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으며 … 떡국 잘 챙겨 자시고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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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2일은 월력(月曆/음력) 1월 1일로 우리 고유명절인 ‘설날’이다. 설날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첫날을 일컫는다. 올해는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상의 신축년(辛丑年) 소띠의 해이다. 한 해를 소처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라는 의미랄까… 그래서 고래(古來)로부터 내려오는 이러한 전통적 상징성 때문에 설날은 양력 첫날보다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켜지고 있는 대표적 세시명절이다. 

 

설날은 새해를 시작하면서 조상님께 차례를 먼저 올려 가족의 번영을 기원한다. 그리고 집안이나 마을의 어른 들에게 세배를 드린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최고의 덕목으로서 <어른을 존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미풍양속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위한 희망을 다지고자 하는 경건의 의미가 크다. 요즘엔 다른 고유풍속은 다들 잊혀져 가고 있지만, 그러나 그 중에서 설날이나 추석의 풍속만은 지금까지도 많은 부분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마 이런 맥락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오늘날 설날의 의미는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 고국에서도 설날의 풍속도는 많이 변했다고 한다. 연휴에는 오랜만에 고향을 찾기보다는 바쁘고 피곤한 일상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 보는 의미가 더 커져가고 있다. 따라서 이미 오래 전부터 설 연휴에는 차라리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제각기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는 추세다. 그러나 이에 반해 조상이나 어른들에 대한 공경과 효친사상의 ‘뿌리 의식’은 비례적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과 유감을 금할 수가 없다.

 

더구나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들어 들면서 가뜩이나 시들어가는 옛 풍습이 마치 ‘검둥개 목욕 시키듯’ 대충 넘어가는 추세가 더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제는 조촐하나마 집집마다 설 음식을 만들기 위해 풍기는 온갖 맛있는 냄새들은 맡을 수가 없고, 전을 부치거나 떡국을 끓이기 위해 부엌 방에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가래떡을 손수 썰던 정겨운 풍경은 먼 전설처럼 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설 차례상을 차리더라도 그저 수퍼 마켓에서 사온 봉지 떡국과 시장 부침개들이 주인이 되었고 인스턴트 음식용 껍데기들만 싱크대 밑 휴지통에 그득하다는 고국 지인들의 전언이다.

 

민속 자료집에 보면 ‘설’이란 말은 한 해를 끝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는 ‘설다’, ‘낯설다’, ‘삼가다’, 등의 의미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추측되며, 한자로는 원단(元旦), 세수(歲首), 신일(愼日)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고 전한다. 그리고 우리네 전통에는 예부터 설날에는 떡국뿐 아니라 만두국을 같이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떡국과 만두국은 “부자 되라”며 먹는 ‘설 음식’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한식 탄생’의 원조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떡국에 관한 얘기는 성종(1478-1543) 시대의 학자 김안국(金安國)의 ‘모재집(慕齋集)’이란 책에 “새벽에 떡국을 먹고 설을 맞는다”는 구절이 나온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에 관한 첫 기록이라고 했다. 또한 정조 때 쓰여진 한국민속의 유래를 고증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에 따르면, “정조(正朝/설날)가 되면 일 년의 첫날이니 면(麵)은 만두를 쓰고 떡은 떡국에 쓴다”고 적고 있다는데, 멥쌀로 만든 흰떡을 동전모양으로 썰어 고기 국물에 넣어 먹는다고 적혀 있다는 것. 

 

그런데 이 동전 모양의 떡국은 돈을 벌고 부자 되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더불어 하얀 떡은 지난해 묵은 때를 씻어내고, 새해에는 순수하고 흠 없이 맞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는 즉 떡국과 만두를 설날에 먹는 것은 돈 많이 벌고 나이가 먹더라도 건강하게 복 받으라는 중국 풍습에서 왔다고 전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 ‘설’ 날을 맞으면 왠지 떡국 한 그릇을 먹음으로써 나이도 한 살 더 먹는 만큼 돈도 벌고 건강해질 것이라는 기분이 든다고들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이제 시대가 엄청나게 바뀌었는데, 솔직히 설을 맞는다고 새삼 구닥다리 옛 풍속을 그리고 꿈꾸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더구나 지금 우리가 몸 담아 숨쉬며 살고 있는 이 밑도 끝도 없이 광활한 아메리카에서 우리나라 고유명절을 읊조려본들 이민 동포 몇 사람이나 귀 기울여 관심을 가질지 잘 모르겠다. 나 태어난 한국도 이미 그러할진대.

 

옛날에는 모두가 오로지 먹고 입는 일이 최 우선이었기에 허겁지겁 살다가 그나마 1년에 한 번 명절을 맞으면 평소보다 좀더 잘 먹고 잘 입고 즐겁게 노는 맛에 그 날을 그렇게 기다리곤 했다지만, 요즘이야 그야말로 먹고 입고 놀거리가 온 천지사방에 지천으로 깔렸으니, 따지고 보면 굳이 명절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듣기로는 몇몇 단체나 교회 등에서 나름으로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설 잔치’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우리의 옛 모습만큼 정이 겨울까? 허나 그렇더라도…우리 달라스 동포님들 그리고 KTN독자 여러분 모두는 마음의 고향인 우리 “설날”을 잊지 말고 떡국과 만두국 잘 챙겨 자시고 다시 한 번 건강한 새해를 맞으시길 진심으로 축원 드린다.  *

 

손용상 논설위원 

 

* 본 사설의 논조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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