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독 속의 게’로 자멸(自滅)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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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俗談)에 ‘독 속의 게’라는 말이 있다. 말인즉, 독 속에 게를 풀어놓으면 먼저 밖으로 기어 나오려고 서로 물고 늘어져 발버둥 치다가 결국 한 마리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다 죽는다는 얘기다. 한국인의 가장 나쁜 습성을 지적한 뼈아픈 풍자였다. 영국 속담엔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밥을 사라’고 했는데, 한국인들은 천성적인 DNA 탓인지 대체로 그러지 못하다. 혹시라도 누가 돈을 벌거나 소위 ‘한자리’ 하면 우선 사촌이 땅을 산 듯 배가 아프다. 경우야 어쨌건 성공의 절차와 과정을 배울 줄 모른다. 공연히 샘내고 모함과 비방도 서슴지 않는다. 요즘의 자유한국당이 딱 그 짝이다. 광화문 집회의 진짜 민심의 핵심을 모른다…기 보다는 그것을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 때는 해외 동포사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한동안에는 시중에 회자되던 얘기가 있다. 즉, 한국인은 한 명이 이민 오면 열 명이 달려들어서 벗겨 먹는다는 것. 그리고 그 털린 사람은 어쩔 수없이 본인도 훗날 가해자로 변해서 또 다른 한국인이 오면 이번에는 11명이 달려들어 함께 벗긴다고 했다. 결국 이민자들은 드림랜드를 꿈꾸고 왔다가 가정이 풍비박산 나거나 절반 정도는 이혼 또는 자살로 이어졌다는 풍문들은 전혀 거짓말만은 아니었다. 반면 중국인이나 인도인들은 어떨까? 전혀 한국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들은 1명이 봇짐 들고 공항에 내리면 먼저 뿌리내린 동족 10명이 십시일반으로 도와 가게를 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번에 다른 동족 이민자가 들어오면 이번에는 그들 11명이 도와서 함께 자리 잡게 도와준다고 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끼리 서로 싸우다 이민족 지배를 받은 쓰라린 경험이 어디 한 두 번인가? 이유여하, 그렇게 당한 것은 공생(共生)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서로 싸우다 이웃집 깡패 밥이 되기보다는 함께 힘을 합쳐야만 적을 이길 것 아닌가. 환난(患難)을 막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는 지혜가 모자라서였다. 왜 그럴까? 이는 우선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혜안(慧眼)을 갖지 못한 탓이다. 그 동안 세상을 방관하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었던 소위 사이비 보수 ‘먹물’들이 지배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혹 나라에 문제가 생길 땐 늘 ‘국민 팔이로’ 변신해 행동보다는 입 부조 만을 일삼았다. 그 사이 좌파들이 전광석화로 나라를 접수했고, 정체(政體)를 바꾸기 위해 지난 2년 반을 칼을 갈고 세상을 뒤집어놓고 있다.





문재인 정권 2년 반 동안의 총체적 실정(失政)은 이미 알려진 바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문통과 집권 민주당은 안보 경제 교육 노동 등 모든 분야에서 그야말로 참담한 실패를 거듭했다. 겸허한 자기 성찰은커녕 후안무치한 자화자찬으로 국민적 분노를 키우고 있을 뿐이다. 이 또한 ‘한국인적 속성’이다. 불통의 문재인 집단은 민노총, 전교조 세력 등 고정 지지층을 등에 업고 민심 이반의 강풍을 결사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문재인의 실정을 제대로 못 받아 침으로써 정권 탈환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들은 오히려 이런 절호의 찬스를 정치적으로 효율화하지 못하고 ‘내부총질‘과 서로 잘난척한 쌈질로 국민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여당의 실정에 빌붙어 반사이익만 챙기려 할 뿐 정국을 주도할 헤게모니를 쥘 능력을 상실한 모양새다. 모처럼의 굴러온 호박을 제때 따먹지 못하는 정당은 정당이라 할 수 없다. 그냥 정상배(政商輩) 수준의 ‘패거리’일 뿐이다. 근간의 민심은 조국(曺國) 사태 이후 분명 정부·여당을 떠나갔지만, 그렇다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대안으로 선호하기 보다는 되레 기피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부동(不動)의 비(非)호감 정당 1위로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여론조사의 ‘조작’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사실일 뿐이다.





역사를 보면, 근세 중국의 지식계급들의 행태도 그와 같았다고 한다. 은 나라가 줄줄이 망해가는 것을 보고도 대다수가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것을 보고 사상가 양계초(梁啓超)는 그의 문집 <음빙실(飮氷室)>에서 ‘방관하는 지식계급’을 여섯 부류로 구분해서 ‘방관자를 꾸짖노라’라고 일갈했다고 전한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혼돈파(混沌派) : '배운 무식꾼(the leaned ignorant)'의 무리. 할 일이 뭔지 모르고 끓기 직전의 냄비 물에서 봄날의 따스함을 느끼는, 세상 물정 모르는 단세포 형. / 위아파(爲我派) : 벼락이 떨어져도, 나라가 망해도 나만 살면 된다는 손익계산만 밝히는 먹물들. / 오호파(嗚呼派) : 한탄과 한숨 만 쉬고 말로 모든 일을 한다. 행동, 추진력, 용기가 부족한 나약한 지식인. / 소매파(笑罵派) : 남의 등 뒤에서 냉소, 욕설, 비평만 하는 자들. 대안 없는 비판,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일삼는 놀부 형 인간. / 포기파(抛棄派) : 자포자기 하며 자기는 아무 것도 못하고 남에게만 기대를 건다. ‘내가 안 나서도 누군가가 하겠지’라고 변방을 맴도는 부류. / 대시파(待時派) : 항상 때가 안 됐다고 이유를 대며 피해 다니는 가장 간교한 위선자형 집단.





곧 나라가 망해가는 데, 늘 나라 걱정(?)이 입에 발린 언필칭 보수 우파 정치꾼들은 지금 뭘 하고 계신가? 그냥 입 부조와 내부 분열만으로 여전히 앞의 여섯 부류처럼 방관자로 살 것인가? 허나…어떤 부류든 세상이 바뀌면 어차피 살아남지 못한다. 곧 ‘지소미야’가 종결되면, 미국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동맹국 배신에 따른 어떤 형태의 보복이든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나라 운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차라리 죽을 거라면 죄 뱃지를 떼어라. 많은 애국 국민들과 함께 분연히 일어나 우선 나라부터 구해놓고, 그리고 다시 목숨을 구해라. 그래야 남은 가족들이라도 제대로 살 것 아닌가. *





손용상 논설위원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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