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의 실상과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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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 선거가 70여일 남은 시점에서 각종 언론매체에서 대선관련 보도가 뉴스의 주요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대선 후보자와 그 배우자, 선거캠프와 정책공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기사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이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를 두고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정책, 유권자 접촉을 서두르고 있다. 후보의 말실수나 배우자의 도덕성 이슈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떤 후보가 어느 정도 앞서는지를 알려주는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는 현재의 후보 지지도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지표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도 수치는 어떤 후보자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지 궁금한 많은 유권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관심을 집중시킨다.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가십 위주의 언론기사는 제목만 보고 읽지 않지만, 여론조사는 어떤 기관에서 실시했는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주의를 집중해서 읽게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때 신뢰수준과 오차율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과학적인 여론조사에 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신뢰수준은 95%이고 오차율은 3%를 조금 넘는다. 신뢰수준이 95%라는 얘기는 똑같은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95%라는 얘기다. 이는 다른 결과가 나올 확률이 5%나 분명히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앞선 여론조사는 신뢰할 만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반대로 상대 후보가 앞선다고 발표된 조사 결과는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있거나 대상자가 제대로 선정되지 못했을 가능성을 내세워 조사 방식과 결과를 폄하하기 쉽다. 후보 지지에 대한 확고한 정치적 신념이 있는 유권자일수록 이러한 성향을 보이게 된다. 

또한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박빙을 보여 오차 범위에 있는 경우 어떤 후보가 앞선다고 말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같다고 간주해야 한다. 과학적인 여론조사의 특성을 감안하면 한 후보가 다른 후보에 1-2%, 심지어는3% 앞선다고 해서 이 차이가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은 선거가 박빙에 들어서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이 미세한 차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게 속마음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확신을 스스로 갖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접할 때 여론조사의 가변성을 고려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기법으로 진행된 여론조사라고 해도 조사 대상자들의 응답률은 높아도 20% 정도이고 낮은 경우에는 10%가 채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근의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양당 후보자의 지지도가 30%대를 유지하고 있고 다른 약세 후보도 5% 이내의 지지율을 보여주지만, 무응답층이 여전히 높다. 무응답층의 후보 선호를 기존의 데이터와 분석 기법을 동원하여 객관적으로 유추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후보 지지에 대한 선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투표 여부는 이미 결정했지만, 선거 하루나 이틀 전까지도 자신의 후보를 정하지 못한 이른바 “막판 부동층”의 향방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오차범위 내에서 두 후보가 선전하는 박빙의 선거에서 이런 막판 부동층의 표심이 사실상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 정치 무관심과 정당 혐오로 인해 선거 부동층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들 부동층은 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거나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자신의 선호를 정확히 표현하지 않거나, 기존 여론조사에서는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 투표에서는 막판에 지지 후보에 대한 “변심”으로 상대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부동층의 규모가 클수록 선거 결과가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르게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른바 “막판 표심”은 여론조사로 그 결과로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이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또는 오차범위에 근접해 지지율 차이를 보여도 그 선거 결과를 쉽게 단정짓지 못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거의 모든 뉴스 매채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나아가 일부 언론은 힐러리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지만, 결과는 트럼프가 압승했다. 선거 결과가 예측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남으로써 미국 유수의 여론조사 업계와 언론이 사실상 굴욕을 맛봤다.

 유권자의 후보 지지를 정확히 조사하여 선거의 판세를 예측하고자 하는 여론조사의 명암을 명확히 드러난 사례다.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자주 보도될수록 여론조사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유권자의 현명한 안목이 요구된다. 선거 예측에 관심을 갖는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각종 언론 매체에서 단편적으로 발표되는 한번의 조사 결과보다는 같은 조사기관에서 여러 번 조사된 지지율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거의 변화나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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