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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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많은 미디어와 학자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세계에서 민주주의의 교과서라고 불리울 만큼 모범적 민주주의의 행동 양식과 제도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미국이 대선 과정에서 표출된 분열과 반목은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은 그동안 높이 평가받아왔던 민주적 제도의 한계까지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조지아주와 미시건주, 그리고 펜실베니아주의 대선 결과가 명확해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에게로 정권 이양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뉴스 매체와 지식인, 그리고 일반 유권자은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며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실감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공정한 선거를 근본으로 운영되는 수준 높은 정치제도이다. 대의 민주주의의 요체인 유권자의 대표자가 정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유와 관용의 보장도 민주주의의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누구나 자격을 갖춘 유권자는 선거에 입후보하여 상대 후보들과 경쟁할 수 있고, 선거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있어서 공정한 선거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판단되면 법이 정한 절차와 요건에 따라 누구도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권리는 헌법과 선거법에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이 증거를 확보해 법원에 정식으로 선거과정과 개표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뉴스미디어와 트위터를 활용하여 자신의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외 선동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 뿐만 아니라 선출직 공직자 그 누구도 쉽게 선택해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선거가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치뤄지기 어려운 독재 국가에서나 가능한 전략이다. 근거를 벗어난 선거 불복은 민주주의의 후진성을 상징하거나 민주주의의 직접적 퇴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도 국가적 망신이라며 트럼프의 선거 인정과 평화롭고 효과적인 정권 이양의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로의 정권 이양에 협조하라고 지시했으나 아직까지 바이든을 대선 당선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언제까지 자신의 대선 패배와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을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선거 불복 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도 많은 이들의 걱정과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대선이 끝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적으로 해임했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여  당시에 연방군의 투입을 에스퍼 장관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남은 대통령의 임기가 두달 반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주요 장관을 갑작스럽게 경질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뒤끝 정치와 화풀이 정치의 본보기를 보여준 셈이다. 

또한 뉴스 미디어에서는 트럼프가 퇴임 전에 코로나 19로 인해 약화되었던 경제의 활성화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일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실례로 연방준비은행이 상시적으로 동원 가능한 자금이 재무부에 의해 상당히 축소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보인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다 어렵게 만들어 차기 대통령이 그 임기를 시작해도 경제 문제를 쉽게 풀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심산이다.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트럼프의 이러한 행태는 미국 민주주의와 장래에 대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많은 미디어와 학자들이 걱정하는 이유이다. 

미국 정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온 정치 양극화의 폐해로 인해 보수와 진보, 민주당과 공화당의 양 진영에서 사실상 거의 모든 정책과 정치적 결정에서 반목과 분열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에서 점잖은 보수주의가 사라지고 트럼피즘으로 대표되는 작금의 대중주의(populism)와 논리와 이론보다는 당파적 주장만으로 자기 지지자들을 현혹하여 정치적 지지세를 극대화하는 선동주의가 새로운 정치 행동 양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과 그가 그동안 활용해 온 정치적 술수는 민주주의가 공고화가 되었다고 각광받은 미국에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되는 보여주는 사례이다.

 민주적 제도로 그동안 가려워진 미국 민주주의 꾸미지 않은 실체가 드러나고 공고화된 민주주의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고귀한 교훈으로 자리잡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최장섭 논설위원

Texas A&M University-Commerce 정치학과 교수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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