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보는 세상] ‘새로운 노무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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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보가 날아든지 꼭 10년이 됐다.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많은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참석해 노무현을 추모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3일 봉하마을을 찾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직접 그린 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권양숙 여사에게 선물하고 추도사를 읽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있게 내는 지도자의 모습이었고 그 대상에는 미국의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국익을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목소리 냈고, 물론 견해차는 있었지만, 한미 동맹에 대한 중요성,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재임 중 여러 차례의 회담을 통해 굵직한 외교 현안을 마무리해 냈다. 그런 부시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10주기를 맞아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일이다.
10주기 추도식의 주제는 ‘새로운 노무현’이다. 단순한 추모의 감정을 넘어 노무현의 새로운 가치를 되새겨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노무현 정신은 ‘통합’이다.
통합을 위해서는 지역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당선이 보장되다시피한 서울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지역주의 벽을 허물기 위해 패배가 뻔히 보이는 부산 출마를 강행했던 이유다. ‘바보 노무현’라는 소리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것도 극심한 진영간 갈등을 조금이라도 좁혀보자는 의지였던 셈이다. 작금의 한국 정치에서 통합은 가장 절실한 가치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통합의 전제가 무엇일까? 바로 용서와 화해다. 용서와 화해 없는 통합은 없다. 그런 면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추도식 불참은 참으로 아쉽다. 그만큼 여야 대립과 갈등이 심하다는 얘기다.

두 번째로 조명해야 할 가치는 ‘실용’이라고 본다.
대통령 노무현은 진보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분명히 했지만 국정운영에서 만큼은 달랐다. 그는 국익을 위한 중대 사안에선 정치적 고려없이 철저히 실용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정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 결정이다. 핵심 지지층인 진보진영과 노조가 강력히 반대했으나 국익을 생각해 정면 돌파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실용노선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보고 경험했다. ‘통합과 실용’.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서거 10주기에 가장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신념과 철학을 바꾸라는 얘기가 아니다. 잘못되고 실패한 정책은 서둘러 수정하고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합과 실용정신을 다시금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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