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과 충분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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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소아조로증 홍원기 군의 아버지 홍성원 목사 <2> 

 

홍원기 아빠 홍성원 목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까?”를 질문하며 하나님 앞에 나아갔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순간 원기와 가장 행복하게 살아갈까?”를 생각한다.
그래서 원기가 정말 좋아하는 ‘가면라이더’ 놀이를 함께 하고, 스파이더맨도 만나고 ‘욘니와 치애’ 채널을 통해 그들의 즐거운 일상을 담기도 한다. 또 하나님께서 원기를 통해 만나게 해주신 친구들을 도우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 원기가 콜롬비아 친구 미겔을 만났다고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좀 들려준다면?

소아조로증 재단에서 검사받기 위해 보스턴에 갔을 때 똑같은 병을 가진 콜럼비아 친구 미겔을 사귀게 됐다.
착한 공유 ‘쉐어앤케어’ 대표가 ‘나의 새끼손가락 아들’(루아크)을 읽고 원기를 돕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미겔을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 금융그룹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기금이 모아져 미겔을 초청해 20일 동안 한국을 구경시켜줬다. 당시 미겔의 엄마 마그다가 한국에 가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한국은 전쟁이 날 지도 몰라서 위험하다고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용감하게 와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 아시아 프로제리아 비영리기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던데?

원기를 위해서 살다가 원기 같은 아이를 초청해서 교제하며 소아조로증인 ‘프로제리아 신드롬’이 정보도 없고 치료법도 없다는 점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됐고, 전세계에 몇 명 되지 않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어 정보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시아 프로제리아 NGO를 설립했다.
콜롬비아가 너무 멀다보니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까지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다. 가까운 아시아에서 찾아보자고 하던 차에 필리핀에 있는 소아조로증 아이들과 연락이 닿았다.
남매가 걸린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그 집은 남매 둘 다 소아조로증을 앓고 있었다. 그 집 부모들은 소아조로증 재단을 맹신하고 계속 그 약을 먹이고 있었다. 
이 병의 이름은 ‘성급하게 오래된’, 즉 빠른 노화를 뜻하는 그리스어 ‘프로제리아’에서 왔는데, 프로제리아 신드롬은 골수에서 ‘프로제린’이라는 독성물질이 나와 몸을 공격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보스턴 소아조로증 치료재단에서 준 약은 바로 골수암 치료제로 만들었다가 실패한 약인데, 인위적으로 프로제린이 나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약이 너무 강해서 프로제린은 막을지 몰라도 부작용이 너무 커서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 미겔은 재단에서 준 약을 지속적으로 먹었는데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결국 원기는 포기했지만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먹고 있다.

◈ 한 번 더 미겔을 만났다고 들었는데, 미겔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미겔은 훨씬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데,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다시 깨닫는 것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몰입되어 하나님께서 나한테만 고난을 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보다 훨씬 더 큰 고난을 겪으면서도 그것을 고난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웃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서 지금까지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살았음을 깨닫게 됐다.
나중에 하나님께서 “네가 네 자식 말고 누구를 사랑했냐?”고 물으시면 “그래도 제가 미겔을 도왔잖아요”라는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가끔씩 생각한다.
매일같이 미겔을 위해서 기도하는 이유 중 하나이고, 내가 우월한 입장에서 동정하며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감하며, 연민을 느끼는 마음으로 그 아이를 돕고 있다. 
미겔을 도와주고 싶어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는데, 원기가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지방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의사분이 원기의 뉴스를 보고 도움을 주셔서 미겔도 같이 받을 수 있게 했다.
미겔의 엄마를 통해 지방 줄기세포 치료를 했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미겔의 엄마가 “이런 걸 도와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많이 감사해했고, ‘하필’ 도와준 사람이 목사라 카톨릭에서 개신교로 개종하고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해서 작년에 미겔과 미겔 엄마가 세례를 받았다.
한 번 더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은데, 코로나 19로 미겔이 한국에 올 수 없는 상황이다. 함께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다.

◈ 원기의 이야기가 알려지고 종종 강연도 한다고 들었다.

원기가 세상에 알려지만서 CBS 기독교 방송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강연도 하고, 책도 출판하고, 미션스쿨이나 교회 집회, 어머니 기도회에서 설교할 기회가 있었다.
어머니 기도회에 가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면,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게 해달라는 지혜를 구하라고 말한다.
하나님께서 아이들 각자에게 주신 재능은 발견하지도 못하고, 주시지도 않은 공부 잘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자녀가 하나님이 주신 재능을 발견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아들 원기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6월 말에 원기를 위해서 또 한 번 지방을 주기로 했다. 원기 손을 잡고 시간을 보냈던 순간, 삶의 모든 순간을 공유하며 어떻게든 하루라도 더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원기가 잘 때 방에 들어가서 아들 자는 모습을 늘 본다. 아들을 보면 살아가는 것도, 죽음이라는 것도, 삶과 죽음을 동시에 느낀다. 그때마다 ‘열심히 살자’, ‘힘내서 살자’ 다짐하고 이 시간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 것인가 항상 고민한다.
자녀에게 기대하는 것은 비전이나 성공 이런 것이 아니다. 자는 원기를 보며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너는 너의 인생을 살아라. 네가 행복한 거 해라, 네가 즐거워하는 것, 네가 신나게 웃는 것, 그거 해라.”
사랑하는 아이들이 그런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원기가 오랫동안 행복해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고 도와줄 것이다.
 
김지혜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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