년 맥을 이어온 정통 보수 야권을 친일로 몰면서 ‘대한민국 법통이 조선총독부’라는 모욕적인 비난을 기념사로 내놓은 것이다. 이에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근본에서부터 깔아뭉개는 것이다. 국민이 동의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 “임시정부의 정통성만 내세우고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북한식 사고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논평을 통해 “궤변과 증오로 가득 찬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 내용이 사전에 정부 측과 조율된 것이라 하니, 이 정부가 광복절을 기념하고 말하고 싶은 진심이 무엇인지 헷갈린다”고 비판했다. 또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김원웅 당신 같은 사람이 저주하고 조롱할 대한민국이 아니다”라며 “당신의 지긋지긋한 ‘친일팔이’와 ‘내로남불’과 문재인 정권의 ‘이념 망상’이 뜻 깊은 광복절을 욕보이고 있다”고 SNS에 적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였다는 그의 주장과 관련해 “오히려 북한의 초대 내각을 보면 군부는 공군사령관 이활 등 일본군 출신이 주축이었고 (김일성의) 친동생 김영주를 필두로 한 내각 역시 친일파들이 수두룩했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김원웅의 기념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 측과의 조율을 거쳤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정부 부처에서 사전 녹화 전에 광복회로부터 초고를 받아 협의한 뒤 일부 내용을 수정해 확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즉 한마디로 내각과 청와대가 이런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방치하거나 동조한 셈이다. 그럼 과연 그의 주장대로 만약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민족 정통성에서 정말 궤도에서 이탈했는가? 그래서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한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가 그대로 청와대, 정부와 사전 조율됐던 것이라면…이는 보통문제가 아니다. 

알고 보니 김원웅의 모친 전월선은 독립유공자로 건국훈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 외조부의 제적 등본을 보면, ‘에모토 시마지 (江本島次)’로 전씨라는 당초 성(姓)과 이름까지 모두 ‘창씨 개명’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거기에 모친이라는 전월선도 진짜 그 어미가 아닌 다른 인물의 동명이인으로 밝혀져 가짜 독립유공자로 논란에 싸여 있는 처지다. 그러나 본인은 ‘행정 착오’라는 구차한 변명 일관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희대의 사기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러한 자의 발언을 청와대가 그대로 수용했다? 이는 ‘친일프레임’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친일팔이’로 지지 층을 집결시키려는 정치적 의도 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친일 프레임으로 밥을 먹고 살지언정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이준석이 이끄는 “국민의 힘” 야당이다. 우선은 그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사실마저도 강 건너 불구경 하며 말 한마디 대표의 공식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는 얼마 전까지 ‘30대 야당 대표’로 매스컴의 큰 각광을 받았다. 그만큼 기대도 컸다. 헌데…

작금의 김원웅과 이준석의 기도 안 차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른이든 아이든 어릴 때부터 인성 교육과 역사 교육만큼은 정말 철저히 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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