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투표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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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코 앞이다. 다음주 3일이면 오래 전부터 시작된 59번째 대선 전과정의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의 4년도 백악관의 현 주인으로서 미국 행정부와 연방정부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중선거를 통해 선거인단의 과반수 이상을 확보하면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으로 미국의 46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대통령 선거 외에도 의회 상원과 하원, 그리고 각종 주정부 선거도 동시에 실시되지만, 아무래도 대선 후보인 트럼프와 바이든, 그리고 두 후보자의 경쟁과 선거 결과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 정부의 수장으로서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직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 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손에 의해 선택되기 때문이다. 부연하자면 유권자가 여러 후보들의 인물과 정책, 그리고 비전을 비교 검토한 후에 선거라는 민주적인 의사 결정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가 선출된다. 이러한 민주적인 정치과정을 거쳐 당선된 후보자들은 정부의 주요 결정에 유권자들을 대표하여 그 직무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거에서 유권자는 오직 1표 만을 행사할 수 있다. 많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이 행사하는 1표로는 선거 결과에 의미있는 차이를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대선에서 한 후보자가 받는 대중투표가 6천만표 이상이라고 할 때, 한명의 유권자가 가진 1표로는 선거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1표가 모여 주별로 전체 대중선거의 승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개개 유권자의 투표 참여는 사실상 선거 결과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개개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어떤 후보자가 선거에서 당선될 지를 사실상 결정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앞으로의 정부 정책을 올바른 방향과 내용으로 결정짓는데 그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인종 갈등이 고조되는 현 시국에서 대선을 통한 연방정부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선택은 대통령 임기 4년을 넘어 미국의 다가올 10년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표 참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않는게 현실이다. 미국 정치도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정치 양극화로 인해 민주당과 공화당간에 이성적 논의와 소통보다는 감정적 행동과 선입견이, 화합과 협조보다는 대립과 갈등이, 상호 존중과 해결책 모색보다는 조롱과 무책임이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더욱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은 점점 깊어져 정치를 혐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많은 유권자가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를 보이며 투표 참여를 망설이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다른 연방 선거보다도 투표율이 높은 대선에서도 최근에는 전체 유권자의 약 55% 정도만이 투표해 왔다. 특히 미국 내에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훨씬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더욱이 한국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같은 아시아계 유권자들 평균보다도 낮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러한 낮은 투표율은 정당과 후보들의 선거 전략가에게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은 아시아계와 한국계 유권자들이 선거에 적극 참여한다면 미국 주류 정당과 정치인들도 당선을 위한 전략으로 아시아계와 한국계 유권자들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이런 점이 한국계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미국 대선이 역사의 분수령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투표참여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투표는 강제가 아닌 유권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행사된다. 워싱턴 정치가 만들어온 갈등과 혼란으로 인해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불신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투표를 하려해도 개인의 특별한 상황이나 투표를 할 수 있는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투표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든 기권을 하든, 자신들의 정치적 선택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며 동시에 직간적접인 책임이 따르게 된다. 유권자 개개인의 정치적 견해와 선호에 상관없이 이민정책이나 교육문제, 세금과 보건의료문제, 그리고 최근 들어 코로나 대응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선거의 결과와 이로 인한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이 선거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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