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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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부산 샘터교회 안중덕 목사 

 

교회발 코로나바이러스가 한참 확산되던 즈음 문재인 대통령이 한 목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인용해 화제가 됐다. 그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것은 잠잠하라는 뜻입니다. 막말과 거짓말을 하지 말며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는 말입니다. 입을 다물면 사랑스러운 것들에 시선이 머물고 아름다운 소리와 세미한 속삭임이 들려올 것입니다.”
페이스북에 카드뉴스 형식으로 짧은 묵상글을 올려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 부산 샘터교회 안중덕 목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대통령이 글을 인용하면서 언론에서 화제가 됐는데?
단순히 설교한 내용을 그림파일로 만들어 올렸는데 대통령께서 공유를 하신 거다. 그걸 기자들이 보고 “대통령이 한 목사의 글을 인용해 자기 심정을 표현했다”고 하면서 일파만파 퍼졌다.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쓴 건 아닌데, 많은 분들이 찬찬히 글을 보시고 좋아하고 공감해주셨다. 나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회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개인이 부각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말이 많아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가능하면 인터뷰를 안 하려고 했는데, 한국일보 인터뷰는 제일 먼저 요청이 와서 하게 됐고, CBS는 늘 듣는 방송이어서 빚진 마음으로 했다. KTN은 해외에 있는 신문이니까, 해외 동포들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 응하기로 했다.

◈ 수도권 교회발 집단감염으로 어수선한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다. 교회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편을 가르고 반목하고 정치화하고 권력화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어렵고 힘들 때 위로해주고 품어줘야 하는게 교회이고 종교다.
잘 아는 대로 한국 사회는 남북분단으로 인한 이념적 갈등, 정서적, 지역적 갈등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종교와 교회가 오히려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분열의 중심에 서는 게 납득이 안 된다.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개인적인 관심이나 성향은 다를 수 있는데 공개적으로 그런 것들을 나누는 자리를 구분해야 하고,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한 사람의 목사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목회자로서의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 현재 교회가 ‘개독교’라고 비판받는 현실을 통해 느끼는 점이 있다면?
한국 교회 역시 산업화 시대의 정신으로 부를 축적하고 크기를 키워왔다. 교회가 이미 권력이 된 것이다.
사람은 약자에게는 약하지만 강한 상대와는 싸우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다. 교회가 상대적으로 부유해지고 힘을 갖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민들에게는 경쟁 내지는 타도의 대상이 된 거다.
교회가 힘자랑을 하다보니까 정치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이고, 맛을 본 것이다. 권력의 맛. 거기에는 예수가 없다. 교회를 자기 욕심 채우는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코로나 19 대유행 상황이 교회가 다시 세워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아닌 기회가 됐다.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다.
이번에 화제가 된 글 역시 지방의 무명목사가 쓴 글 ‘무명의 목사’라는 타이틀이 친근감을 갖게 한 것도 같다. 불교나 천주교, 무교인 사람들이 글에 공감을 보내줬다. “목사가 나서서 이런 글을 썼냐” 하는 내용의 부정적 내용의 댓글이 달리면 다른 네티즌들이 옹호하는 내용의 ‘대댓글’을 써줬다.
이번 상황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이 교회와 종교에 대해 비난과 비판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회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데, 아쉬운 마음에 비판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가 바로 서려면 종교가 종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 이 시대에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느 시대나 교회는 그 역할이 있었고 하나님께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용하셨다. 지금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거나 거리를 두는 이유는 교회답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복지가 많이 좋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삶의 피폐함 속에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아파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그 분들의 친구가 돼 주지 못하는 게 한 요인이 아닌가.
과거와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있고 교회 밖에서는 교회가 뭐하는지 모르겠다 생각할 수 있다. 교회가 일종의 섬이 돼서는 안 되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친구가 되는 것들은 더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이며, 이번 기회에 달라져야 할 문제라고 본다.   

◈ 교회와 도서관을 함께 운영하게 된 계기는?
기독교 교육을 전공했고 1988년부터 1997년까지 9년간 독일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교육과 문화를 컨셉으로 하는 교회에 대한 소망을 주셨는데 기반이 된 게 독서다.
부산이 지방색도 뚜렷하고 바닷가이다보니 미신과 불교가 워낙 뿌리를 내려서 복음화율이 낮은 편이다. 또 한국이 교육열은 높은데 반해 독서능력은 키워지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독일에서 봤던 도서관을 보면 아침부터 애들 데리고 와서 엄마 아빠들이 책을 읽다가 산책하다가 밥도 먹고 하는 가족들을 많았다.
우리도 저런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해서 샘터 교육 문화원, 샘터 꿈의 도서관 사역을 했다.

◈ 도서관이 전도에 도움이 됐나?  
도서관을 만들고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기까지 3년이 걸렸다. 나중에 물어보니 애들 생각하면 가고 싶은데, 교회 도서관 가면 교회 가야 할 것 같은 부담감 때문에 오지 못했다고 하더라.
처음부터 교인들에게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한테 “교회 나오라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교육했다. 묻기 전에는 권하지 말고 그저 섬기고 봉사하자 했다.
그런 의도적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서 샘터는 교회 나오라고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시간이 지나 교회와 상관 없이 살던 사람들이 교회라는 공간과 친숙해졌다.

◈ 코로나 19로 교회에도 변화가 많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교회 의존적인 신앙, 목회자 의존적인 신앙을 벗어나서 스스로 하나님 앞에 대면하고 단독자로 서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것도 하나님이 기뻐하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정과 직장에서 크리스찬 답게 사는 것이고 그게 영향력이다. 이번 기회를 스스로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김지혜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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