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면 지옥간다? 구원은 하나님 영역, 교회가 할 일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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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 기독교 자살예방센터 ‘LifeHope’ 대표 조성돈 교수  

 

자살. 솔직히 무거운 주제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유명 연예인의 자살소식이 들리고, 우리 이웃 누군가는 오늘도 생의 끈을 간신히 붙들고 남모르게 아파하고 있다. 언제까지 눈을 질끈 감고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라며 외면하겠는가.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목회사회학 교수이자 목회사회학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며 자살예방에 관심을 갖고 기독교 자살예방센터 ‘LifeHope’를 통해 생명문화를 만들어가는 조성돈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 자살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공론화 한 계기가 있는지?
계기는 딱히 없다. 목회사회학을 전공해서 한국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한국 사회에 자살 문제가 심각한데, 교회가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서 공부를 했다.
문제제기를 하면 전문가들이 나서서 이야기를 이어가리라 기대했는데 상담하시는 분들도, 교회도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를 느꼈다.
연구를 계속하며 자살 시도자도 만나고, 자살 유가족도 만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깨닫게 됐다.
그들을 안타깝게 바라보시는 하나님 마음이 느껴졌다. 그 마음으로 진행하다보니 일이 점점 커져서 사명으로 알고 자살예방 학교를 비롯해 ‘라이프호프’ 사역을 해왔다.

◈ ‘자살하면 지옥간다’는 말이 틀렸다고 했는데?
자살하면 지옥간다? 개신교 입장에선 근거가 없다. 카톨릭에서 들어온 이야기다. 종교 개혁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루터는 명확하게 “숲을 지나가다 강도를 만난 것과 같다. 습격을 당한 것이지 죄라고 할 수 없다” 말하고 장례를 치러줬다.
개신교는 믿음이 있으면 구원받는다. 조건은 딱 하나다. 예수를 믿느냐 안 믿느냐. 개신교는 용서받지 못할 죄, 즉 ‘대죄’라는 개념이 없다. 자살을 죄라고 하는 이유는 비록 ‘자기 목숨을 끊었어도’ 살인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살인한 자라도 회개하면 구원받을 수 있지 않나? 그 사람이 구원받는 문제는 하나님이 결정하실 일이다. 구원의 문제는 신의 영역으로 남겨야 하고 우리가 할 일은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이다.

◈ 자살로 목숨을 잃으면 회개할 기회가 없는 것 아닌가?
죽음의 순간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구원의 문제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고 다시금 말하고 싶다. 그리고 자살하면 지옥간다고 해야 자살 예방효과가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경험상 그 말 때문에 자살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효과가 미미하다. 오히려 그 말을 통해 유가족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는다.

◈ 교회는 자살 유가족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자살 유가족은 상당히 민감하다. 교회가 잘 받아주셨으면 좋겠다.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싸우는 모습을 많이 봤다.
장례식장까지 와서 “구원도 못 받았는데 무슨 장례냐” 이런 소리도 하고. “비록 고인은 지옥에 가셨지만…” 이렇게 시작하는 전도사도 있었다.
때로 교회는 쉽게 말을 던지고 참 잔인하다. 사실 자살자들은 사회에서 가장 약한 자들이다. 가장 약한 부분이 병이 생기지 않나? 다들 착하다.
나쁜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구원은 하나님의 영역이고 교회가 할 일은 유가족을 위로해야 한다’는 기본 생각을 공유하고,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 자살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제안한다면?
자살 유가족은 일반에 비해 자살위험이 8배나 높다. 죄책감, 분노 등 남은 감정이 많다. 전문기관과 연결되는 것이 좋다.
이 분들이 용기를 내셔야 한다. 같이 예배드리고 이야기 나누는 유가족 모임에 참석하고 서로 나누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다보니 “저 사람은 오해를 안 할 거다”라는 기본적 신뢰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모임을 통해 정보도 나눌 수 있다.

◈ 자살 예방교육은 어떤 내용인가?
우리 사회에 왜 자살이 많나? 죽음에 대한 가치관 때문이다. 우리는 실패하면 죽어야 한다는 도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생각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서로 생각을 나누고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살원인 1위가 경제적인 문제다. 돈 때문에 죽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성인 20%, 청년 27%, 청소년 29%가 자살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고 한다. 적지 않은 비율이다.
교회와 학교에서 이런 걸 자꾸 들어야 한다. 그래야 나도 조심하게 되고 남이 힘들 때 누구 한 명 손 내밀어 줄 수 있지 않나? “힘들어요” 하는데, “기도하면 되지 뭐가 힘들어요”라고 하면 더 힘들다.
교회 다니는데 우울증 있다고 하면 믿음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멀쩡한 척 하고 있진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교회가 되려면 기본적인 생각을 공유하고 교육해야 한다.

◈ DFW 한인들에게 생명과 소망의 말씀 전한다면?
우리에게 절대적인 것은 생명이다. 다른 어떤 것도 생명을 대체할 수 없다.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달라. 힘들고 어렵지만 아등바등 하다보면 더 힘들다.
지금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그런 것을 찾아서 자기를 채워나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기 안으로, 내면으로 들어가 하나님과 깊이 만날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또 지금이 공동체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는 때다. 옆에 있는 사람도 돌보고 서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함께 모색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
 
김지혜 기자 ©  K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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