벧엘로 가다 (1): 피스갓트 제에브 (Pisgat Ze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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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턴 북쪽으로 올라간다. 가는 길 끝에는 벧엘이 있다. 벧엘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장소에 들린 이야기를 먼저 하자. 예루살렘 도심을 지나면서 족장로에 들어서니, ‘피스갓트 제에브’(Pisgat Zeev)라는 도로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관한 이야기는 앞서 했다. 반복이 되겠지만 무슨 상관이랴. 독서백편 의자현이라 했다.

원래 ‘피스가’는 우리가 잘 아는 단어다. 모세가 세상을 떠날 때 올랐던 산 이름이 ‘피스가’였다. 문제는 이게 느보산과 다른 또 어떤 산의 이름이 아니란 거다. 실제로 ‘피스가’(비스가)는 ‘산 꼭대기’ 또는 ‘정상’이라는 뜻을 지닌 일반 명사에 지나지 않는다. 모세가 마지막으로 등산했던 곳은 비스가산이 아니라, 느보산의 꼭대기였다고 해야 옳다.

‘피스갓트 제에브’는 직역하자면, ‘늑대의 언덕’ 또는 ‘산’이라는 뜻이다. 창세기 49장을 보면, 야곱이 후손을 축복하면서 베냐민을 “물어뜯는 이리”로 표현했다. 그후로 베냐민 지파의 상징은 늑대다. 동네 이름이 이리 붙었단 건, 이곳이 아주 옛날에 베냐민 지파가 살던 땅이란 의미다.

성경의 베냐민 지파는 대단히 강했다. 숫자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무력이나 기질이 장난 아니었다.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사사기 20장을 보면, 베냐민 지파가 살던 기브아에서 레위인 하나가 봉변을 당했다. 불량배들이 그의 첩을 성폭행했다. 여자는 죽었고, 분개한 레위인이 이스라엘 온 지파에게 기별했다. 이른 바 필리스 트리블(Phyllis Trible) 이 언급한 공포의 본문(Text of Horror)에 해당하는 사건이 생겼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내전이 벌어졌는데, 마지막에는 어쩔 수 없이 베냐민이 졌지만 처음 두 번의 전투에서는 조그마한 베냐민이 11 지파와 싸워서 이겼다. 이건 아주 엄청난 일이었다. 이걸 보면, ‘늑대’라는 별명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땅 분배로만 보면, 베냐민 지파는 북쪽의 센 지파인 에브라임과 남쪽의 강자 유다 사이에 끼었다. 두 센 지파 사이에서 지리적으로 완충역할을 하는 게 베냐민이었다. 실제로 베냐민은 당시 상황에서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서 두 지파 사이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건 베냐민이 강단이 있어서 중재자의 역할을 잘 했다는 점이다. 중재니 뭐니 하는 것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힘이 없으면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다. 베냐민이 힘이 있었단 건, 그 지파에서 이스라엘의 초대 왕인 사울이 나왔다는 사실을 보면 안다.

정치적인 논리로만 보면, 두 지파가 서로 왕을 내겠다고 할 순 없었을 거다. 유다가 왕을 세우겠다고 하면 에브라임이 가만있지 않았을 거고, 반대 상황이라면 유다가 실력행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둘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했고, 베냐민이 중재하다 어부리지로 왕을 가져갔다. 물론 나중에 유다지파가 왕 자리를 가져갔지만, 작은 지파인 베냐민이 보여준 능력은 컸다.

이걸 단순히 정치상황으로만 해석한다면 그건 겉으로 드러난 역사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하나님이 움직이신다고 생각한다. 실제 상황에서 이런 인간의 암투가 벌어진 것이라면, 하나님은 그걸 요리하셨다. 하나님과 역사를 섞어서 보면, 그분이 역사에 개입하신 것이 눈에 들어온다. 사울이 잘했으면 그대로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실패했다. 아직 제대로 가나안에 정착하지 않은 이스라엘의 상황에서 왕의 실각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었다. 하나님은 다윗을 세워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셨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큰 위협인 불레셋을 물리친 왕은 다윗이 거의 유일했다고 보면, 하나님의 생각을 읽는게 가능하다. 다윗이 온갖 험한 일 끝에 왕이 된 것은 그분이 뒤에서 일하셨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을 자로 잰듯이 정확하게 들여다 보시고, 다윗 왕조를 세우신 하나님의 계획은 정말 놀랍다.

피스갓트 제에브를 지나면서 하나님이 역사 속에 쌓으신 벽돌을 본다. 그건 아주 단단했고, 사람의 조브라운 지혜로 깨뜨리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하나님은 역사를 쌓으신다. 인간은 켜켜이 쌓인 벽돌에 섞여서 숨쉰다. 그걸 알아채지 못하면, 벽돌이 인간을 누른다. 이런 역사를 잘 알면 다윗처럼 왕도 되고 그런다. 혹시 누가 아는가. 모든 사람의 고생도 결국은 쌓인 벽돌의 한부분 아니겠는가?*

 

기독교에 관한 문의 또는 신앙 상담 문의는 214-714-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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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권
조이풀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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