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한류’- <오징어 게임>…. 우리 현실을 직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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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간 ‘오징어 게임’ 관련기사들이 국내외적으로 봇물로 쏟아져 나온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너무나 광범위하다. 며칠 전 LA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의 Netflix 시리즈는 한국의 음침하고 불법적인 개인대출 산업을 언급했다면서. 드라마 속 사채업자들의 초라한 세계는 “한국의 진정한 유혹”이라고 썼다. 

 

유럽 외신들도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그중 프랑스의 대표적 시사주간지의 하나인 ‘르 뿌앵’(Le Point)은 지난 10월 12일 자에서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내용을 현지 인터넷 매체인 프랑스존 닷컴의 ‘한위클리’ 신근수 기자가 요약한 것을 일부 인용한다.

 

‘르 뿌앵’은 미국의 ‘타임’과 ‘뉴스위크’에 버금가는 유럽지역의 시사주간지다. ‘르 뿌앵’은 <오징어 게임>에 대해 전세계 90개 국에서 압도적인 ‘시청자 인기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 시리즈는 (놀랍게도) Netflix 영상물 사상 최고의 인기물로 등극하여 인기몰이로 순항 중이라고 소개했다. 

 

‘르 뿌엥’은 “과거 ‘교황 이야기’(이탈리아)나 ’루팡 이야기‘(프랑스) 등의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으나, <오징어 게임>은 차원이 다른 ‘블럭버스터’의 강자로 등극했다”면서 그 인기는 기성세대, 청소년, 초등학생까지를 강타하고 있으며 머지않은 ‘할로인 데이’에는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라고 토를 달았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소품과 연기자들에 의하여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수용소 간수들의 분홍색 의상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가 하면, 하얀 빛깔의 ‘반스(Vans-미국 제품)’ 운동화는 자그마치 7,800% 매상이 올랐다는 통계가 나왔을 정도다. 그 뿐인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탄생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얘긴즉, 드라마에서 독특한 연기로 눈길을 끌었던 여성 연기자 정호연이 ‘루이비통(Louis Vutton)의 모델로 발탁된 것이다. 이는 <오징어 게임>의 특징이 세대를 초월하는 인기몰이ㅡ특히 중.고교생, 초등학생까지 광범위한 ‘팬덤’층으로의 확대 재생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그런가 하면 SNS를 통해 모방 영상이 수없이 올라오면서 더 폭 넓은 대중에게 접근하는 기회도 만들어졌다. 이제 어떤 프랑스인도 ‘오징어 게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정도가 돼버렸다…(중략) 

 

또한 영국의 보수적 일간지인 ‘가디안’(Guardien)의 논평은 좀 더 함축적이고 직설적이다. “<오징어 게임>은 21세기의 자본주의를 직격한다. 우리 시대의 사회, 경제, 정치적 모순을 그리면서도 상업적 성공을 이룬 것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동의가 가능한 우리 시대의 거울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최근, 한 벨기에 초등학교에서 <오징어 게임>이 레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뉴스도 등장했다. 물론 <오징어 게임>은 가상의 영상물이긴 하지만 인간의 잔인성 표현에 있어 우려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소 잔인한 측면도 있지만 호기심, 재미에 덧붙여 오늘날의 현실을 역설적 발상으로 결론을 긍정적으로 끌어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파리 한위클리 / 신근수 기자>

 

이는 틀리지 않는 공평한 지적이다. <오징어 게임>은 누가 봐도 상당히 공포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많다. 이야기의 바탕 또한 마찬가지다. 이 같은 설정은 이미 중국 미국- 유럽에서까지 시도된 바가 있지만, 오리지널 한국형의 경우는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사로잡는 역할을 한다. 배경 음악도 간결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괄목할만하며 인물설정과 각본 또한 훌륭하다. 이는 시청자들이 다음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구도에 훌륭한 양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은 영상물로서는 대단한 작품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잔인한 장면과 스토리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다만 이러한 사회의 상식적 규범에서 일탈하는 문제는 보는 사람 각자의 윤리적 잣대에 맡길 도리 밖엔 없다. 

 

결론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일확천금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 빈익빈부익부, 현대사회의 잔혹함,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물질 만능사회의 비극을 풍자한다. 권력지향의 피라미드 사회 구조, 수수께기를 풀어 거액의 상금을 따낸다는 인간들의 원초적 욕망, 죽음, 생존, 돈, 경쟁, 조직 등 이야기들이 오롯이 담겨 져 있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을 무대로 벌어지는 축소판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오늘날 범 지구적인 현실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하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핵심적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보고 나면 뭔가 영 기분이 개운치 않고 뭔가 속에 체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꼭 나만의 생각일까. *

 

 

 

손용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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