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에서 썸바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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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만목사의 선교이야기(3)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것을 안다고 간증한 40대 중반의 여인
“빠게 문?” 하며 문이 없는 집 마당으로 들어서니 몸집이 제법 퉁퉁한 중년 여인이 부엌에서 나오면서 우리를 들어오라고 맞이했습니다. 거친 콘크리트 바닥에 플라스틱 의자를 내주면서 앉으라고 권했습니다. 그분에게 정확한 나이는 묻지 않았지만 40대 중반으로 보였습니다. 현재 교회는 다니지 않고 있지만 결혼할 때만 해도 교회를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혼 생활 하면서 남편에게 홀대를 당하기 시작했고 교회도, 하나님도 멀어졌다고 했습니다. 아이티에서는 생존을 위해서 결혼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어떤 중년 아주머니가 네 자식을 두었는데 아버지가 다 다르답니다. 최근 큰 딸이 임신을 했는데 엄마가 또 다른 남자에게 임신을 해서 엄마와 딸이 같이 배가 불러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도하러 간 그분은 꿈을 안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 결혼이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불행하게 만들었다면서 하루 속히 남편이 정신을 차리고 하나님 앞에 돌아오기를 인내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그 모습이 가련하면서도 장해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분은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시는 것을 안다면서 이런 간증을 하였습니다.

몇 년 전에 배가 산더미처럼 불러오는데 화장실을 갈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좋은 병원을 소개받고 쿠바까지 갔는데도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배가 터질 것같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수 믿는 이웃 아줌마가 난데 없이 당신을 꿈에 보았는데 흰 옷을 입은 분이 나타나 당신이 하나님 앞에 돌아와야 낫는다는 말을 했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자신도 꿈 속에서 흰 옷을 입은 분이 나타나 자기에게 플라스틱 버킷을 주면서 그 위에 앉아 힘을 주라고 하여 힘을 주었더니 문제가 해결되었는데 그만 꿈이었습니다. 잠에서 깨고 보니 침상이 온통 배설물로 엉망진창이 되었으며 그 뒤로 깨끗이 치료가 되는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은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아는데 삶이 이렇게 힘들어 아직도 교회에 못 나가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교회에 다닌다고 갑자기 악인이 선인이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 다 선인도 아닐 것입니다. 진정 믿음이 있는 자는 자신에게 선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 그래서 남의 허물에 쉽게 돌을 던지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요. 우리는 그분의 간증에 감사를 표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해주고 기도해 줄 것을 원하여 함께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과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로부터 평안과 믿음을 겸한 사랑이 형제들에게 있을지어다”(엡 6:23).
두 여자 친구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한 청년의 꿈
벽과 지붕은 덮여있지만 아직 문도 달려있지 않은 집에 찾아갔습니다. 영락없이 공사중인 집인데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빠게 문?” 그러자 안에서 멀쩡하게 생긴 20대 청년이 아래만 수건으로 가리고 나왔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 다시 들어가 옷을 입고 나왔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이 청년은 다른 도시에서 이곳으로 이사온지 얼마 안되었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공사중인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띠엔 목사님이 그 청년이 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일을 잘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그 일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면서 한 가지 기도 제목을 어렵게 말했습니다. 현재 두 여자가 자기를 좋아하고 있어서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이 문제가 정리되어야 결혼할 수 있는데, 한 사람도 자기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어렵다고 기도해달라고 하였습니다. 허허, 여자의 마음을 누가 흔들어 놓고 그 여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우리가 헤어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그렇지만 그 청년과 그 여자들에게는 인생이 달려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 힘들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이띠엔 목사님은 다음 주에 교회에 나와서 더 이야기할 것을 약속하고 같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준비해간 선물 꾸러미를 건네주었습니다.
노바디(Nobody)에서 썸바디(Somebody)로의 광야행군
마을 축호전도를 마치고 정한 시간에 교회로 돌아오면서 이띠엔 목사님과 저는 서로 더 가까워지고 서로에게 좀 더 마음이 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니 교회집회에서 만난 것보다 아이티 사람들에 대해서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소감을 제가 얘기했습니다. 이띠엔 목사님은 아이티 사람들은 정말 순박하고 좋은 사람들이라면서 여기는 신흥개발지역이라서 좀 각박하며 서로 모르지만 시골로 가면 갈수록 그렇지 않다고 가보면 정말 놀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저는 어제 집회 중 찬양에 많은 은혜와 감동 받은 얘기를 했습니다. 특히 이띠엔 목사님이 강사목사님의 설교 후에 스스럼 없이 허밍과 가사로 찬양할 때 더 많은 감동을 받은 얘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띠엔 목사님은 “그것은 우리가 마음으로 찬양하기 때문이죠”라고 하면서 독백과 같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희 조상들은 노예였고 저희는 노예의 후손들로 살아왔습니다. 저희 조상들은 사람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온갖 나쁜 일들을 다 당했고 그 속에서 아무 것도 아닌 존재(Nobody)로 살아야 했습니다. 분명히 사람인데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Nobody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첫째는 부두교(영혼교)입니다. 우리도 영혼이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주고 영혼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것이 부두교였습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과 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어디서도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였는데 부두교 의식과 삶에서는 그것이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과 그 영혼교 신앙 안에서 우리는 엄연히 영혼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티에 부두교가 성행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선교사들로부터 성경을 배우게 되자 부두교의 신이 십자가와 부활의 예수 그리스도와 충돌하는 우상신인 것을 깨닫고 아이티 사람들 중에 크리스천이 많이 생기게 되었고, 계속 그렇게 되도록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둘째는 찬양입니다. 우리는 찬양을 마음으로 합니다. 정말 마음으로 합니다. 마음으로 찬양 할 때 우리는 영혼을 느낍니다. 영혼의 세계를 알 수 있습니다. 찬양을 할 때 소망을 품게 되고 찬양할 때 우리는 성령의 위로와 능력을 받습니다. 찬양하면서 우리는 Nobody에서 Somebody가 된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찬양은 우리가 Somebody인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동시에 찬양은 기도입니다. 이제 당연히 하나님의 말씀을 더 많이 배워야 할 때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목회현장에서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백같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가 내 마음 속에 새겨지듯이 파고 들었습니다. 분명히 썸바디인데 노바디 또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할 때 영혼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노바디 취급을 한 그 썸바디는 도대체 어떤 DNA를 가진 인간이란 말인가. 인간의 악독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역시 나 자신이 결코 선하지 않음을 깨달은 때였습니다. 내 안에 살아 있는 죄악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외에는 해결할 길이 없음을 알았을 때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었습니다.
수많은 아이티의 백성들이 결코 Nobody가 아닌데 오랜 세월 Nobody 취급을 당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예수 안에서 Somebody인 것을 알았습니다. Nobody로 학대를 당할 때 생긴 상처와 고통의 사슬을 끊고 Someone special, 아니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주신 분께 진정 감사하여 찬양하며 거룩한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생명과 빛을 파괴하는 좀비들의 행진과는 극명히 정반대 모습입니다. 좀비들은 자신들의 사망과 흑암 세계로 끌어들일 때까지 물어뜯고 또 물어뜯는 일을 쉬지 않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흑암 속으로의 행진이 아니라 빛으로의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저음으로 무겁게, 동시에 고음으로 간절하게 부르는 찬양을 따라 모든 백성들이 참여하는 Somebody의 기쁨 넘치는 행진이 계속되고 더욱 거대해지기를 바라며 두 손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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