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는 내 나라가 ‘흰 소가 끄는 수레’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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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 첫날이 밝았다. 천간지지(天干地支)의 순서에 따라 소띠에 해당하는 해이다. 자료에 따르면, 천간(天干)이 ’신(辛)’이고, 지지(地支)가 ‘축(丑)’인 신축(辛丑)은 60간지 중 38번째다. 신(辛)은 백(白)이므로 ‘하얀 소’의 해라는 것이다. 흰 소는 신성과 행운을 상징한다. 

 

소의 성격은 순박하고 근면하고 우직하고 충직하다. ‘소같이 일한다’ ‘슬슬 걸어도 소 걸음’이라는 말은 꾸준히 일하는 소의 근면성을 칭찬한 말로써, 근면함을 들어 인간에게 성실함을 일깨워 준다. 그래서인지 조상들은 소띠 생을 ‘끈기로 업무를 완수하는 일꾼들’이라고 칭찬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면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그렇듯 소는 강하고 부지런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큰 덩치와 느린 동작으로 둔하고 미련하다는 소리도 듣는다. 이 말은 우직함과 고집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관련 자료집에 따르면, 소는 농경시대 우리 민족의 세시풍속에서 풍요를 가져다 주는 중요한 동물이었다. 농사일을 위한 필수적인 노동력인 동시에 일상생활에선 달구지를 끌어주는 운송수단이었으며, 급한 일이 생겼을 때는 목돈을 장만할 수 있는 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농가의 제산 목록 1호였으며 농사의 주역으로 풍부한 노동력과 힘을 의미했다. 

 

보통, 소는 성질이 온순하다고 알려져 있다. 자극하지 않으면 온화한 동물이지만 한 번 성질 나면 아무도 못 말린다. 호랑이도 앞뒤 안 가리고 들이받는다. 용맹도 겸비했다는 얘기다. 또한 고집이 세다. 그래서 센 고집을 ‘황소고집’이라고 한다. 소는 비록 느리지만 인내력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근면한 동물이다. 근면함과 묵묵함은 유유자적의 여유와 한가로운 대인(大人)으로 은자(隱者)의 마음이라는 이미지를 동반하기도 한다. 소의 모습에는 긴장감이나 성급함을 찾아볼 수 없다. 순박한 눈동자는 보는 이로 하여금 평화롭고 자적한 느낌을 갖게 한다. 

 

소가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 동물이었는지는 고구려 고분벽화와 신라 토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소는 달구지를 끌고 가거나 외양간에서 한가로이 여물을 먹는 모습으로 발견되는가 하면, 견우직녀 이야기를 형상화한 그림에서는 견우가 끄는 동물로 등장하며 농사 신((神)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 평화스럽게 누워 있는 소, 어미 소가 송아지에게 젖을 빨리는 광경은 우리의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은 평화로움이다. ‘소는 하품밖에 버릴 게 없다’고 한다. 조상들은 ‘소는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고 했다. 이 말은 소로 인한 풍요와 부와 자애와 여유로 축약된다. 이런 흔적은 소를 소재로 한 시문․그림․고사가 많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선비들이 남긴 시문을 보면 속세를 떠난 선계(仙界)에 대한 동경을 묘사할 때 소를 많이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작년 한 해는 평화로움이 없었다. 그렇다고 부지런함이나 용맹함도 없었다. 우리가 사는 미국이나 우리가 태어난 한국이나 코비나-19 펜데믹으로 지구촌 온 세상이 들끓었다. 거기에다 미국은 아직 대통령 선거 후유증으로 도무지 뭐가 진실인지 잘 알 수가 없고, 그 와중에서도 특히 조국 대한민국은 국가 지도자 하나 잘못 만나 멀쩡했던 온 나라가 혼돈에 빠져있다. 

 

경제 안보 사회 보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그야말로 국민들을 오물통에 담그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청와궁(靑瓦宮) ‘꼼수’로 이른바 ‘윤추사변(尹秋事變)’을 음모함으로써 나라를 더욱 시궁창으로 끌고 갔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상적인 정권 연장을 위해 나름대로 뭔가를 고치려고 수작을 부렸다가 현직 검찰총장에게 된통 되치기를 당하고, 플러스 자기 지지층인 소위 ‘깨무니’들에게 까지도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 

    

고사(古事)에 교각살우(矯角殺牛) 란 말이 있다. 소뿔 모양을 바로 잡으려다 소까지 죽인다는 얘기다. 교각은 소뿔이 자랄 때 뿔 모양을 좌우 대칭 등 바르게 자라게 해서 소의 품위를 더 높여주는 방법의 하나다. 그러나 작은 흠이나 결점을 고치려다 그 방법이나 수단이 지나쳐 오히려 일을 그르칠 때 쓰이는 말이다. 말하자면 뿔 교정 시 과도한 방법으로 결국 소까지 죽이게 됐다는 고사에서 비롯되었다. 

 

원컨대, 신축년 새해에는 우리 태어난 나라가 이 고사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가(佛家)의 법화경(法華經) 속에서 나오는 <흰 소가 끄는 수레>가 되어 불 난 집에서 아이들을 구해주는, 좀 더 새로운 나라로 태어나주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손용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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