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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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하였다. 총리와 장관을 비롯해 주요 내각에 대한 인선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전임 대통령과는 이념, 국정철학, 정치적 경험, 그리고 통치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신임 대통령으로서 이전과는 차별화된 국정 수행이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적 행보를 보면 언론과 많은 국민들이 염려해 왔듯이 검찰 공화국이 출범했다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대통령실의 인사를 담당하는 직책이나 다른 주요 보직에 정치 경험이 부족한 검찰 출신 인사들을 다수 임명했다. 또한 기소독점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는 검찰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심지어 검찰 권력을 통제하는 민주적 제도인 법무부 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국민들이 검찰 공화국의 출범을 우려하는 이유이다. 

 

심지어 정부 주요부처의 장관을 임명 과정을 보면 검찰 출신 인사나 대통령 측근 세력을 중용하는 면모를 보여왔다. 야당이 여전히 국회에서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여소야대의 상황을 감안하여 노무현 정부에서 마지막 총리를 역임한 한덕수 총리를 지명하여 인사문제의 정치적 해법을 찾았다.

 

사실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검증도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총리 인준을 거부하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여 결과적으로는 순조로운 인준이 가능했다. 비록 총리와 장관 인선은 원활히 마무리되었지만, 인사과정에서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자산을 사용한 셈이 되었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의 소진은 향후 펼쳐진 국정동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컨벤션 효과가 끝나면 새로운 국정 동력을 스스로 찾아서 활용해야 한다.

 

모든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다. 정치적 자산은 측정할 수는 없는 무형의 자산이지만, 개인이 본래 갖고 있는 동원가능한 자원이나 권력인 셈이다. 이 정치적 자산을 활용하여 대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소신있게 밀어붙일 수도 있고, 중요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특히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운영자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을 이용하여 지지자를 동원하거나, 정치 개혁을 주도하고 또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인물을 주요 직책에 임명하기 위해 대통령이 정치적 자산을 이용하게 되면 다음에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면 대통령의 임명권자로서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이치와 같다.

 

정치적 자산이 정치 상황과 여건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한정된 자산이라는 것이다. 조금씩 쓰다가 다 쓰고나면 더 이상은 활용할 정치적 자산이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필요한 정치나 정책적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하여 최대한 정치적 자산을 보존해야 한다.

 

물론 정치적 자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이 원활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면 대선과 취임식이라는 컨벤션 효과와 더불어 국민들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되어 많은 정치적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더우기 여론과 야당이 취임 초기에 신임 대통령에게 인사문제나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가능하다면 비판을 자제하고 호의적인 태도르 보이는 허니문 효과도 취임 이후 길어야 100일을 넘지 못한다. 컨벤션 효과와 허니문 효과가 끝나기 전에 신임 대통령 스스로 새로운 국정 동력을 찾아서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검사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정부와 국민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스스로의 정치적 운명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판단력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적 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활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의 성패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서 본인의 정치적 운명도 결정될 것이다. 한국 정치가 대중주의나 인기 영합주의에 의존한지 오래다. 선거라는 정치적인 정치 행사로 인해 정당이나 유력 정치지도자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보여주기식이나 인기몰이 위주의 정책과 정치적 행보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변화된 정책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바란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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