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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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 캄보디아와 베트남 단기 선교지 방문을 다녀왔습니다. 늦게 신학교를 졸업하고 프놈펜에 선교사로 가셔서 학생들을 기숙시키며 사역을 하시는 선교사님을 방문하고 또 그 이웃 나라에서는 신학교 강의 요청이 있어서 가게 되었습니다. 프놈펜에서는 막 예수믿고 신앙이 자라가는 학생들을 보며 복음의 새로운 활기를 느낄 수 있었고, 또한 저녁시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할 때 갈급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캄보디아는 가난하지만 복음을 받는 영적 갈급함이 있어서 신선하였습니다.
선교사님이 손님 대접을 하신다고 저를 킬링필드에 안내하셨습니다. 대학시절에 멀리서 일어나는 비극을 듣기만 했던 그 현장에 서 있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Killing Field라는 영화가 소개하였듯이 1975-79년도에 캄보디아를 통치를 했던 크메르 루즈의 폴포트 사회주의 정권, 백성을 무민화하기 위해 의사, 교수, 변호사, 학교 교사 등 지식인과 그들의 자녀까지 약 2백만 명을 살해하였습니다. 기념관에 보관되어 있는 해골을 보면 머리에 예리한 구멍이 나있는 것들이 종종 있습니다. 총 대신 송곳이나 칼로 두개골을 찔러서 죽였던 흔적입니다. 갓난 아이들의 옷과 해골도 있습니다. 이념 때문에 동족을 무참히 살해한 현장을 보면서 비통한 심정을 가라앉히기 어려웠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악해질 수도 있구나! 어쩌면 6.25때 우리도 비슷하게 동족상잔의 경험을 이미 한 것입니다.
이 결과로 일어난 두 가지 역사적 비극을 보았습니다. 하나는 캄보디아에 교육자들이 없어서 교육이 한 세대 단절이 된 것입니다. Lost Generation이 생긴 것입니다. 지금도 어느 중고교에서는 교사가 부족하고 대우도 열악하여 파트타임으로 가르친다고 합니다.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해 영어 수학, 심지어 국어까지 한 두 단계 결핍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도중에 학업의 열정을 잃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언제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 폴포트 정권의 지도자들은 자기 동족에게 그렇게 우매하고 악한 짓을 하였을까?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비극은 그들의 다음 세대인 현재의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그것에 대한 역사의식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못한 것입니다. 캄보디아 학생들 스스로는 킬링필드를 거의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떤 경우 가해자 조상/부모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경우 피해자 조상/부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그들이 그 문제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는 채 가족 이야기를 서로 나눕니다. 실제로 그때의 현장을 보지 못하였으므로 서로 원한이나 유감도 겉으로 표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중 한 고3 여학생이 자기 나라의 비극을 애통해 하면서 역사를 바로 정리하려는 각오를 보고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학생은 고교시절 자기 나라 역사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홀로 킬링필드를 두 번이나 방문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기독교인이라 애국심이 더 있어서 그렇기도 할 것입니다. 캄보디아 북쪽 시골에서 자랐지만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프놈펜에 있으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최고 명문인 왕립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할 수 있으면 그 후에 한국이나 미국 유학도 하고 싶다고 하는 꿈 많은 소녀입니다. 스마트폰 앱에서 영어 문법을 공부하는 이 자매는 푸릇푸릇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강하고 선한 동기가 있으니 하나님이 인도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매를 위해 간절히 축복기도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과 두 번 성경공부를 하면서 만일 캄보디아가 먼저 복음을 받아들였으면 킬링필드의 비극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씀을 전했고 이들도 공감하였습니다. 예수님의 보혈의 피는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평화를 가져오게 하기 때문입니다.
프놈펜에서 비행기로도 갈 수 있지만 선교지 현장을 더 보고 싶어서 버스 편으로 베트남 호치민까지 이동하였습니다. 마침 한국 기업인 금호고속이 있었습니다. 약 6시간 반 걸린 이 여정을 통해 캄보디아 시골 모습도 보고 베트남 국경을 넘어서면서 포장이 잘 된 도로에서 두 나라의 경제력 차이도 느껴보았습니다. 그리고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불고 있는 한류의 열풍도 새롭게 목격하였습니다. 후배가 운영하는 조그만 한국어 학원에 약 700명이 등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누구나 한국어 교사가 될 수 있으니 선교적인 면에서도 귀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열어주신 기회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필자가 지금 달라스에서 UTD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기회를 갖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새삼스럽게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주 UTD한국어 개강에 약 50명이 등록을 하였습니다. 크리스챤 대학생들이 와서 교사로 도우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캄보디아와 베트남에서는 미국 대학생들이 약 1년만 인턴쉽 과정으로 와서 영어를 가르쳐달라는 요청도 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이런 학생들도 만나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선교사님 요청으로 갑자기 가게 된 선교지 방문에 기도와 물질로 후원해주신 분들께 주 안에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인도차이나 선교지 방문을 처음 허락하시고 선교현장에 많은 필요들을 보여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기독교에 관한 문의 또는 신앙 상담 문의는 469-279-3746 (글로리침례교회)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김상진
글로리 침례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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