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 역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은 왔는데, 좋은 일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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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이 끝난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지난 20일 춘분(春分)을 기점으로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다. 시간만 쏜살같이 흐르는 기분…나만이 그럴까? 돌아다보니 대선이 끝나고 바로 시작된, 윤석열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하여 신. 구세력간 기싸움이 가관이다. 더하여 청와대와 민주당의 소위 ‘취임 덕(duck)’ 소금뿌리기 프레임 짜기도 장난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 진전 소식, 미국이 3년 만에 한 금리인상 등 정치 경제적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모든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들이 마치 남의 일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늘 내 바로 옆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이다. 냉정하게 보면 윤석열 당선자와 청와대의 갈등은 권력 이양 과정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것일 수 있다. 오는 5월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문 정부가 걸어간 길과 ‘차별화’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의석 172석 가진 민주당에서는 이에 대해 정치적 제동을 걸 것이다. 어쩌면 평상적으로 이뤄지는 신임 대통령과 의회 간 약 6개월 정도의 허니문 기간도 없어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부터 약 2달 후 6월에 있을 한국의 지방선거 표심 집결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그 지방선거 다음에는 내년에 있을 총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윤 당선인은 자칫 방심하면 그냥 바보가 된다. 취임 초반부터 자치단체장은 물론 의회까지 여소야대 형국으로 굳혀지면 국정 동력은 대부분 상실될 것이고, 그야말로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 국제 정세는 어떠한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은 원자재 값을 폭등시켰다. 한국의 경우, 일부 주유소에서는 리터 당 2천원이 넘었다고 한다. 기름뿐만 아니라 모든 물가도 크게 올랐다. 환율은 안전자산 선호로 유동성이 달러로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세계 경제는 미시적으로는 블록경제이지만,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기에 우리는 걸핏하면 새로운 위기를 맞곤 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0에서 0.25%p 올리기로 했다고 전한다. 미국은 코로나 발생 이후 약 3년을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을 시장에 제공해왔다. 그리고 그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소비위축이나 실업문제는 일단 해결한 것 같아 보였지만, 사실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모름지기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었다. 시장에 과잉 유동이 지속되다 보니 모든 것이 올라버렸다. 

 

그래서일까. 1월과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0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고 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몇일 전 인상된 기준금리를 발표하면서 미국 경제는 인플레를 견딜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려도 괜찮다고 밝혔다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글쎄요..라고 한다.  

 

왜냐하면 3월 초에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는 2월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 즉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2월 말부터 석유를 포함한 원자재 값의 폭발적인 상승 곡선이 이어졌는데, 문제는 2월이 원자재 값 상승분이 반영이 안 되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최고점에서 30% 정도였는데, 3월에는 지난달 수준보다는 여전히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에너지와 관련한 비용들이 3월 소비자 물가 지수에 고스란히 반영되면 CPI는 2월 발표치(7.9)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것이고, 서민 생활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듯 국제 분쟁이 일어나면, 당장 한국 안보에 직접적인 해(害)는 없을지라도 반면에 우리네 지갑 사정에는 타격이 생긴다. 앞서 말했듯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미 물기 비상이 걸린 상태다.  매일 간헐적이나마 수시로 대하면서도, 이것이 내 생활과는 멀게만 보이던 각종 뉴스가 생각보다 실생활에 굉장히 맞닿아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경제를 잘 모르는 우리 같이 한 물 간 늙다리 보통의 영감들도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니, 공연스럽게 날 먹여 살리는 처자식 눈치가 보인다. 이번 봄도 역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은 왔는데, 특히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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