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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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자기파멸적 정치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보다 책임있는 정책과 정치적 결정을 바탕으로 대선 국면에서도 미국 사회를 화합의 길로 이끌어야 하는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항의 시위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인종주의적 정치 성향이나 납북전쟁시 사용된 남부연합의 깃발을 옹호하는 발언에서 보여지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념 갈등을 고조시켜 강건 보수세력 중심의 지지층 결집을 선거 캠페인의 기조를 삼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 행위로 인해 상당수 온건 보수층조차도 트럼프 지지 대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미국내 최고 정치 지도자로서 현직 대통령의 자기파멸적 정치 행위가 가져온 정치적 결과이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다소 준비가 부족해 보이는 정책 결정과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언동은 그의 위태로운 정치적 행보를 반영한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진의 비난은 코로나 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연방정부의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실정을 부각시키며 많은 국민들의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다가오는 가을 학기에 각급 학교와 대학의 재개방과 관련하여 직접 대면 수업을 실시하지 않은 학교의 경우에는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교육계를 협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학교 수업 형태와 관련하여 온라인으로 수업받는 외국 대학생들의 학생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정책을 급히 내놓았다가 급등하는 비난 여론과 여러 대학들의 소송으로 인해 그 정책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마스크 착용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차원의 마스크 의무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나아가 그러한 정책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며칠 전에서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을 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얘국적이며, 나보다 더 애국적인 사람은 없다”며 마스크 쓴 자신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렸다. 물론 뒤늦게나마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마스크 쓰기를 권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 하다. 초점은 대선을 앞두고 단순히 보여주기식 언행과 표현보다는 과학적이며 체계적인 대통령의 결정과 정부 정책을 앞세워 코로나 19의 난관을 극복하는 것이다. 증가하는 코로나 19 환자와 사망자의 증가로 인해 여론이 점차 악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다양한 정치적 희생양을 끊임없이 찾으며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 WHO (세계보건기구), 심지어는 CDC (미국 질병 통제센터)조차도 비판적 여론의 희생양으로 삼으며 정부 실정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보게 되는 것은 미국 정치사에서 하나의 비극일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경쟁이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비록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선거가 4개월도 남지 않은 현시점까지도 선거 분위기는 다소 침체해 있지만, 여러 이슈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후보의 대립각은 점차 날카로와지고 경쟁은 본격화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양자 구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길 확률이 낮은 언더독(Underdog)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평균 10-15% 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현직”만이 누릴 수 있는 선거정치상의 혜택과 프레미엄을 감안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강성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만 받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언론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적 입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만 해도 쉽게 지지율 상승이 가능하다고 보도하였다. 실례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WHO 탈퇴가 알려지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곧바로 기자 회견을 열어 자신이 당선되면 다시 WHO에 가입하겠다고 공언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의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기 의무화를 반대하자 자신은 당선되면 바로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자신에 대한 전통적 지지표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더해 양당에 편중되지 않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를 다수 확보하는 방법이다. 내부의 지지세를 바탕으로 하여 중도층까지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이 선거운동의 핵심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도 중도 지지층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호의적 관심과 지지를 성공적으로 확대하며 대선 승리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 19 사태에서 대규모 군중 동원이나 유권자의 대면 접촉 없이 미디어를 기반으로 유권자들과 가장 효과적인 선거 소통전략을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경쟁이 아닌, 트럼프 자신과 싸움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의 선거 캠프 참모들도 바이든 부통령과의 직접적인 경쟁구도로의 선거 프레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판단할 지경에 이르렀다. 자기파멸적 정치의 단면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파멸적 정치 행위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만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그 부작용은 미국 사회의 심각한 분열과 국가 지도자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파멸적 정치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 공화당 대선 후보 이전에 현직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지도자적 품위를 지키고 정치적 책무를 수행하며 미국의 국난 극복과 사회 통합을 달성할지 진지하게 고민하여 변화된 정치적 행보를 가져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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