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섯. 사마리아와 세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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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복잡한 길을 북으로 계속 달려서 사마리아로 간다. 자치구역에 있는 길은 좁은 건 둘째 치고, 어디서 언제 차가 들이댈지 몰라서 긴장해야 한다. 20년 전이던가, ‘광산’이란 중국 동네에 갔을 때랑 거의 흡사했다. 포장이 안된 것만 다를 뿐, 전후좌우에서 언제 뭐가 들이 닥칠지 몰랐던 건 거의 똑 같다. 조금 편히 운전하자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목적하는 곳이 너무 멀어진다. 하는 수 없이, 나도 현지 적응을 해야만 했다. 어떻게 했는진 묻지 말아달라. 그냥 거기 가서 해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사마리아는 무지하게 익숙한 이름이다. 구약과 연결해서 생각하면,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넓은 지역을 일컫는 명칭으로 쓰인다. 이스라엘 전체를 둘로 나누면, 남쪽을 유다 산지 그리고 북쪽을 사마리아 산지라고 부른다. 그러니 이스라엘 북부를 일컬어 사마리아라고 불러도 크게 모자람이 없다. 이 지역은 그야말로 북왕국을 대표하는 곳인 동시에, 나라를 지칭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신약 시대에도 넓은 의미로 사마리아가 언급되었다. 헤롯대왕은 사마리아 이곳저곳에 뭘 많이 지어 놓았다. 그래서 생긴 유적이 지금도 곳곳에 흩어져있다. 헤롯이 깐깐한 남부 유대 지도자들의 반대가 싫은 나머지, 조금 만만한 북쪽에 건축물을 여러 개 세운 탓이다. 예수님도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내려오실 때, 이곳을 지나셨다.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다.

한편, 조금 범위를 좁혀서 생각하면, 사마리아는 북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를 의미한다. 워낙 쿠데타가 심해서 빈번하게 왕조가 바뀐 북이스라엘에서도, 오므리 왕조는 족적이 뚜렷하다. 왕조를 세운 오므리가 수도를 디르싸(Tirzah)에서 사마리아로 옮겼다. 오므리는 쉐메르(שֶׁמֶר)라는 사람에게서 은 두 달란트를 주고 이곳을 사서 도시를 세웠다. 은 두 달란트가 지금 얼만지 묻는 사람이 많다. 달란트는 원래 무게의 단위인데, 여러 설이 있지만 보통 오늘 날의 무게로 한 34 kg 정도 될 거란다. 그러면 은이 이런 정도면 값이 얼마일까? 오늘 날의 화폐 가치로 환산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다. 지금과 삼천 년 전을 견주어서 귀금속의 가치가 같다고 생각하면야 환산도 가능하겠지만, 그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옳다. 그런 계산보다는 그저 오므리가 꽤 돈을 주고 샀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어떨까?

오므리가 사마리아를 산 게 주전 10세기 중간 쯤으로 보인다. 사마리아라는 명칭은 이전 땅주인인 쉐메르(שֶׁמֶר)의 이름에서 따왔다. 한번 그리 불린 다음부터 중간에 변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지파 구획으로 보면, 이곳은 므낫세 지파의 땅에 속해 있었다. 수도를 가리키는 좁은 의미로 생각한다 해도, 흔히 사마리아는 전체 북왕국의 머리로 취급되었을만큼 중요한 도시였다.

차를 텔 사마리아 주차장에 세웠다. 뭔가 옛날 냄새가 물씬 나는 커다란 건물 유적이 주차장 전면에 보인다. 물어보니, 로마시대에 지은 포럼(Forum)이란다. 바실리카 양식의 열주가 주욱 늘어섰다. 정박사님이 열주가 있다고 해서 기둥이 열 갠 줄 알고 숫자를 세고 있는데, 그 뜻이 아니란다. 열주는 그냥 저렇게 생겨먹은 기둥을 뜻하는 말이란다. 하긴 열주(列柱)는 문자적으로 줄지어 선 기둥을 말하니, 저것도 열주로 부르는게 타당했다. 무식은 숨어있다가 이럴 때 갑자기 겉으로 터져나온다. 막을 도리가 없다.

정박사님이 안내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아랍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겉으로는 허름해 보였지만 안은 상당히 넓었다. 주인은 나처럼 머리 숱이 별반 없고, 배가 나온 인상 좋은 사람이었다. 이스라엘에서 흔히 먹는 야채 샐러드에 무슨 드레싱인지 넣었는데, 맛이 아주 독특했다. 거기다 희한하게 요리한 닭이며, 아랍식 피자 그리고 또 후무스(hummus)도 여러 종류가 나왔다. 성찬이었고, 고프던 배를 채우기에 아주 충분했다. 더구나 주인이 정박사님을 친구라고 부르며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어쩌지 못하고 감사를 표하고는 거길 나왔다. 그날은 어째 뭐든지 무사통과였다.

기독교에 관한 문의 또는 신앙 상담 문의는 214-714-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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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권
조이풀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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